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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주의3

수천년전 중동 촌구석을 오간 말들이 가당키나 한가? 기독 계열 사람들 보면 성경 어디에서 어케 찾았는지 맥락에 제법 혹은 용케도 어울리는 구절들을 참으로 잘도 인용하더라. 그런 모습 볼 때마다 나는 배꼽을 잡는다. 동아시아 전통시대 지식인입네 하는 사람들이 보인 양태와 싱크로율 백퍼센트인 까닭이다. 사이가 좋지 않은 맹자 순자가 유일하게 합치하는 대목이 이것이다. 이 친구들은 반드시 모든 논의를 《시경》 《서경》 인용으로 끝맺는다. 성경이야 신구약 합치면 제법 부피라도 커서 쓸 만한 말도 있겠지만,《시詩》《서書》는 다 때려쑤박아 봐야 몇 줄도 되지 않는다. 이런 꼴을 경멸한 이가 있었다. 전국시대 진국秦國 재상 상앙商鞅이었다. 걸핏하면 옛날 팔아먹는 놈들은 주리를 틀어야 한다고 상앙은 말한다. 자신의 입론이 정당함을 보증하고자 걸핏하면 성서 관련 구절을 .. 2020. 11. 22.
가차假借, 뜻보단 발음 은작산 한묘銀雀山漢墓 우리 학계, 특히나 고물딱지를 신주보물단지처럼 여기는 우리네 역사 관련 학계에서 고질과도 같은 믿음이 있으니, 오래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그것이다. 텍스트로 국한해 볼짝시면, 덮어놓고 오래된 것일수록 그에 대한 상대적인 믿음이 더 강한 노골과도 같은 신념이 있다. 오래된 것일수록, 그것이 소위 당대當代의 증언이라 해서, 그것이 후대에 나온 판본들에 견주어 당시의 실상을 훨씬 더 잘 전한다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소위 당대 혹은 당대에 가까운 텍스트일수록 의심을 살 만한 구석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언제나 그 보기로 들 듯이, 나는 광개토왕비, 그 기록의 진실성을 믿지 않는다. 그것이 광개토왕 혹은 장수왕 시대의 기록이라 해서, 그것이 저 시대 사정을 후대의 다른.. 2019. 9. 17.
문화재 현장의 '원형'과 '상고주의' 요즘 들어 내가 부쩍 쓰는 말이다. 내가 한 켠 몸담은 이 업계, 문화재계 말이다. 거의 고질에 가까운 병폐가 있으니, 뿌리깊은 상고주의가 그것이다. 그래 나 역시 그에 한때 포로가 됐고, 그 탈출을 부르짖는 지금도 그것을 못내 떨치지 못하는 대목이 있을 수 있음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말이다, 내가 볼수록 이 상고주의 병폐는 심각해, 나는 이것을 에둘러 원형(아키타입, archetype) 고수주의라는 말로 바꿔어 시종해서 비판하곤 한다. 원형...이건 굳이 전공으로 나누자면, 건축사와 고고학에서 특히 두드러진 현상인데, 실은 건축사만 아니라 각 부문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위력을 발휘한다. 지금 우리가 문화재가 부르는 것들, 유·무형을 막론하고 이 업계 투신한 자들 뇌리에는 언제나 원형이라는 것이 있어야 .. 2019.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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