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유산청 산하 국립해양유산연구소를 거점으로 삼는 한국수중고고학이 나름 해외교류 협력을 꾀한지는 좀 되었다.
일단 국내에서 몸집과 경험을 키우면서, 해외 진출도 아울러 모색했으니, 그 일환으로 베트남에 눈독을 들였다.
왜 베트남인가?
무엇보다 해양실크로드로 대표하는 한국문화와의 밀접성 때문이고, 나아가 같은 유교 문화권으로 분류되는 데다, 거리 또한 적당하기 때문 아니겠는가?

어차피 동아시아 3개국, 곧 한국과 중국과 일본은 콧대가 높아 협업이 불가능하다.
특히 해양 직접 조사에서 협업은 백 년이 지나도 난망하리라 본다.(일본 쪽 해저 조사에 일정 부분 한국과 일본이 협업하는 일이 논의 중인 줄 안다.)
결국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 진출을 모색할 수밖에 없거니와 앞과 같은 여러 여건이 한국 수중고고학 첫 직접 조사지로 베트남을 선택하게끔 하게 했다.

물론 나는 이를 시발로, 수중고고학 본향이라 할 만한 지중해로도 한국수중고고학이 진출해야 한다고 보지만, 그건 지금 당장 일은 아닌 장기 과제로 미룰 수밖에 없으리라 본다.
베트남 지역 육상고고학은 이미 일치감치 협업 물꼬를 텄다.
꼭 저런 국가기관이 아니라 해도, 중국에 물린 개별 고고학도 혹은 역사학도 혹은 미술사학도가 동남아를 들쑤시고 다닌지는 오래됐거니와, 그런 움직임에 수중발굴까지 가세하게 된 모양새라 말 만하다.
한국 수중고고학 해외 첫 수중고고학 발굴지로 선택한 곳은 베트남 빈쩌우 만 해역.

현장으로 떠난 해양연구소 홍광희 선생은 얼마 전 대면하고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거니와, 출장 짐싸서 진짜로 떠난 모양이라, 이번 달 중으로 저쪽 협력 파트너인 베트남국립역사박물관과 함께 저곳 쩌우투언 해역을 공동조사하는 모양이다.

조사기간은 3월 5일 이래 3월 31일까지라, 수중발굴은 육상발굴과 사정이 왕청나게 달라 바다 사정에 따라 조사기간이 짧고, 이 짧은 기간에 집중하는 조사를 벌이게 된다.
무엇보다 물때가 맞아야 하고, 기타 태풍이 빈발하는 저런 해역에서 여름 가을철 조사는 자살행위랑 같다.
듣자니, 이 시즌이 수중발굴을 하기에는 가장 좋다 한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소장 이은석) 공지에 의하건대 배트남 꽝응아이 성(Quảng Ngãi) 빈쩌우만Bình Châu 쩌우투언 해역(Châu Thuận)은 과거 중국과 일본에서 남중국해를 거쳐 동남아시아, 인도, 서아시아까지 이어지는 해상 무역로 중요 기착지였다 한다.
이 해역에서 이미 8~9세기 무렵 ‘차우탄(Châu Tân)선’과 13~14세기 ‘빈쩌우(Bình Châu)선’을 필두로 하는 고대 무역선 잔해를 비롯해 당·명·청 왕조 시대 중국 도자기와 고대 닻 등이 다수 발견되어 수중고고학도들 사이에서는 이곳이 ‘고대 배들의 무덤’이라 일컫는다 한다.
이번에 파기로 한 현장은 바다 사정에 따라 잔해가 보였다가 안보였다 하는 모양이라, 이은석 소장과 홍광희 선생이 현장을 참관하러 갔을 때는 해운대 해수욕장 같은 백사장 구경만 실컷 하고 온 모양이고, 또 이런 현장을 보기만 하면 참지 못하는 신종국 과장은 기어이 산소통 매고서 바다까지 기어들어갔다 왔다는 후문도 있다.
암튼 이번 일은 한국수중고고학이 이제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음을 만천하에 폭로한 에퍽 메이킹epic making한 분수령이다.
이에 즈음해 연구소는 이번 조사가 "양국 간 문화유산 분야 교류 협력을 증진하고, 아시아 해상 실크로드의 역사적 발자취를 규명하기 위해 마련되었다"하거니와,
이를 통해 "한국의 축적된 수중고고학 발굴 기술과 베트남의 풍부한 수중문화유산 환경을 접목한 뜻깊은 국제 협력 사례이자,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외국에서 수행하는 최초의 수중유적 조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자평한다.
그럴 만 하다.
이를 위해 이번 조사에서 양국 조사단은 베트남 쪽이 과거 조사를 통해 확인한 난파선과 유물들을 한국 측 수중고고학자들이 잠수 조사와 시굴(시험 발굴)을 통해 직접 확인하고 상태를 파악하게 된다고 한다. 필요할 경우 유물도 건지리라 본다.
연구소는 "이번 공동 조사로 한국이 지난 50여 년간 신안선 발굴 등을 통해 축적해 온 세계적인 수준의 수중유산조사 기술과 경험을 베트남 측에 전수하는 학술 교류의 장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며, 성공적으로 조사를 마무리하여 바닷속에 잠들어 있는 아시아 해상 교역의 역사를 밝히고 대한민국 수중고고학의 우수성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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