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사정으로 긴 글, 글씨가 빡빡한 책들은 날이 갈수록 읽기가 고역이라, 요새는 일부러라도 시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래도 명색 한 때 영문학도연했다 해서 영시를 손에 잡았는데, 그때도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또 언어장벽 또한 막대한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좀체 감동을 이입하기 힘들다.
그래도 그땐 셰익스피어 소네트, W. B. 예이츠를 읽으면 무슨 말인지 백퍼 따라가지는 못해도 그런 대로 저 가슴 밑바닥 한 구석에서 끓어오름이 있었지만, 다시 잡은 시들에서 그때 그 감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늙어 감정이 매말라서일까? 그건 아니리라.
흔히 나이 들어가며 늘어나는 건 눈물이라지 않는가?
늙을수록 추해진다 해서 늙음을 질타하나, 그에다가 면죄부를 준다면, 감정은 외려 더 살아나기 때문이 아닐까?
젊은 시절이야 불꽃이라 하겠지만, 그렇다고 나이들어서도 그 불꽃이 사그라들기야 하겠는가?
그러면서 곰곰 생각했다.
왜 이럴까?
장고한 끝에 그 이유를 마침내 구명했으니 드라마 영화 때문이었다.
줄곧 말했듯이 요새 좋은 드라마 영화가 오죽 많은가?
그 대사 하나하나가 다 셰익스피어요 예이츠라, 이 시대에 저들이 다시 태어나서 이 꼴을 본다면, 도로 관짝에 서둘러 들어가고 말리라.

그만큼 폐부를 찌르는 말들은 요새는 시인 묵객 전유가 아니며, 저 드라마 영화 작가들이라, 종래에는 그토록이나 질타하는 이른바 막장드라마만 해도 그 대사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심금 울리는 말 잔치 천지다.
다 하나하나가 공자님 말씀이요, 예수님 일갈이며, 부처님 사자후다.
그래 맞다 요새는 드라마 영화가 불경이요 성서이며, 논어인 시대다.
저들이 어찌 서울 자가를 보유한 김부장의 애환을 능가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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