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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조계종단 사태...지금보다 이후가 문제(2)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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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깨끗한가? 

이 속편을 시작하기 직전, 우리 종교 담당 강종훈 기자가 이번 사태 전개와 관련한 기사 한 편을 썼으니, 그 제목이 '조계종 내홍 연일 확산…해결방안 나올까'다. '종정 진제 스님 "종단사태 참담…해결책 기다려달라"'는 부제를 단 이 기사를 보면 설조 스님 단식이 40일을 향해가는 가운데 총무원장 설정 스님 퇴진과 종단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총무원은 지난달 출범한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만 견지할 뿐 혁신안이 종단 안팎의 개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한다. 

나아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종단 내부 움직임도 심상치 않아, 전국선원수좌회는 27일 오전 11시 조계사 대웅전에서 대국민 참회 108배에 나서겠다고 예고하는 한편,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대불련) 역대 중앙회장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설정 퇴진과 종단혁신기구 구성, 총무원장 직선제 시행 등을 촉구했다고 한다. 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비구니 스님들은 이번 사태에 침묵하는 총무원장을 비판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으니, 그에 서명한 비구니 스님이 전날 151명에 이어 이날 106명이 더 동참했다고 한다. 

이런 사태 전개는 앞선 글에서 내가 예고한 양상 그대로를 보여준다. 설정을 추대한 총무원 현 권력은 분명 숫자상으로 그 대척점에 선 이들보다는 절대 다수를 점하지만, 이미 흐름은 급격히 달라져, '반란' 혹은 '쿠데타'가 '혁명'으로 진화하는 징후를 곳곳에서 보인다. 이는 현 설정 체제를 출범케 한 자승 전임 총무원장 수렴청정을 붕괴하는 신호탄으로 나는 보고 싶다. 

제아무리 '쪽수'가 많다 해도, 그런 사람들이 이른바 '주류' 혹은 '권력'을 형성했다 해도, 그런 까닭에 자승 체제가 당분간 흔들림없을 것만 같은 철옹성처럼 보인다 해도, 강고한 제국일수록 붕괴는 훨씬 빨라 순식간에 종말을 고하고 만다. 시황제의 진 제국이 그러했고, 팔기군을 앞세운 청 제국도 다름 아닌 강희 건륭제의 황금기에 이미 종말의 싹을 튀우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권력의 속성이다. 

이렇게 된 판국에 이젠 설정의 퇴진은 나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설정은 이미 통제력을 상실했다. 그의 퇴진은 시간문제이거니와, 이 퇴진이 조계종단 권력구도 재편에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가 나는 못내 궁금할 뿐이다. 그들이 표방하는 소위 적폐청산이 어디까지 향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자승과 그와 협력한 종상을 비롯한 현재의 조계종단 이른바 권승(權僧)들의 퇴진까지 목표로 삼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이제는 설정 퇴진 이후 조계종이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야 한다. 

쿠데타의 성공은 언제나 공신 책봉을 둘러싼 권력암투를 부르기 마련이다. 설정 퇴진과 그것이 상징하는 자승 체계 전복이라는 같은 목표 아래 모인 지금의 '반란자'들은 같은 목표 아래 뜻을 같이했지만, 이것이 이합집산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 이 체제 전복에는 재가 신도들의 역할 역시 무시하지 못한다. 어쩌면 이번 쿠데타는 실질로 기획하고 주도한 이는 승려가 아니라 재가신도일 수도 있다. 나는 이 점을 못내 미심쩍게 바라본다. 


나아가 이번 쿠데타가 성공한 제1의 힘은 그들이 내세운 최대의 무기가 호소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인가? 바로 도덕성이다. 이들은 현재의 조계종 권력이 부패했다고 시종 비판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며, 지난 9년에 이르는 자승 체제는 썩어서 그 악취가 진동하기 시작했으며, 그것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자세를 시종일관 견지했다. 그리하여 기존 권력이 부패한 증거들을 수집하고, 그것을 낱낱이 폭로하는 전법을 썼다. 그 썩어빠진 증후로 돈과 여자 문제를 들었다. 

나는 그들이 내세운 도덕성이라는 강점이 설정 퇴진 이후, 그들의 집권에 최대의 약점으로 작동할 것으로 본다. 현재의 권력이 물러난 자리를 누가 차지할 지는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다만 하나 분명한 점은 수평이동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으로 본다. 자승 체제가 또 다른 설정을 내세운다? 이는 너무나 위험한 발상이다. 그것은 또 다른 반발을 부를 것이며, 결국은 붕괴하고 말 것이다. 

지금의 권력이 현명하다면, 적정 수준에서 타협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 타협이 빠를수록 그들이 지킬 기득권의 몫 역시 그만큼 커지지 마련이다. 지금의 적폐청산 세력들이 요구하는 수준을 대폭 수용하는 모습을 보일수록, 그들이 지키는 몫은 그만큼 커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럴 가능성이 나는 적다고 본다. 그렇다면 어찌 되는가? 축출당하고 말 것이다. 

바로 가건 모로 가건, 어차피 대세는 변화와 혁명을 바라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결국 지금의 반체제가 주류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 그들이 권력을 잡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 중에 누군가가 총무원장에 취임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 개혁방향을 두고 현재는 한가지 구호 아래 단결한 반체제 진영은 분열이 불가피하다. 

그들이 설혹 단결한다 해도, 미래의 집권세력화가 유력한 그들이 봉착할 문제는 다름 아닌 도덕성이다. 그들이 기존 체제를 붕괴하는데 동원한 선동의 구호, 도덕성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그들 자신에게 돌아오고 말 것이다. 

그들은 깨끗한가? 

이를 두고 박터지는 내란이 당분간 이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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