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5월 13일은 주말인 토요일이었다. 휴무일인 이날 나는 풍납토성과 송파경찰서에서 온 종일을 보냈다. 그날 오전 9시쯤, 풍납토성 한복판쯤에 위치한 경당연립주택 아파트 재개발 예정지 발굴현장에서 발굴현장 무단 파괴라는 초유의 사태가 터졌기 때문이었다.
저 사진은 당시 발굴현상 참상을 전하는 연합뉴스 보도사진이다. 내 입사 동기로 지금은 언론계를 떠나 뉴질랜드에 정착한 양현택 군 작품이다. 그는 이날 내 연락을 받고 현장에 출동해 저 사진을 찍어 발행한 것이다.
보다시피 발굴현장은 포크레인 자국이 선명하다. 포크레인을 동원한 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이 이날 오전 8시30분쯤인가 현장에 들이닥쳐 당시 지상에 노출된 유구 중에서도 9호 구덩이라는 대형 유구 하나를 작살냈다. 오른쪽 사진 귀퉁이에 일부 노출된 유구가 오늘날 풍납토성을 있게 만든 44호 건물지다. 혹자는 종묘라고도 지목하는 곳이다.
아래는 2000년 5월 13일 16시24분27초에 내가 송고한 관련 기사다.
풍납토성 발굴현장 무단 파괴
(서울=연합뉴스) 김태식기자 = 초기백제 중요한 유적과 유물을 쏟아내고 있는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안쪽 경당연립재건축 아파트 건축예정지 발굴 현장을 주민들이 굴착기를 동원해 무단 파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13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이 재건축아파트 일부 입주예정자들이 이날 오전 굴착기를 동원해 발굴이 채 끝나지 않은 발굴현장의 유적과 유구를 파괴하고 흙으로 덮었다.
이들 일부 주민은 때마침 이곳을 견학하러 왔던 일부 문화운동가들의 신고로 경찰에 연행돼 이날 오후 4시 현재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런 사실을 접한 문화재청은 담당 공무원을 현장에 급파해 정확한 피해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문제의 발굴현장은 지난해 9월 이후 한신대박물관이 지금까지 발굴을 해오고 있는 곳으로 그동안 이곳에서는 `大夫'(대부)라는 글자가 적힌 토기조각과 대형건물터를 비롯한 초기백제의 귀중한 유적과 유물을 다량 쏟아냈다.
하지만 발굴단과 공사시행자인 재건축조합이 발굴 비용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을 빚어 발굴중단 사태가 여러번 되풀이된데다 이곳을 보존하려는 측과 아파트 건축을 강행하려는 이곳 주민들간에 갈등이 증폭돼 왔다.
문제의 발굴현장은 발굴완료 10여일을 남겨둔 시점에서 지난 7일 발굴 비용문제가 재발해 발굴단이 다시 철수함으로써 지금까지 발굴이 중단되고 있었다.
taeshik@yonhapnews.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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