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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556

합격은 다 좋아, 째지는 기분 한시, 계절의 노래(61) 과거 급제 후(登科後) 당(唐) 맹교(孟郊) / 김영문 選譯評 지난날 비루한 삶내세울 게 없었는데 오늘 아침 팔자 펴서생각 또한 거침 없네 봄바람속 득의만만말발굽 치달리며 장안 모든 꽃을하루만에 다 보았네. 昔日齷齪不足誇, 今朝放蕩思無涯. 春風得意馬蹄疾, 一日看盡長安花. 중국 송(宋)나라 문호 소식(蘇軾)은 중당(中唐) 시인 맹교와 가도(賈島)의 시를 평하여 “맹교는 춥고 가도는 야위었다(郊寒島瘦)”라고 했다. 두 시인 모두 고통스러울 정도로 시어를 깎고 다듬는 것으로 유명했고, 처지 또한 불우했다. 하지만 이 시를 읽어보면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과거에 급제하여 기뻐 날뛰는 모습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하긴 후세에 시성(詩聖)이라 불린 두보도 끝내 과거에 급제.. 2018. 6. 5.
한밤중까지 계속하는 도리깨질 한시, 계절의 노래(60) 농가(農家) 송(宋) 오림(吳琳) / 김영문 選譯評 들판에 불 피우고보리타작 하는 밭에 고개 드니 북두성 돌고달님 낮게 드리웠네 옛날부터 농촌 살이즐겁다고 말하지만 한 밤중에 잠 못 잘 줄그 누가 알겠는가 野火相連打麥田, 仰看斗轉月低弦. 古來但說農家樂, 夜半誰知未得眠. 옛날에는 망종(芒種) 무렵에 보리를 벴다. 베어낸 보리는 작은 단으로 묶어 지게를 이용해 인근 빈터나 자기 집 마당으로 져날랐다. 거기에 보리를 둥그렇게 차곡차곡 쟁여 쌓아 작은 탑 모양 가리를 만들었다.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 보리가 잘 마르면 타작을 했다. 도리깨를 이용하다가 점차 기계 타작으로 바뀌었다. 도리깨는 손잡이 장대 부분과 장대 끝에 꼭지로 연결한 도리깨 열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도리깨질이 .. 2018. 6. 5.
비갠 후 새들의 오케스트라 한시, 계절의 노래(59) 관음사에 묵다 절구 세 수(宿觀音寺三絕) 중 둘째 송(宋) 이지의(李之儀) / 김영문 選譯評 비 갠 틈에 까막까치시끄럽게 울어대고 지빠귀 새 노래에제비 날개 가볍네 꼬꼬 우는 자고새는뻐꾸기를 재촉하고 소쩍소쩍 소쩍새는꾀꼬리를 부르네 烏啼鵲噪趁初晴, 百舌新調燕羽輕. 滑滑竹雞催布穀, 聲聲鶗鴂喚流鶯. 한시에도 새 소리가 나올까? 물론이다. 중국 문학의 비조로 알려진 《시경》을 펼치면 첫머리에서부터 새 소리가 나온다. 「관저(關雎)」 편 “관관저구(關關雎鳩), 재하지주(在河之洲)”의 “관관(關關)”이 바로 “저구(雎鳩)” 새의 울음소리다. “저구” 새가 무슨 새인지는 다소 논란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물수리로 번역하지만, “꽌꽌”하고 우는 울음소리에 비춰보면 가마우지(Phalac.. 2018. 6. 4.
술은 술로 풀어야 한시, 계절의 노래(57) 끄적이다(戱題) 당(唐) 맹호연(孟浩然) / 김영문 選譯評 나그네 취해 자다못 일어나니 주인이 해장하자불러 깨우네 닭개장과 기장 밥익었다 하고 술동이엔 맑은 술있다고 하네 客醉眠未起, 主人呼解酲. 已言雞黍熟, 復道甕頭淸. 함께 술을 마시며 속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벗이 있다면 당신은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술자리에서조차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위선과 가식으로 일관하기 일쑤다. 하지만 술은 위대한 마력으로 인간의 위선과 가식을 벗겨 버린다. 코가 비틀어지도록 함께 술을 마셔봐야 그 사람의 본 모습을 알 수 있다.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고 서로의 등을 두드려주며 우정은 깊어간다. 함께 술에 취해 잠을 자다가 아침에 해장국을 끓여놓고 잠을 깨우는 벗이 있다면 당신은 더 없.. 2018. 6. 3.
하늘하늘 피어오르는 침향 한시, 계절의 노래(58) 귀공자의 한밤중 노래(貴公子夜闌曲) 당(唐) 이하(李賀) / 김영문 選譯評 하늘하늘 침향 연기피어오르고 까마귀 울어대는한밤중이네 굽은 못엔 연꽃이물결 이루고 허리에 찬 백옥 띠는차가워지네裊裊沉水煙, 烏啼夜闌景. 曲沼芙蓉波, 腰圍白玉冷. 중국 당나라 시인 이하를 흔히 시귀(詩鬼)라 부른다. 이백을 시선(詩仙), 두보를 시성(詩聖), 왕유를 시불(詩佛)이라 부르는 것에 비교해보면 매우 그로테스크한 별명이다. 시를 귀신같이 잘 써서 그렇게 불렀을까? 그런 면도 없지는 않지만 그의 시가 드러내는 귀기(鬼氣) 때문에 그런 호칭이 붙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리라. 그의 시 대부분이 위의 시와 같은 귀기에 둘러싸여 있다. 불우하게 살다가 27세에 요절한 이하는 어쩌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2018. 6. 3.
대숲이 머금은 절대고독 한시, 계절의 노래(56) 죽리관竹裏館 [당唐] 왕유王維 / 김영문 選譯評 그윽한 대 숲에나 홀로 앉아 거문고 타다가또 긴 휘파람 숲 깊어 다른 사람알지 못하고 밝은 달 다가와비춰주누나 獨坐幽篁裏, 彈琴復長嘯. 深林人不知, 明月來相照. 근대는 빛과 함께 왔다. 모든 빛(文明)은 어둠과 야만을 적대시한다. 우리는 밤을 몰아낸 찬란한 빛 속에서 산다. 그윽하고[幽] 깊은[深] 대숲[竹林]은 사라진지 오래다. 죽림에 숨어 살던 현인들도 이제는 만날 수 없다. 혼자 태어나 혼자 죽으며 하나의 생명만으로 살아가는 인간은 절대적으로 고독한 존재다. 현대인은 자신의 고독을 보듬기 위해 산으로 강으로 몰려 가지만 이제 우리 산천 어디에도 고독을 음미할 장소는 없다. 산도 강도 욕망에 굶주린 암수 군상들의 시끄러운 캬바.. 2018.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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