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가 날 (먼저) 때렸잖아!"
"이런 씨불, 너가 때렸잖아!"
경찰서 형사계에서 무수하게 보는 장면이며 일상에서는 주로 교통사고 현장에서 사고 유발 원인자를 가려내기 위한 쟁투 과정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목도한다.
나아가 요새는 치정 혹은 질투를 앞세운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머리 끄댕이 싸움으로 접한다.
꼭 이럴 때는 여성들이 주인공이더만? 하긴 남자들은 머리끄댕이보단 주먹질이니...
이 수법은 실은 단순무식하나, 이보다 효율적인 것은 없다.
나는 이를 주어 바꿔치기라는 말로 매우 일찍이 철학공식화했으며, 때로는 적대적 변용, 혹은 적대적 문화변용이라는 말로 치환하기도 했다.
이 구도가 역사학 현장에서 가장 널리 발현되는 데가 1, 가야사 2. 임나일본부다.
가야사는 말할 것도 없이 식민지시대 일본 관학자들에 의한 임나일본부 구축을 직접 조상으로 삼는다.
그네들이 그린 임나일본부 지도는 해방 이후 그대로 일본이라는 주어를 떼어버리고 그 자리에 가야를 갖다 놓은 것이 작금 가야사다.
안 믿긴다고?
말송보화末松保和가 그린 임나일본부 강역도가 지금 한국가야사가 그린 가야사 영역 비교해봐 왜 이래?
다음 임나일본부.
이걸 두고 얼마나 박터지는 싸움이 벌어졌던가?
지금 그 대세는 주어바꿔치기라, 일본부를 경영한 주체를 백제로 바꿔치기 해 버린다.
그래서 일본서기에서 말하는 임나일본부는 실은 가야 영역을 지배하기 위한 백제전략기지 사령부? 쯤이라 한다.
이러는 와중에 가야는 걸레라, 이쪽저쪽 다 떼어주어도 상관없다!
가야가 주체하는 가야사? 근자 몇몇 주목할 만한 이런 업적이 없지는 않으나 대세는 이랬다.
주어만 쏵 바뀌치기 해 버린 것이다.
아참, 또 있다.
광개토왕비 이른바 신묘년 조. 바다를 건넸네 마네, 누가 바다를 건너 신라를 속민으로 삼았네마네 하는 주체를 둘러싼 논쟁, 이것도 웃기는 짜장이다.
이 단순무식한 주어바꿔치기가 재야-강단사학 논쟁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종래 이 논쟁은 일방하는 재야사학의 강단사학에 대한 공격이었다.
그네들이 강단사학을 공격한 주된 무기가 그네들이 식민사학을 직접 계승했다는 것이었다.
일제 관학과 그것을 계승한 이병도 이기백 사학이 지금 강단사학, 특히 고대사 본령이라는 것이며, 그 때문에 고조선만 해도 그 중심지 혹은 강역을 평양 일대 한반도로 묶어두려 한다는 것이었다.
열라 당하기만 하던[실은 방기했다고 보는 편이 좋다. 이를 통해 얻은 부수익도 짭짤했으니깐.] 강단사학도 마침내 떨쳐 일어나 장렬한 반격을 가하게 된다.
그 직접 도화선은 동북아역사재단이 시도하던 동북아역사지도 편찬사업이었다.
이 사업 장대하게 시작하기는 했지만 재야사학 집요한 공격에 흐지부지 좌초하고 말았다.
본령은 고조선 중심지가 어디냐? 구체로는 평양인가 아니면 지금의 만주 땅 어디인가였지만, 결정타는 의외로 다른 데서 터져 버렸으니, 독도였다.
그만 독도를 빼버린 것이다. 이것이 걸려들어 된통 얻어터지고 자빠지고 말았다.
캬! 독도가 고대사까지 잡아먹는 희유한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한데 이 사태는 강단사학을 아연 긴장케 했다.
그 전까지 재야사학 공격이 집요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실력으로 저처럼 명확하게 발휘된 적이 없었다.
재야사학은 실체였다! 더는 묵과할 수 없는 암적인 존재!
그래서 기성 사학계도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이 반격은 독특한 점이 있었다.
이에서 발언할 만한 늙다리들은 죄다 빠지고[왜? 황산벌 영화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 있자나? 난 늙어서 약발이 없자나], 30-40대 젊은 역사학도들이 나섰다.
이들은 뭉쳐서 이곳저곳에서 각종 반격을 장렬하게 펼치기 시작했으니, 그 진원은 역사비평(역비)였다. 이를 옹성 삼아 대대적인 반격을 가했다.
한데 유의할 점은 반격 논리였다.
재야사학이 강단사학을 공격한 바로 그 무기! 그대로 갖다 들이댔다.
식민사관은 바로 너희다!
논리? 구조? 단순무식하다.
너희는 민족의 영광만을 추구하는 나치즘 파시즘 내셔널리스트다!
조국의 영광만을 추구하는 이 논리는 일본 대동아공연권을 받침한 바로 그것을 재발현이다!
나는 이런 치고받기를 목도하면서 저 형사계에서 다투는 폭행 사건 당사자들, 너가 들이받았다며 서로 삿대질하는 도로판 운전자들을 보는 듯했다. 그래서?
재미 있었다. 세상 젤로 재미 있는 일이 불구경 쌈구경이라지 않는가?
뭐 고급진 것도 하나 없고, 무식하기가 하늘을 찌른다.
한데 저런 단순무식함이야말로 정치의 논리 아닌가?
트럼프의 논리, 선악의 이분법에 기반한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판! 딱 그것이다.
참, 저 주어바꿔치기, 적대적 문화변용이라는 내 위대한 발명품을 이번 환빠 환단고기 논쟁에서도 그대로 써먹더마?
고조선 넘어 보폭 확장하는 재야사학, 작금 핵심은 홍산문화
https://historylibrary.net/entry/honshan
고조선 넘어 보폭 확장하는 재야사학, 작금 핵심은 홍산문화
재야사학 또한 시대에 따른 변신을 거듭하는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 보폭 확장이다. 종래 이 재야 논쟁이라면 한반도 삼국이 한반도가 아니라 중국 대륙에 있었다는 일각 터무니 없는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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