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째 내 집 앞마당이 아닐 때.
이때는 거의 광신도 수준에 가까워 와 우리네 저 찬란한 문화재 운운하며 그것을 옹위하는 일이 독립을 수호하는 일만큼 열광이 대단하다.
그래서 어디 무너졌다 하고, 어디 까졌다 하고, 어디 생채기 났다 하면 국가가, 지방정부가 이 소중하면서도 후손한테 물려주어야 할 이 위대한 문화유산을 방치했다고 제대로 하라 질타한다.
남대문이 불타내릴 때 속절없는 눈물을 쏟아내리는 이 감성이야말로 문화재가 그나마 버티는 힘이다.
하지만 속내 돌려 솔까 그것이 내집 앞마당이라면?
잘탄다! 아주 흔적조차 없어져라 기도한다.
문화재 때문에 건축 한 번 제동 걸려봐라 이가 갈린다.
그래서 문화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직 내 집 앞마당이 아니어야 한다.
종묘? 세운상가? 왜 그것을 고층건물에서 구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봇물인가?
내 집 앞마당이 아닌 까닭이다.

다음으로 문화재가 환영받는 경우는 총알받이일 때다.
나는 이를 가미가제 멸사봉공 방탁막이라 하는데, 다른 모든 방어선 다 뚫리고 이제 항복 조인식만 남았을 때 이때 비로소 문화재가 호명되어 나오곤 하는데,
그래 얼마나 절박하면 아무 힘도 없는 문화재를 불러낼까 하지만 곧잘 문화재가 방탄막이 총알받이 되어 장렬히 희생되곤 한다.
이를 우리는 독박이라 하는데 그 실한 대표 증좌가 저 종묘 앞 세운상가다.
저 문제, 왜 문화재인 종묘가 독박을 쓰야 하는가?
이 의문을 아무도 제기하지 않는다.
묻는다. 왜 문화재가 독박을 쓰야 하는가?
저 문제가 간단한 것 같은가?
종묘가 있기에 고층건물이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
저 논란에 종묘는 실은 벗겨내야 한다.
대도심 개발이라는 문화재를 벗어난 지점 한복판에 저 논의를 원위치시켜야 한다.
종묘가 있기 때문에 고층건축물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고층건물이 들어서서는 안 되기에 안되는 이유로 원위치 시켜야 한다.
작금 전개되는 논란은 오직 종묘로만 수렴하니, 이것이 독박 아니고 무엇이랴?
그래 저런 논란에서 가끔 문화재가 찬란한 승리를 구가하기도 한다.
그래 문화재이기에 막기도 한다.
풍납토성 재개발이 그랬다.
그래 그땐 나도 우쭐했다. 문화재가 포크레인을 이겼노라고 우쭐했다.
그런 내가 실로 대단했다.
지나고 보니, 그런 독박이 문화재를 죽이고, 무엇보다 문화재를 향한 증오를 키우고 있었더라.
그 증오가 폭발할 때, 문화재는 실은 찍 소리도 하지 못하고 항복선언을 하고 말았다.
천연기념물 산양을 앞세운 설악산케이블카에서 허무하게 무너졌고, 세계유산을 앞세운 김포 장릉에서 문화재는 시일야방성통곡을 남기고는 장렬히 분사했다.
그것을 막기엔 분노가 너무 커진 상태였다.
비단 이뿐이랴?
사회 곳곳에서는 문화재를 총알받이로 호명한다. 제주 강정해군기지에서도 문화재가 막판에 불려나왔고, 기타 여러 곳에서 문화재를 불려나와 총알받이 되어 곳곳에서 얻어터졌다.
이 두 가지, 곧 내 집 앞마당이 아닌 경우와 총알받이는 문화재를 향한 증오와 불신만 키운다.
그렇담 문화재가 환영받는 저 두 가지에 부수하는 플러스 원은 무엇인가?
허영이다.
21세기 문화재가 살아남는 길은 실은 허영이다.
모든 인간은 허영하고자 한다. 허영은 본능이요 허용은 욕망이다.
이 허영하고자 하는 마음에 문화재는 한줄기 빛이다.
문화재가 살 길은 실은 이 허용하고픈 누구나 내재하는 욕망에 있다.
가자!
허영의 시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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