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족보에서 선대 계보는 자연스럽지 않다.
족보가 어느 정도 확립되어 내려가는 단계에 이르면
아버지에서 아들, 그 손자로 내려가는 세계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내려가는데 반해
선계로 올라가면 매우 부자연 스러운 모습들이 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집안은 여러 개 단계 계보가 나란히 병렬적으로 한 사람의 조상에서 갈려 나오는 것으로 이야기한다.
어떤 집안은 아예 세계를 잃어버려 중시조부터 따져 가는 집안도 있고,
어떤 집안은 세계가 있긴 있지만 한 줄기로 이어진 단계계보 하나만 붙잡고 내려오다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자손이 확 번창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 중시조에서 번창하는 모습도 어색하다.
이렇게 많은 형제와 사촌이 일시에 갑자기 팽창하고 번영한다는 말인가?
이 부자연스러운 선계 계보는 족보의 확립기 사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선계 계보는 부자엽스럽기 때문에 거짓이라고 일소에 부칠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백프로 진실만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
그 이유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족보라는 것이 우리는 아주 상고 시절부터 만들어져 내려왔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체계화한 족보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대체로 안동권씨 성화보, 문화유씨 가정보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조선 전기에 간신히 모습을 드러내며
제대로 된 족보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은 임란 이후나 되어서다.
게다가 지금 우리가 보는 대동보 체계는 대체로
19세기 말이나 되어야 각 집안 별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어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족보의 대량 인쇄로
지금 같은 모습의 족보가 집집마다 대챡 갖추어지게 된 것은 이때쯤이다.
족보의 역사가 생각보다 훨씬 짧은 만큼
족보의 계보,
특히 선대계보의 경우에는 무수한 망각과 상실이 처음부터 끼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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