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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1993

복사꽃에 물든 경복궁 경복궁엔 사쿠라가 없다. 일제 잔재라 해서 궁궐 안 사꾸라는 다 주워뽑았다. 다른 데선 지고 없는 사꾸라가 매화와 함께 사멸한 경복궁을 찾았다. 복사꽃 몇 그루가 한창이다. 이래서 복숭아꽃을 미인에 견주어 그에 비견하는 미인을 도화녀桃花女라 하지 않았겠는가? 아미산은 절정이 조금 이르다. 모란은 금방이라도 망울 터줄 기세라 두어 송이 백모란 서둘러 꽃망 터뜨렸다. 옥매회가 한창이다. 살피니 할미꽃이라 할미가 가장 좋아하는 데는 미등이라 무덤이다. 할미꽃은 주검꽃이다. 이것도 요샌 약이 된다 해서 뿌리까지 다 뽑아가버려 야생이 남아돌질 아니한딘. 참콫 지기 시작하면 거짓꽃 철죽 시즌이라 독성이 매우 강해 저 꽃이파리 먹었다간 목숨부지 힘들다. 무슨 꽃인지 아지 못하겠으나 주변을 환하게 한다. 박태기 박치고.. 2021. 4. 8.
몸에 좋다 해서 주어 뽑는 엉겅퀴 엉겅퀴라는 풀이라 내 고향에선 소풀이나 쓰던 잡풀이다. 가시가 있고 그것이 억쎄서 찔리면 따끔따끔하다. 여름인가 가을 무렵에 보랏빛 꽃을 피우고는 이내 민들레 홀씨맹끼로 씨방이 짜개져 사방으로 흩날린다. 한국에선 흔해 빠진 잡풀인데 요샌 이것도 뿌리가 몸에 좋다 해서 보이는 족족 뽑아제끼고는 펄펄 끓는 물에 담가서 즙을 좍 뽑아마시더라. 내 아무리 먹을 것 없어도 엉겅퀴는 쳐다도 안봤다. 이 엉겅퀴를 상용하는 족속이 있는데 빈센죠 콘실리에의 나라 이태리다. 영에로 아티초크 artichoke 라고 하는 이것이 바로 지중해 엉겅퀴다. 우리가 먹고 저들이 버리면 괜히 쪽팔리는데 이건 반대니 으쓱해 보까나? 2021. 4. 5.
무쳐먹는 화살나무 순 나도 고향 떠난지 오래라 이걸 지칭하는 말이 따로 있었는데 까먹고 말았으니 엄마한테 물어봐야 한다. 요새는 단풍 중에서는 가장 일찍 들고 더구나 선홍빛 그 색깔이 강렬해서 단풍구경할 요량으로 지천에 깔리게 되었지만 파릇파릇 요즘 솟아나기 시작한 이 새순이 실은 별미라 끓는 물에 살짝 데치고는 참기름 묻혀 먹는다. 의외로 이 화살나무 순이 나물이란 관념이 희박한데 널린 게 화살나무니 뭐 도시 오염 뒤집어 쓴 게 맘에 걸리거덜랑 야외 나가 훑어와서 내가 시킨 대로 무쳐먹어 봐라.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관찰 예능 보면 주로 겨울철 가지 잘라 차로 달여먹느니 하는데 그건 하급동물이나 하는 짓이다. 그러고 보니 저 순 무쳐먹은지 몇년인지 모르겠다. 2021. 4. 5.
Fragrant Sxxt 향기나는 똥이다. 2021. 4. 5.
"자넨 내 탓을 할 거야" [이솝우화] 긴 여행에 지친 한 남자가 우물 옆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가 우물에 막 빠질 뻔했을 때, 우연의 여신 티케 Tyché 가 나타나서 그를 깨우며 말했다. 이보게, 나그네 친구! 그렇게 자다가 우물에 빠지기라도 하면, 자네는 아마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기보다는 나를 원망하겠지. *** 지 잘못으로 빠져죽을 뻔한 놈이 애꿎은 운명을 탓한다는 이솝우화 한 토막이다. 어째 지금 대한민국의 자화상 같다. 왜 남탓을 하는가? 2021. 4. 5.
남산 대일밴드 사꾸라 어제 봄비 같지 않은 강한 비가 죙일 쏟아부어 사쿠라 맥없이 늘어지고 없을까 혹 기적으로 살아남은 꽃이파리라도 부여잡고픈 다급함에 남산으로 향했더랬다. 남산도 산이라고 지대가 좀 높아선지 평지엔 지고 없는 꽃잎이 그런대로 마지막 숨을 헐떡인다. 이 열쇄꾸러미 볼적마다 저리 묶은 사랑 지금은 다 어떤지 따지고 싶다. 전쟁 같은 사랑? 학폭 같은 사랑? 저리 요란하지 않더래도 읍내 다방 잠깐 만나 맺은 인연이라도 저보다 저 애절한 사랑 쌔고쌨음에랴 다녀온 지인들한테 묻곤 하거니와 당신네 사랑도 저리 요란했소? 한데 왜 찢어졌소? 보증이었소? 묻곤 했으되 아무도 내가 납득할 답은 해주지 않더라. 거금 만육천원 카드깡하고는 딱 오르는데 삼십초 걸린다는 남산타워 올라본다. 매년 이맘이면 언제나 하는 짓이긴 하나 .. 2021.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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