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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망하기도 전에 폐허가 된 경복궁

by taeshik.kim 2023.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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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을 보다가>

1909년 5월 11일, <대한매일신보>에 "북궐배람기北闕拜覽記"라는 가사 한 편이 실린다. 누군가가 당시 경복궁을 한 바퀴 휘 돌고 나와 그 감회를 적은 모양인데, 그이가 보기에 대한제국은 아직 남아있었건만 궁궐의 모습은 실로 처량맞았다.


▲草堂春日遲遲한대 不勝困惱 누엇더니 뎌 陽春이 나를 불너 烟景處로 차자갈새 信步轉往하난 길에 北闕內의다라르니 四面殿閣櫛比中에 緣陰景色可觀이나 眼前物色感觸하야 騷人思懷難堪일셰

▲光化문을 졉어드니 百官出入하던 곳에 辟졔聲은 寂寞하고 內外巡査徃來時에 軍刀소래 뿐이로다 御溝中에 뎌 楊柳난 空自靑靑 새로웟고 芳艸離離 너른 마당 玩覽者가 縱橫하니 感舊之懷 졀노 난다

▲勤政殿을 드러가니 左右兩列品階石은 草田中에 뭇져 잇고 日月屏下龍塌上에 無人掃除塵埃로다 無心할셔 뎌 연쟉은 飛來飛去喃喃이오 外國人의 拜覽者난 互相聯絡笑語하니 感舊之懷 졀노 난다

▲慶會樓를 도러드니 雕량畵棟燦爛한대 鳳駕龍輦擧動處에 料理쟝사 日人들은 돈 벌기에 汩沒하고 彷황하난 韓人들은 臨此恨嘆不無로다 風靜浪息蓮塘 쇽에 金부魚만 遊泳하니 感舊之懷 졀노 난다

▲鳳集門을 넘어가니 明成皇后昇遐地에 數椽素亭兀然이라 松風蕭瑟悽凉하고 宮花含淚寂寞한대 其鳴喈喈사 뎌 黃鳥난 千古怨恨 불너내고 殿閣簷端風磬聲은 萬端悲懷 자어내니 感舊之懷 졀노 난다

▲神武門을 올너가니 松林間의 春堂臺난 指點中에 依俙하고 乾淸宮의 뎌 蓮못슨 彩纜龍舟 어대 갓노 康寧殿과 交泰殿은 西山落日反射되고 思政門과 延祐堂은 鳥蹄獸跡縱橫하니 感舊之懷 졀노 난다

▲求賢門을 도러드니 粉墻畵壁頹敗한대 針房繡房졀문內人 針刺질에 汩沒하고 年老白頭宮女들은 三三五五 모혀 안져 前日歷事議論하고 現今情形問答하며 한숨여거 눈물지니 感舊之懷 졀노 난다


(아래아는 ㅏ로, 시옷비읍은 ㅃ로 변환)


같은 시기, 세키노 타다시가 찍은 경복궁 근정전 사진을 보면 이 분위기를 실제로 느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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