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양만리13 입추에 울어대는 매미 한시, 계절의 노래(134) 저녁 더위로 연꽃 연못에서 놀다 다섯 수(暮熱遊荷池上) 중 넷째 [宋] 양만리(楊萬里, 1127 ~ 1206) / 김영문 選譯評 얼마 지나지 않으면 곧 입추인지라 남은 더위에 이르노니 어서 물러가라 야윈 매미 기운 많이 남아 있는지 석양에 소리 잦아들어도 쉼 없이 우네 也不多時便立秋, 寄聲殘暑速拘收. 瘦蟬有得許多氣, 吟落斜陽未肯休. 매미는 한 달 동안 뜨거운 사랑을 나눴을까? 거미줄에 매달린 매미 시신이 뜨거운 햇살에 말라간다. 오랜 기간 땅 속에서 살다가 짧은 이승의 삶을 마치고 허공에다 영원히 몸을 묻었다. 뜨겁던 사랑, 뜨겁던 여름도 그렇게 물러나고 있다. 이 숨 막힐 것 같은 무더위도 담담하게 망각되어 어느 순간 추억으로 변하리라. 왕가위王家衛의 명화 동사서독東邪西毒에.. 2018. 8. 8. 잠못 이루는 열대야 한시, 계절의 노래(130) 여름밤 시원한 곳 찾아(夏夜追凉) 송 양만리 / 김영문 選譯評 밤이 돼도 여전히낮과 같이 더운지라 문 열고 잠깐 동안달빛 속에 서보네 대숲 깊고 빽빽하여풀벌레 우는 곳에서 바람 없어도 시원함이언뜻언뜻 느껴지네 夜熱依然午熱同, 開門小立月明中. 竹深樹密蟲鳴處, 時有微凉不是風. 내 고향 영양은 평지가 해발 200m 이상인 산촌이다. 한여름에도 밤에 선선함이 느껴지는 준고원지대다. 나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처음 대구로 나왔다. '대프리카'살이 첫 해 한여름 어느 날 나는 도저히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것이 더위 탓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뭔가 답답하고 불쾌한 기분만 느껴졌다. 그것이 열대야 때문임을 다음날 뉴스를 듣고 알았다. 즉 하루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이면 열대야라고 .. 2018. 7. 29. "아이스께끼!" 한시, 계절의 노래(128) 여지가(荔枝歌) 제2절 송 양만리 / 김영문 選譯評 도성 유월 정오에태양이 내리쬐니 불 땔 때처럼 시장 사람들비오듯 땀 흘리네 얼음 팝니다 한 목소리물 건너 들려오면 행인들은 먹지도 않고마음과 눈이 열리네 帝城六月日卓午, 市人如炊汗如雨. 賣氷一聲隔水來, 行人未吃心眼開. 어릴 때 어머니를 따라 5일장에 가곤 했다. 우리 고향에서 읍내 장까지는 걸어서 20리 길이다. 중간에 하늘목재를 넘어야 하므로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하지만 그 힘든 길을 따라 가면 평소에 먹지 못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여름에는 ‘아이스케키’를 먹는 재미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처음 ‘아이스케키’를 먹을 때 기분을 잊을 수 없다. 혀가 살살 녹는다는 말을 실감했다. 20리 땡볕 길을 걸어 땀범벅.. 2018. 7. 26. 반년을 피고지는 백일홍 한시, 계절의 노래(120) 대청 앞 자미화에 이슬이 맺혀...두 수 중(凝露堂前紫薇花兩株每自五月盛開九月乃衰二首) 둘째 송 양만리 / 김영문 選譯評 멍하니 도취할 듯약하고도 고운 모습 이슬 무게와 바람 힘에심하게 기울었네 백일 붉은 꽃 없다고그 누가 말했는가 자미화는 오래오래반 년 동안 피어 있네 似癡如醉弱還佳, 露壓風欺分外斜. 誰道花無紅百日, 紫薇長放半年花. 배롱나무의 계절이다. 한자로는 자미화(紫薇花, 紫微花), 양양화(痒痒花), 백일홍(百日紅) 등으로 불린다. ‘자미(紫薇)’는 배롱나무의 대표적인 꽃 색깔(紫)과 자잘한(微, 薇) 꽃 모양을 형용한 이름이다. ‘양양(痒痒)’은 ‘간지럽히다’는 뜻인데 배롱나무 표피를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우리말로도 ‘간지럼나무’라고 한.. 2018. 7. 18. 물위를 뛰어오르는 은빛 물고기 한시, 계절의 노래(114) 남계에서 저녁 무렵 강물을 구경하다(南溪薄晚觀水) 송 양만리(楊萬里) / 김영문 選譯評 그 누가 모래 자갈로비스듬히 제방 쌓았나 세찬 물결 제방 부딪쳐절로 모래둑 터졌네 작은 물고기 무수히어지럽게 뛰어 오르고 유리판 아래에서은빛 꽃처럼 까부네 誰將沙礫壅堤斜, 水怒衝堤自決沙. 無數小魚齊亂跳, 琉璃盤底簸銀花. 장마철에 큰물이 지면 강물 흐름에 따라 저절로 모래와 자갈이 모여 둑이나 작은 제방이 생긴다. 깊은 곳은 깊어지고 얕은 곳은 얕아지며 자연의 질서가 이루어진다. 물살이 부딪쳐 둑이 터진 곳에는 작은 여울이 생기고 그곳으로 물고기들이 모여든다. 특히 여름 저녁이면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는 햇살에 피라미들이 비늘을 반짝이며 여울물을 거슬러 뛰어오른다. 여울물 아래 깊은 소(沼.. 2018. 7. 17. 볏잎 구르는 빗방울 이맘쯤 비가 내리면 아버지는 삽자루 들고는 갓빠 같은 우의 걸치고 논으로 행차했으니, 물을 보고는 물꼬를 텄고 도랑을 팠으니, 물이 넘쳐 나락을 망칠까 해서였다. 그땐 이렇다 할 의미가 없는 장면이었으나, 갈수록 그 장면이 오버랩한다.(김태식) 한시, 계절의 노래(62) 저물녘 논밭 사이를 거닐며 두 수(暮行田間二首) 중 첫째 송(宋) 양만리(楊萬里) / 김영문 選譯評 뻐꾸기 울음 속에해님 발길 거둘 때 지팡이가 나를 불러서쪽 논둑 가보게 하네 진주 이슬 푸른 벼 잎에도르르 구르다가 잎 끝까지 가지 않고머물러 쉬려 하네 布穀聲中日脚收, 瘦藤叫我看西疇. 露珠走上靑秧葉, 不到梢頭便肯休. 뻐꾸기를 중국에서는 ‘布穀(포곡·bugu뿌꾸)’라고 한다. 우리와 같은 소리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각수(日脚.. 2018. 6. 6. 이전 1 2 3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