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양만리13 보리, 구름 베틀이 빚은 초록 비단 한시, 계절의 노래(297) 보리밭[麥田] [宋] 양만리(楊萬里, 1127 ~ 1206) / 청청재 김영문 고르고 옮기며 해설함 가없는 초록 비단구름 베틀에 짜여 전폭의 청라가땅 옷이 되었네 이것이 농가의진정한 부귀이니 눈꽃 다 녹자보리싹 살찌네 無邊綠錦織雲機, 全幅靑羅作地衣. 個是農家眞富貴, 雪花銷盡麥苗肥. 인동초(忍冬草)라는 풀이 있듯이, 보리도 겨울을 견뎌내는 식물의 하나다. 봄에 씨를 뿌리는 보리가 없지는 않지만 보통 가을에 파종한다. 이런 연유로 보리는 겨울 추위를 고스란히 견딘 후 봄을 맞는다. 겨울 추위를 견디는 과정에서 땅에 낀 서리발이나 얼음 때문에 보리 뿌리가 떠들리는 현상이 생긴다. 이를 방지하고 보리의 착근(着根)을 돕기 위해 늦겨울이나 초봄에 보리밟기를 한다. 새봄이 되면 땅에 튼.. 2019. 3. 10. 홍매 한 봉오리에 깃든 봄소식 한시, 계절의 노래(275) 봄 소식을 묻다 두 수[問春二首] 중 둘째 [宋] 양만리(楊萬里, 1127 ~ 1206) / 김영문 選譯評 설날에 봄 돌아와도늦었다 못할 텐데 꽃들에게 소식 아직바삐 알리지 않네 도산당 아래 자리한붉은 매화 한 그루만 맑은 햇볕 서둘러 빌려가지 하나 물들이네 元日春回不道遲, 匆匆未遣萬花知. 道山堂下紅梅樹, 速借晴光染一枝. 중국에서는 설날을 춘제(春節)라고 한다. 우리 발음으로는 춘절인데 설날을 전후하여 24절기의 출발점인 입춘이 들기 때문이다. 새봄이 시작된다는 뜻이므로 설날 인사할 때도 “춘제 콰이러(春節快樂)” 또는 “신춘콰이러(新春快樂)”라고 한다. ‘콰이러’는 쾌락을 즐기라는 뜻이 아니라 기쁘고 즐거운 명절을 누리라는 뜻이다.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설날과 입춘이 당도하.. 2019. 2. 23. 서리내린 코밑 흰수염이 공적이로다 한시, 계절의 노래(264) 족집게로 새치를 뽑다[鑷白] [宋] 양만리(楊萬里, 1127 ~ 1206) / 김영문 選譯評 오십에도 어떻게젊은이라 하리요 아이 불러 새치 뽑으며마음을 못 추스리네 새해 돼도 아무 공을못 세웠다 말하지만 서리 내린 코밑수염예순 가닥 길러냈네 五十如何是後生, 呼兒拔白未忘情. 新年只道無功業, 也有霜髭六十莖. 늙음을 알려주는 가장 대표적인 신체 현상이 흰 머리다. 백발은 몇 살부터 생길까? 사람마다 다르다. 전설에 의하면 도가(道家) 철학 개창자 노자(老子)는 태어날 때부터 백발이었다고 한다. 우리 집 첫 아이도 어려서부터 왼쪽 귀 바로 위쪽에 몇 가닥 흰 머리가 있었다. 걱정이 되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백반증일지 모르므로 약을 발라보라고 했다. 다행이 지금.. 2019. 2. 6. 모진 추위에 생각하는 버드나무 봄 한시, 계절의 노래(262) 모진 추위 세 수[苦寒三首] 중 첫째 [南宋] 양만리(楊萬里, 1127 ~ 1206) / 김영문 選譯評 심한 더위엔 오랫동안눈 덮어썼으면 생각하나 모진 추위엔 버드나무에봄 돌아오길 소원하네 저녁 되어 비낀 햇살그리 따뜻하진 않으나 서쪽 창에 비쳐드니심신이 흡족하네 畏暑長思雪繞身, 苦寒卻願柳回春. 晚來斜日無多暖, 映著西窗亦可人. 겨울에 더러 아파트 베란다에 나가 해바라기를 즐기곤 한다. 여름에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그렇다고 북유럽 사람들처럼 발가벗고 누워 있는 건 아니니 과한 상상은 마시라. 온몸에 스며드는 햇살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시골에서 자란 분들은 창호지 격자문에 비쳐드는 노란 햇살을 본 적이 있으시리라.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빛이 아닌가 한다. 이 시 셋째.. 2019. 2. 3. 더는 쓸 곳 없어 단풍에 적네 한시, 계절의 노래(211) 홍엽(紅葉) [宋] 양만리(楊萬里, 1127 ~ 1206) / 김영문 選譯評 시인은 뱃속 가득 맑은 우수 품어 천 편 시 토하고도 멈추려 하지 않네 벽마다 가득 썼지만 더는 쓸 곳 없어 붉은 잎에다 가까스로 가을 시를 적어보네 詩人滿腹著淸愁, 吐作千詩未肯休. 寫遍壁間無去處, 卻將紅葉強題秋.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국화꽃 저버린/ 가을 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무서리 내리고” “길 가의 가로수 옷을 벗으면/ 떨어지는 잎새 위에 어리는 얼굴” “해는 서산에 지고/ 쌀쌀한 .. 2018. 11. 1. 술 훔쳐먹고 벌개진 단풍나무 가을 산 두 수(秋山二首) 중 둘째 [宋] 양만리(楊萬里·1127~1206) / 김영문 選譯評 오구나무는 평소에노련한 염색공이라 서둘러 검푸른 색을선홍빛으로 바꿔놓네 어린 단풍 하루 밤새하늘 술을 훔쳐 먹고 취한 모습 가려 달라고고송(孤松)에 간청하네 烏桕平生老染工, 錯將鐵皂作猩紅. 小楓一夜偷天酒, 却倩孤松掩醉容. 어릴 적 가을 시골 앞산 뒷산에서 가장 붉게 물드는 나무는 뿔나무와 옻나무였다. 뿔나무의 표준말은 붉나무인데 나무 이름 그대로 가을 산을 붉게 장식하는 대표적인 가을나무다. 옻나무 단풍도 뿔나무에 못지 않다. 이 두 나무는 생긴 모양도 비슷해서 초보자는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선홍빛에서 검붉은색으로 물드는 옻나무와 뿔나무 단풍은 가을산을 불태우는 주인공이지만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처럼 크고 높게.. 2018. 10. 30. 이전 1 2 3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