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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471

심향 선생이 머무는 곳 근대 한국화 6대가의 하나로 꼽히는 심향 박승무(1893-1980)의 산소가 대전에 있다 하여 잠시 틈을 내 찾아가보았다. 대전 중구 목달동이란 곳인데, 금산 가는 길에 있는 한적한 시골이었다. 주소를 어디서 얻어 네비에 찍고 가보았는데, 길은 중간에 끊겨있고 개는 우짖고, 어느 민가 마당에 있다는 숭모비도 도통 보이지 않는다. 시간상 별 도리없이 발길을 돌리면서, 번듯한 표지판이라도 하나 해 두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듣기로 심향과 연이 없는 이의 사유지에 있다니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돌아가는 길에 보니 밤나무가 꽤 여러 그루 눈에 띄었다. 여기는 심향 생전에 그가 장만한 땅으로, 밤나무를 심어두고 농막 한 채를 지어 가을이 되면 여기 와 밤 따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던가. 그 편린을 엿본 듯하여 그.. 2021. 10. 1.
爲時古? 이 조선의 민낯을 보여주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는 몇 술 더 뜬다. 하룻동안 임금님과 신하들이 주고받은 이야기가 그 주제를 종횡무진 바꿔가며 전개되니 내용만 보자면 퍽 흥미진진하다. 그런데 생짜로 부딪혀가며 해석하자니 너무도 힘이 든다. 예를 들어, 이런 대목이 있다. 或以爲時古爲吐, 或有不爲者, 何也? 처음에는 뭔 소린가 했다. 以a爲b가 도대체 어디 걸리는 건지. 근데 한참 들여다보니 무릎을 팍! 爲時古가 우리말 ’하시고’였던 것이다. "혹 ’하시고’를 토로 삼고, 혹 하지 아니함이 있는 것은 어째서인가?" 공부는 해도 해도 모자라다. 2021. 10. 1.
우청 황성하의 소나무 1. 휘영청 달이 돋았다. 오래 묵은 소나무 등걸이 용틀임하듯 굽어 뻗쳤는데 그 아래로 시냇물인지, 물줄기 하나가 제법 폭포 느낌을 내며 흐른다. 달빛을 받으며 반짝이는 그 정경을 화가는 참 호방하게도 그려냈다. 약주 몇 잔 하시고 흥이 올랐는지, 옅은 먹을 찍은 붓을 휘두르고 채색을 살짝 더한 뒤에 다시 진한 먹을 쿡 찍어 화제를 썼다. 明月松間照 淸泉石上流 又淸 '우청'이 이 그림을 그린 분인 모양인데, 그러면 이렇듯 상남자 스타일로 왕유王維의 시를 풀어낸 우청은 과연 누구인가. 2. 형제가 같은 일을 하는 것은 드물지 않다. 하지만 4형제가 같은 업을 가졌다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 그런 형제들이 일찍이 있었다. 개성 출신 황씨 4형제 ㅡ 우석 황종하(1887-1952), 우청 황성.. 2021. 10. 1.
고려시대 출근갑질 권100, 정세유 열전 中 정세유가 형부상서(刑部尙書)로 승진하자, 당시 참지정사 상장군(叅知政事 上將軍)인 문장필(文章弼) 등 여러 장수들이 탄핵하여 아뢰기를, “정세유가 예전에 서북면에 있을 때 민에게서 명주실과 진기한 물품들을 거두면서 공물로 바친다고 사칭하고는 역마(驛馬)를 이용해 제 집으로 실어 보냈습니다. 또 상서성(尙書省)에 있을 때는, 영주(永州)의 향리(鄕吏) 최안(崔安)의 호장(戶長) 임명장[公牒]이 이미 완성되었는데도, 정세유가 수주(水州)의 향리인 최소(崔少)에게 뇌물을 받고 영(永)자를 수(水)자로 고치고 안(安)자를 소(少)자로 고쳐, 그 임명장을 최소에게 주었습니다. 일이 발각되었으니 법에 의해 마땅히 유배되어야함에도 잔꾀를 써서 처벌을 면했습니다. 지금 형부상서가 되어서는 먼.. 2021. 10. 1.
김규진이 다시 건 평양 부벽루 편액 1915년 8월 3일자 는 큼지막한 사진 하나를 싣는다. 강산여화江山如畫라는 눌인訥人 조광진曺匡振(1785-1840)의 글씨 편액이다. 그런데 편액에는 그 넉 자만 붙은 게 아니었다. 거기에 덧붙은 글이며, 양 옆에 "부벽루浮碧樓에 게揭할 편액扁額"이란 제목으로 실린 신문기사를 살펴보면 저 편액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내력이 나온다. 평양의 부벽루라면 고려의 문인 김황원金黃元(1045-1117)이 올라 서경西京을 내려다보며 "긴 성벽 한쪽 면엔 늠실늠실 강물이요, 큰 들판 동쪽 머리엔 띄엄띄엄 산들일세 長城一面溶溶水 大野東頭點點山"라는 구절을 짓고 더 이상 시상이 떠오르지 않아 통곡했다던 명소가 아니던가. 거기에 평양이 낳은 기인奇人 명필 눌인의 "강산이 그림 같구나!"란 지두서(指頭書, 손가락으로 쓴 글씨).. 2021. 9. 13.
옛날 백과사전에 나오는 모란 1. 고궁박물관 전시가 열리기 전도 모란이고 열린 뒤도 모란이다. 내년 봄을 기다릴 모란도 모란이고 낡은 책 속 모란도 모란이다. 그럼 글자로 된 모란을 만나보자. 2. 는 송나라 때 축목祝穆 등이 편찬하고 원나라 부대용富大用, 축연祝淵 등이 보완한 총 236권짜리 유서(類書, 전통시대의 백과사전)다. 역사서술의 강목체처럼 부部 아래 목目을 두고 목마다 군서요어群書要語, 고금사실古今事實, 고금문집古今文集 3항項을 두어 각각 고서 속의 관련 문구, 역대의 고사故事, 여러 문집에 실린 관련 시문을 상세히 인용하고 있다. 하늘, 땅, 사람부터 초목, 버러지와 물고기, 예악문물, 역대의 제도, 관직, 심지어는 음식이나 그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으므로, 이 책만 보면 거의 모든 전고를 알 수 있어.. 2021.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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