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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2484

연려실기술과 초야잠필草野簪筆 필자가 언젠가 쓴 것 같지만 우리나라는 문장이 詩보다는 書가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서문 중에 연려실기술 서문이 있다. 명문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도 올렸었는지 기억이 없는데 다시 올려본다. 내가 열세 살 때에 선군先君을 모시고 자면서 꿈을 꾸었다. 꿈에 임금이 거둥하시는 것을 여러 아이와 길가에서 바라보고 있었는데, 임금께서 갑자기 연輦을 머물게 하시고, 특별히 나를 불러 앞에 오라 하시더니, “시를 지을 줄 아는냐.” 하고 물으셨다. “지을 줄 압니다.” 하고 대답하였더니 임금께서, “지어 올리라.”고 하셨다. 내가 “운韻을 내어 주소서.” 하였더니, 임금께서 친히, “사斜ㆍ과過ㆍ화花 석 자를 넣어 지으라.” 하셨다. 잠깐동안 시를 생각하는데, 임금께서 “시가 되었느냐.” 물으셨다.. 2023. 10. 18.
20년전 일본학회의 회고와 변화한 세상 20년 전 일본 홋카이도 다테시에서는 일본인류학회가 열렸는데 이떄 참석했을 때 찍어 둔 사진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일본은 버블경제 여파가 남아 있던 때라 나라 전체가 세련됨과 부유함이 가득했다. 학회를 참석해서 일본 인류학 연구를 들어보니 수준이 너무 높아 내 생전에 따라갈 수나 있을지 의문스러울 지경이었다. 사실 그 당시 일본 학계는 분야를 막론하고 모두 그랬고, 바로 그때 일본 학계를 이끌던 사람들이 최근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때 당시 일본학계 연구 방향에 필자는 상당히 큰 인상을 받았다. 미국과 유럽 학계 방향과는 분명히 달랐고 자국 발굴을 대상으로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설정된 주제를 보고 있노라니 우리도 저렇게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몇 년 지나 필자의 인연은.. 2023. 10. 18.
험난한 학제간 통섭의 길 (2): 쥬라기공원 마이클 크라이튼 Michael Crichton 유심히 보면 이런 학제간 통섭의 길을 걸은 사람들은 제레드 다이아몬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이아몬드의 글은 필자가 아주 높게 평가한다. 대중서를 쓰기 이전 장기간에 걸친 기초의학자로서의 경륜이 잘 녹아 있어 책 수준이 아주 높다. 반면 유사한 기조의 책이지만 최근 각광을 받는 유발 하라리는 명성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일단 하라리 역시 학제간 통섭을 지향하지만 자연과학이나 인류학 분야 스토리를 제대로 소화시킬 역량이 모자라는 것으로 보인다. 다분히 언론이 만든 스타라고 생각한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학제간 통섭 수준이 높은 사람으로 마이클 크라이튼 Michael Crichton (1942~2008)을 들 수 있다. 하버드 의대 출신 의사로 일찍부터 작가 길을 걸었다. 이 사람은 대중 작가로 유.. 2023. 10. 17.
험난한 학제간 통섭의 길: 총균쇠 재러드 다이아몬드 Jared Diamond (1) 일단 필자는 이 양반과는 전혀 면식이 없다. Jared Diamond-. 우리나라에도 이 양반 저술이 아마 번역이 꽤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대학생 필독서 1, 2위를 다툰다는 소위 "총-균-쇠"가 있다. 이 양반이 37년 생으로 필자 가친보다 한 살이 많다. 총균쇠를 써 냈을 때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 당시 필자는 모교 대학원생이었으므로 인연의 고리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하겠다. 다이아몬드는 기초의학전공자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베스트셀러를 써 내기 시작한 시기가 상당히 생각보다 늦다. 원래 의대교수로 전공은 생리학이었다 (지금은 정계로 진출한 안철수 선생과 같다). 그가 남긴 베스트셀러 책들의 일관된 주제인 환경사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시점에 이미 그는 50대였다... 2023. 10. 16.
현장은 현장을 지키는 사람에게 필자는 발굴 현장에서 직접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지금까지 반드시 직접 무덤에 들어가 고인골과 관련 시료를 수습하고자 하는 원칙을 지키고자 했다. 필자 같이 실험실에서 성장한 연구자들은 공통의 신념이 있다. 현장을 지키지 못하면 연구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연구실에서 배운 그 철학을 발굴현장에서도 관철하고자 했다. 언젠가부터, 정확히는 몇년 전인가 부터 현장에 흥미가 사라졌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이제 현장을 떠나고 이 작업은 현장을 지킬 사람들에게 넘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현장을 지키지 못하면 연구자가 아니다. 현장은 현장을 지키는 사람이 연구해야 하고 이 원칙을 지키지 못하겠을 때가 바로 떠나야 할 때인 것이 맞다. 현장을 지키지 못하는 순간 스스로가 그 현장의 연구자라.. 2023. 10. 15.
필자 평생의 업적 1호 필자가 스스로 평생의 업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미라 논문도, 그 단행본도, 인더스문명도 아니다. 필자가 첫머리에 내새울수 있는 평생업적의 1호는 완벽하게 그 history가 개체별로 파악된 고인골이 후속세대에 질서정연하게 이양되어 우리나라 인류학자들이 앞으로 계속 연구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게 한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필자가 이 일을 시작할 때 우리나라에는 옆나라 일본에 수천 수만개가 있다는 고대 인골이 거의 없었다. 아니 그나마 좀 있는 곳도 연구 좀 하자는데 보여주지를 않았다. 거짓말 같지만 지금 고인골을 연구하는 40대들은 그렇게 현장에서 박대 받으며 성장한 친구들이다. 내가 20년 작업으로 하나하나 ID한 그 고인골들은 2-3년 안에 내 손을 완전히 떠난다. 물론 어느 곳에서 출토되었.. 2023.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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