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SAYS & MISCELLANIES

들끓는 한반도, 저주받은 한반도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7. 25.
반응형


거듭 강조하지만, 생평을 들판에서 일하면서 보내는 농부도 여름 대낮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러지 아니하는 이유는 그랬다가는 자칫 죽음까지 부르는 까닭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더위 먹었다는 말이 나오는 시기는 이 무렵이다. 요새야 그것을 극복 혹은 억제한다는 미명 아래 냉방병을 운운하면서, 애꿎은 에어컨 탓을 해대거니와, 그러고 보니, 한국사회에 에어컨이 일반화한 시대가 불과 몇 십년이요, 그것이 없거나, 가뭄에 콩나듯 하던 시기는 어찌 이 여름을 보냈는지 그 시절을 겪은 나는 이미 아찔해 진다.  

혹한기 역시 마찬가지이긴 하나, 요즈음 이 혹한이라는 말은 전반적인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혹서에 견주어서는 그 심각성이 덜한 시대로 접어들지 않았나 한다. 

이런 혹서기, 혹은 그 반대편 혹한기에 극한직업 체험한다면서, 농약을 친다면서 한여름 무더위에 논으로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요, 혹은 혹한을 체험한다면서 북극으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소위 현지 체험형 예능 프로그램이 판을 치는 이 즈음, 어느 방송을 보니, 이 여름 아라비아 사막을 횡단하는 이들을 만났으니, 내가 그 장면을 보고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이 역시 언젠간 말했듯이 세상 어떤 미친 놈이 한여름 대낮에 사막을 횡단한단 말인가? 유목민? 혹은 그곳을 무대로 삶을 사는 현지인들? 네버 에버, 그들이라고 무슨 용가리 통뼈 같은 체질을 타고 났기에 그 무더위를 견딘단 말인가? 

이런 여름철, 한국 축구대표팀이 중동에서 가서 경기를 할 무렵이면 언제나 한국 언론을 장식하는 말이 중동 무더위에 우리가 불리하다 하거니와, 이런 무식한 이해가 여전히 그럴 듯한 구호로 통용하는 한국사회다. 어떤 미친 놈이 사막 한가운데서, 더구나 수은주 40~50도를 헤아리는 그런 대낮에 경기를 한단 말인가? 

중동인이, 혹은 적도 일대를 사는 아프리카 친구들이 한국사람보다 더위를 잘 견디는 것은 아니다. 생평을 들판에 사는 농부가 에어컨 빵빵한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여름을 나는 서울 사람보다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이 한여름 무더위를 잘 견디겠는가?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고온에 헉헉대기는 마찬가지요, 그런 더위에 장시간 노출되어선 픽픽 쓰러기지도 마찬가지다. 

걸핏하면 수은주 35도를 넘어버리는 요즘...뭐 올해가 여타 해보다 더욱 기록적인 더위라 하지만, 언제인들 이때 한반도가 그렇지 아니했는가? 

한반도가 들끓는 시기는 딱 정해져있다. 장마가 끝나고 8월이 시작하는 무렵까지 대략 한달이다. 이 한 달, 나는 계속 주창하지만, 한반도 전체가 가동을 멈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무렵이면, 언제나 전력 부족 사태를 초래해, 정부는 우선 관공서에 대해, 그리고 민간에 대해서도 실내 온도 28도를 유지하라 하거니와, 글쎄 올해는 그런 강제가 덜한 듯도 하거니와, 이런 짓거리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실내온도를 몇도 이상으로 맞출 것이 아니라, 그런 실내를 폐쇄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그토록이나, 혹은 걸핏하면 선망하는 OECD 수준 아니겠는가? 이 즈음 나라 전체가 쉬어야 한다. 쉰다는 것은 룰루랄라 배짱이가 되잔 말은 아니지 않는가? 탱자탱자 놀잔 말이 아니지 않는가? 곰이 미련해서 겨울엔 겨울잠을 자는 것은 아니다. 지혜롭기 때문이다. 

이런 무더위도 벌써 8월 문턱에만 들어서면, 수은주가 여전히 35를 오락가락한다 해도 아침 저녁 공기가 달라지거니와, 해운대해수욕장 기준으로 내 기억에 8월5일 무렵이면 바닷물이 차가워져 해수욕이 불가능하게 된다. 시절은 그리하여 변환하고 다시 꼭지점을 돌아 구르고 오르는 과정을 간단없이 계속한다. 


양력 기준 7월은 한반도에 저주의 계절이다. 누가 이런 저주를 퍼부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저주가 반가운 이는 오직 매미와 한여름 반짝 피었다가 사라지는 연꽃 로터스 플라워밖에 없다. 이 즈음 강물과 바다에서는 걸핏하면 녹조가 나타나거니와, 그리하여 그것을 부각하기 좋아하는 언론과 환경단체는 툭하면 그 녹조에 아가미가 막혀 집단 폐사한 물고기 떼를 비추는 일을 즐기니와, 이명박이 출현한 이후에는 어찌된 셈이지 그 모든 탓을 이명박으로 돌려, 그가 추진한 사대강 사업과 그것이 초래한 각종 보가 녹조라떼를 더욱 강화하거나, 악화한 것으로 호도하곤 한다. 

이명박이 싫다 해서, 그가 초래하지도 않은 녹조의 짐까지 뒤집어 씌워, 그걸 증명하고자, 그걸 완화 혹은 없앤다며 보를 여는 쇼를 계속할 수는 없다. 그가 사대강 사업을 하기도 전에, 그가 각종 보를 막기 전에 이미 한반도는 언제나처럼 단군조선 이래 늘 녹조사태였다. 

삼천리 금수강산? 내가 보니, 한반도는 단군조선 이래 시종 저주받은 땅이다. 사계절 내내 저주받은 땅이다. 그 척박함은 타클라마칸 사막보다 더하다. 여름이 무덥기는 이와 마찬가지, 혹은 더 심하기도 한 일본열도나 중국 강남은 비라도 자주 오지, 이 저주 받은 한반도는 제때 비를 몰라 어느 해 어느 시절엔 아주 한방울도 내리지 않는가 하면 어느 해엔 양동이로 쏟아붓는다. 올해 지금은 비가 한방울도 내리지 않지만, 작년 이맘쯤 한반도는 물난리 아니었던가? 


그런가 하면 언제나 이 한반도 봄은 가뭄 사태라, 그때마다 관공서나 언론이 앞장서 산불 예방을 홍보하느라 여념이 없다. 왜 불이 나는가? 건조하기 때문이다. 산불 예방 홍보 없는 봄, 그런 봄이 한반도에는 없다. 

이와 같은 여러 사정으로 볼 적에 이 한마디로 정리한다. 

한반도는 저주받은 땅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