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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494

홍패紅牌 사려~ 를 보다가 재밌는 기사를 발견했다. 나라 망하기 한 달쯤 전인 1910년 7월 26일자. 이 시절 작은 집 한 채는 200환이면 살 수 있었다. 요즘 고미술품 가게에 가끔 나오는 홍패 가격을 생각하면, 이 심구택이라는 사람은 순진한(?) 일본인을 얼마나 벗겨먹으려고 한 건지. 그런데 아무래도 이게 문제가 되었던 모양이다. 나흘 뒤 7월 30일에는 일종의 해명기사가 나온다. "낭설이라더라." 이 시기 신문은 거의가 '카더라 통신'이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기사 끄트머리가 꼭 "~라더라"로 끝나기 때문이다. 거 참 묘한 어조로세. 2022. 6. 5.
발명가가 아닌 뮤지션Musician 장영실 기묘사화가 일어나기 몇 달 전, 중종은 조강朝講을 열었다. 그날 주제는 무너진 음악의 법도였다. 을 보면 당시 우찬성 벼슬을 하던 이장곤(1474-?)이 이런 발언을 했다. "신도 장악원 제조(掌樂院提調)로서 악기들을 보건대 과연 잘못된 데가 많았습니다. 일찍이 듣건대, 세종께서는 하늘이 낸 예성(睿聖)이셨고 또한 신하 박연(朴堧) 및 악사(樂師) 장영실(蔣英實)이 때에 맞추어 났었기 때문에, 성음(聖音)을 제작함이 헤아릴 수 없이 신묘하여 소리를 들어보면서 고치고 기구를 관찰하면서 바로잡아 조금도 틀리지 않고 그렇게 묘했었는데, 요사이는 기구가 틀린 것을 알지 못하게 되었으니, 정자지(鄭子芝) 같은 사람이 비록 음률(音律)을 아는 것 같지만 어찌 그 근본을 알겠습니까? 수직(守直)하는 관원이 조심하지 .. 2022. 6. 5.
여색을 밝히고 명품 구찌에 환장한 정몽주 서거정의 를 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 ○ 포은(圃隱) 정문충공(鄭文忠公)은 평생에 지절(志節)이 있고 남을 이간(離間)하는 말이 없었는데, 어떤 이가 농담하기를, “자네는 세 가지 과실이 있는데 알겠는가.” 하였다. 문충공이 대답하기를, “말을 해 보라.” 하니, 말하기를, 1) “남이 말하기를, ‘자네 친구들과 모여서 술을 먹을 적에 남보다 먼저 들어가서 맨 나중에 자리를 파하니, 술 마시는 것을 너무 오래한다.’ 하더라.” 했다. 문충공이 대답하기를, “진실로 그런 일이 있다. 젊어서 시골에 있을 적에 한 동이 술을 얻으면 친척과 친구들과 더불어 한 번 실컷 마시고 즐기고 싶었는데, 지금은 부귀(富貴)하여 자리에는 손님이 항상 가득하고 술통에는 술이 떨어지지 아니하니, 내가 어찌 조급하게 하겠는가.”.. 2022. 5. 29.
현현거사玄玄居士 박영효의 글씨 철종 임금의 사위이자, 태극기를 만들고, 갑신정변의 주역이었으며, 망명과 유배를 밥먹듯 다닌 정객에, 일본의 후작 작위를 받은 친일파요, 동아일보 사장을 역임한 언론인 - 현현거사 박영효(朴泳孝, 1861-1939)를 이야기하려면 이 정도로도 부족할지 모른다. 근대의 그 누가 복합적 인간이 아니었으랴만, 박영효만큼이나 묘한 궤적을 보인 이도 흔치는 않다. 그리고 그는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1인자가 못 된 인물이기도 하다. 갑신정변에 관해서는 누구든 김옥균을 먼저 들먹이지 않던가? 그래서인지 그는 훗날 갑신정변을 회고할 때마다 "혁명을 김옥균이만 했던가? 준비는 나와 홍영식이 다했지" 같은 식으로 김옥균을 한껏 깎아내렸다. 친일 행적이라면 이완용에 밀린다. 박영효는 작위가 이완용보다 더 높았음에도 그가.. 2022. 5. 27.
몽고 황제가 좋아한 제주도 소고기 이른바 원 간섭기에 들어선 고려 충렬왕 23년(1297), 고려에서는 원에 사신을 보내 토산물을 바쳤다. 무엇을 바쳤는고 하니... 낭장郎將 황서黃瑞를 원元에 파견하여 금화옹기金畫甕器와 꿩 및 탐라 소고기를 바쳤다. - 권33, 세가33, 충렬왕 23년 1월 임오일 '금화옹기'는 아마 미술사 용어로 '화금청자畵金靑磁'라 하는 그것일 게다. 이것이 에선 '금화자기金畫瓷器'로 나오니 더욱 분명하다. 또 우리나라 꿩은 아름답고 또 맛나기로 유명하니 외국에 자랑하듯 바칠만도 하다. 주목되는 것은 탐라우육耽羅牛肉이다. 요새야 제주하면 흑돼지고 소는 상대적으로 덜 유명하지마는, 이때는 탐라산 소고기가 명물이었던가보다. 오죽하면 유목의 나라 몽골에 바칠 정도였을까(물론 소고기는 그 자체로 옳지만 말이다). 냉장고가 .. 2022. 5. 22.
저 조그만 위원석渭原石 벼루에 담긴 사연 지금이야 벼루라는 물건을 쓰는 사람도 많지 않고, 쓰더라도 문방구에서 파는 먹물 부어놓는 용도로만 알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제법 가까운 옛날만 하더라도 벼루는 어지간한 집이면 누구나 갖춰놓는 것이었다. 글씨나 그림을 작作하려면, 하다못해 간단한 편지를 쓰려고 해도 물을 부어 먹을 갈아 먹물을 만드는 벼루는 있어야 했으니까. 문방文房의 네 가지 보물 중에 벼루가 왜 들어가겠는가. 그런 만큼 좀 아는 사람들은 좋은 벼루가 무엇인지 따졌다. 진흙을 구워 만든 징니연澄泥硯이나 기와벼루인 와연瓦硯, 도자기벼루인 도연陶硯, 심지어 나무로 만든 목연木硯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벼루는 돌로 만들기 마련이다. 당연히 좋은 돌로 만들어야 좋은 벼루라고 할 수 있는 법, 솜씨 좋은 조각은 그 다음이다. 벼룻돌 중의 최고라는 단.. 2022.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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