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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특별한 추억이 있는 향이 있을 것이다.
그 향은 실오라기 처럼 아주 가늘지만, 가는 향줄기 하나로 가끔은 순식간에 그 때 그 공간으로 나를 데려가 준다.
나에게도 추억을 소환하는(?) 그런 향이 있다.
바로 아카시아꽃의 향이다.
초등학교때 나는 순순히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학교 운동장에서 더운 해가 질 때까지 놀고도 집에 가는 길이면 늘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아카시아 꽃이 필 때 즘이면 꼭 학교 앞에 있는 언덕에 올랐는데, 신나게 언덕바지에 오르면 온통 새하얀 아카시아 꽃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시원한 저녁 바람에 아카시아꽃 향기가 우리를 감싸 안았고, 꽃송이들이 축 늘어져 있는게 금방이라도 꿀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았다.
손에 닿는 한송이 툭 꺾어 꽃 뒤꼭지를 따고 쪽쪽 빨면 향긋하고 달달하고 뭐 그랬던 것 같다.
내가 하나하나 꿀을 빨고 있으면, 성격 급한 내 친구는 한 송이째 입에 털어 넣고 우걱우걱 씹기도 했다.
나무 위까지 주렁주렁 달린 하얀 꽃송이를 보면 왠지 모두 내 것만 같아 부자가 된 기분도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아카시아 나무 밑에서 향에 취해 달달함에 취해 놀았다.
이제는 그 맛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카시아 향이 나면, 까맣고 마른 아이가 아카시아나무 아래서 행복해 했던 그때가 생각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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