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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뜬금없은 세계유산 삭제 경고, 맥락이 다르고 그 결과는 엉뚱하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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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삭제되고서 천지개벽한 리버풀 옛 항구

 
"우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지위를 박탈당한 도시의 사례가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리버풀, 독일 드레스덴의 엘베 계곡, 아라비아 오릭스 보호구역은 개발로 인해 유산의 원형이 훼손되었다는 이유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목록에서 삭제되었다." 

2025년 11월 13일자 이른바 4개 역사관련 단체라 해서 역사교육학회, 역사와 교육학회, 웅진사학회, 한국역사교육학회(가나다 순)가 발표한 종묘 앞 세운상가 서울시 개발안에 반대하는 성명 한 구절이다. 

한데 전후 맥락을 보면 도대체 저래서 어떤 결과가 빚어졌는지 설명이 없다.

하다 못해 저렇게 해서 세계유산에서 삭제되는 바람에 저들 지역이 망했다! 이런 내용이 있어야 성명의 정당성을 확보하겠지만 그런 일체의 구절이 없다. 

그냥 그랬다! 딱 이거다. 

물론 맥락으로서야 저래서 해당 국가 혹은 해당 도시가 개망신을 당하고, 그때문에 관광수익도 폭락하고 지역경제도 망했다 이런 말을 전제로 깔겠지만 말이다. 

이는 말할 것도 없어 어케든 세계유산 종묘는 지켜야 한다는 그런 암묵하는 전제를 깐다.

그래야 국가 자존심도 지키고 경제도 활성화하고 그래야 벌어먹고 산다 딱 이 논리다. 

우리는 세계유산에서 삭제되면 그걸로 그 지역, 혹은 그 국가가 망하는 줄로 안다. 

도대체 저들 세 곳이 왜 세계유산에서 삭제되었는지 아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이후 해당 지역 사회가 어찌 되었는지 캐물을 생각도 안한다.

덮어놓고 세계유산 삭제는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왜 저런 구절이 나왔는가?

간단하다. 무식하기 때문이다.

아는 게 없으니 그냥 팩트만 나열하고선 그랬으니 우린 그래서는 안 된다고 제갈성렬 샤우팅마냥 지껄였을 뿐이다. 
 

오만이 우리 세계유산 안하겠다 해서 삭제된 오릭스 보호구역

 
저 세 곳이 어찌 삭제되었는지 보자. 

첫째 아라비아 반도 오만 소재 아라비아 오릭스 보호구역Arabian Oryx Sanctuary이다.

1994년 등재된 이곳은 2007년, 삭제됐다.

그 절대 존재기반인 오릭스 개체수가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급갑해 해제 당시 번식 가능한 오릭스는 네 쌍뿐이었다.

이 지역에서는 석유가 발견됨으로써 석유로 먹고 살아야 하는 오만 정부는 그 보호구역 규모 90%까지 줄였다. 

삭제? 오만 정부가 요청해서 삭제됐다! 

다음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Dresden Elbe Valley.

그것이 해제되는 2009년 세비야 세계유산위원회 현장에 내가 있었으니 분위기는 내가 어느 정도 안다.

본때를 보여야 한다 해서 위원회 투표 결과 14대 5로 삭제를 결정했다.

그래서 본때를 보였을까?

천만에!

현지에서는 환성을 질렀다. 

그 삭제를 몰고간 주범은 저 계곡을 가로지르는 발트슐뢰셴 다리 Waldschlösschen Bridge 건설 계획 때문이었다.

이건 이 지역 사회 숙원이었다.

그렇지만 번번이 유네스코 혹은 세계유산에 발목을 잡혔다.

이 다리, 놀랍게도 그 위치는 버퍼존도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다리 건설 계획이 번번이 좌절되자 드레스덴에서는 주민 투표가 실시됐다.

세계유산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그거 때려치고 다리를 건설할 것인가?

압도적인 주민 다수가 후자를 찬성했다. 

그래서 관광객이 줄고 했을까? 천만에 외려 정반대였다. 지역 경제가 살아났다. 

그러니 현지에서는 모르긴 해도 아무도 세계유산을 기억하지도 않고, 아무도 그리워하지도 않는다.

세계유산? 있으면 거추장스럽기만 하다고 본다. 

다음 세 번째 영국 리버풀 해양 상업 도시Liverpool Maritime Mercantile City.

이 건은 앞에서 다뤘듯이 2021년 7월 21일, 삭제됐다.

2004년 등재 당시에는 "영국이 세계적 영향력을 가장 크게 행사했던 시기에 상업 항구의 최고의 사례"라 해서 시내 중심부6곳을 한데 묶어 세계문화유산이 되었으나 리버풀 현지 사회는 그 이유로 해당 지역이 계속 방치되는 모습을 참을 수 없었다. 

그 핵심은 앞서 보았듯이 딴 것 다 제끼고 에버튼 홈구장 건설 계획이었다.

이걸 리버풀 의회는 승인하고서 우린 곧 죽어도 여기다 구장 세울 테니, 또 그런 재개발이 외려 유적을 되살리고 지역 경제를 살릴 방안이라 설득했지만 유네스코는 받아들이지 않고선 냅다 삭제해 버렸다. 

그렇게 되자 문화유산 업계에서는 쌍수 들어 환영했다.

거 봐라 까불다 엿됐다였다.

엿됐는가?
 

드레스덴 엘베 계곡 삭제를 부른 문제의 다리

 
천만에. 외려 거지 소굴 같은 지역은 일대 변모했다.

구장이 들어서면서 주변 일대가 완전히 바뀌었다. 

물론 리버풀 현지에서야 구장 건설과 세계유산 유지를 같이 노렸지만, 그래서 삭제에 반발했지만 그뿐이었다.

아무도 세계유산 삭제되었다 해서 아쉬워하지도 않는다. 

저 삭제는 명목상은 리버풀이 반대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저들은 과감히 재개발과 세계유산 유지 사이에서 전자를 선택했고 그 길을 실제로 갔다. 

실은 이런 사례가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이는 세계유산 존재 기반 자체까지도 흔든다. 

세계유산 되면 좋다 했는데 천만에!

좋기는 무슨 개뿔? 

그래 이것도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지역에서 따라 사정이 다르다.

한국이나 중국 같은 경우에는 이걸 기화로 해서 돈도 쏟아붓고 해서 사활을 걸지만, 리버풀이니 드레스덴에서 그게 절실하다고?

천만에!

그러니 사례를 들고 싶어도 적실해야 하며, 그 보기는 맥락이 있어야 한다. 

무조건 삭제되었다. 그래서 쪽팔렸다?

이 놀음은 거지 같다. 

 

세계유산 뭉개버리고 다시 태어난 리버풀, 그리고 종묘와 세운상가

https://historylibrary.net/entry/liverpool

 

세계유산 뭉개버리고 다시 태어난 리버풀, 그리고 종묘와 세운상가

https://www.youtube.com/watch?v=xyZbwWEDr94 이전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가 그 목록에서 삭제된 리버풀 옛 항구에 리버풀을 연고지로 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에버튼 FC 홈구장이 들어서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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