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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5

친구 죽었다 슬퍼한들 뭘 어쩐단 말인가? 낙천이 보내준 미지·돈시·회식 세 사람이 떠났음을 슬퍼하는 시를 보고서는 모두가 교분이 깊었던 사람들이라, 이 시를 지어 부친다[樂天見示傷微之敦詩晦叔三君子皆有深分因成是詩以寄] [唐] 유우석劉禹錫(772~842) 떠난 친구 탄식한 그대 절구 두수 읊어보다나 또한 마음 울적해져 시 한편 지어보네 세상엔 친구 줄었다 부질없이 놀라고문집엔 제문만 많아졌다는 걸 알았네 봄날 숲에선 새 순이 묵은 순 떨쳐내고 흐르는 물 앞 물결이 뒷물에 밀리는 법 예부터 지금까지 이런 똑같은 일로 슬퍼하니거문고 들으며 눈물 쏟은들 뭘 어쩐단 말인가 吟君嘆逝雙絶句, 使我傷懷奏短歌. 世上空驚故人少, 集中惟覺祭文多. 芳林新葉催陳葉, 流水前波讓後波. 萬古到今同此恨, 聞琴泪盡欲如何. 제목에 들어간 見示견시란 보라고 보내주다, 알려주다는 정.. 2019. 6. 3.
하늘과 땅, 밀가루 시티로 하나가 되고 한시, 계절의 노래(261) 서쪽으로 돌아가며 열두 수[西歸絕句十二首] 중 11번째 [唐] 원진(元稹, 779~831) / 김영문 選譯評 구름은 남교 덮고눈은 내에 가득 내려 순식간에 푸른 산과한 몸이 되는구나 바람은 밀가루 휘몰아하늘과 합치는데 얼음이 꽃가지 눌러물밑까지 닿게 하네 雲覆藍橋雪滿溪, 須臾便與碧峰齊. 風回麵市連天合, 凍壓花枝着水低. 이해하지 못할 구절은 없다. 다만 두 가지 어휘를 먼저 알고 나면 감상을 좀 더 깊게 할 수 있다. 먼저 첫째 구 ‘남교(藍橋)’다. 뜻을 그대로 풀면 남색 다리다. 중국어로 남색 즉 ‘란써(藍色)’는 하늘색을 가리킨다. 여기에서는 그런 색깔도 포함하고 있지만 그보다 앞선 의미는 남전(藍田)에 있던 다리 이름이다. 남전은 중국 장안(長安) 남동쪽에 있는 지명으로.. 2019. 2. 1.
이 꽃 지면 다시 필 꽃 없음 서러워 한시, 계절의 노래(201) 국화(菊花) [唐] 원진 / 김영문 選譯評 국화 떨기 집을 둘러도연명의 옛집인 듯 울타리 두루 도니해는 점점 기우네 꽃 중에서 국화만아끼는 게 아니라 이 꽃 모두 피고 나면다시 필 꽃 없음에 秋叢繞舍似陶家, 遍繞籬邊日漸斜. 不是花中偏愛菊, 此花開盡更無花. 가을꽃을 대표하는 국화가 언제부터 은자(隱者)의 상징이 되었을까? 대개 중국 동진(東晉) 시대부터로 본다. 도연명이 은거생활을 하면서 자기 집 울타리에 두루 국화를 심었다. “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따니, 유연히 남산이 눈에 들어오네.(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도연명의 「음주(飮酒)」 다섯 번째 시에 나오는 천고의 명구다. 맑고 투명한 가을날 울타리 곁에서 노란 국화를 따는데 저 멀리 푸른 기운이 감도는 남산이 눈에 들어.. 2018. 10. 15.
백낙천 폄적 소식에 원진이 부치는 시 한시, 계절의 노래(157) 낙천이 강주사마로 폄적되었다는 소식을 듣고(聞樂天授江州司馬) 당 원진(元稹) / 김영문 選譯評 잔약한 등불 불꽃도 없이그림자만 너울너울 이 밤에 듣는 그대 소문강주로 폄적됐다네 죽도록 아픈 중에깜짝 놀라 일어나니 어둔 바람에 날리는 비추운 창으로 들이치네 殘燈無焰影幢幢, 此夕聞君謫九江. 垂死病中驚坐起, 暗風吹雨入寒窗. 중당(中唐) 시기 원·백(元·白)으로 병칭된 두 시인이 있었다. 바로 원진(元稹)과 백거이(白居易)다. 두 사람은 안사의 난[安史之亂] 이후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감을 일깨우고 도탄에 빠진 민생을 보듬기 위해 ‘신악부운동(新樂府運動)’을 전개했다. ‘악부’란 ‘악부시(樂府詩)’의 준말로 한나라 민요를 가리킨다. 이는 백성의 온갖 애환을 반영한 악부시의 전통을 계승.. 2018. 9. 2.
산 백거이가 죽은 원진한테...절친의 죽음을 아파하며 한시, 계절의 노래(127) 원 상공 만사 세 수(元相公挽歌詞三首) 중 셋째 당 백거이(白居易) / 김영문 選譯評 수많은 장송객 모두참담한 심정인데 반혼 수레 끄는 말도슬픔으로 울고 있네 평소의 금(琴)·서(書)·검(劍)·패(佩)그 누가 수습하나 남겨진 세 살 아들갓 걸음마 배우는데 送葬萬人皆慘澹, 反虞駟馬亦悲鳴. 琴書劍佩誰收拾, 三歲遺孤新學行. 옛 사람들은 친척이나 친지가 세상을 떠나면 만사(輓詞 혹은 挽詞)를 지어 애도했다. 5언시, 7언시, 4언시, 사부(辭賦) 등 다양한 형식으로 추모시를 지었다. 현재 남은 문인들 문집에는 만사 항목이 따로 분류되어 있을 정도로, 만사는 다른 사람의 장례에 애도를 표하는 보편적인 양식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묘소 전면에 깔아놓은 추모 글귀 각석도 현대적 의미의 만사.. 2018.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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