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이런저런1883

문체와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 매독을 다루며 보았듯이 유사 이래 사람들은 특정 질병들을 미화해왔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질병은 어떤 상황에서도 멋지지 않다. 멋지다고 가장하는 것은 데스마스크에 예쁜 얼굴을 그리는 것과 같다. 해골바가지에 립스틱을 칠해봤자 제니퍼 로렌스가 되지 않는다. 질병은 인류의 가장 근본적인 적이며 지속적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 질병에 걸린다고 다음과 같이 되지는 않는다. 멋지다. 시적이다.섹시하다.고상하다.천재적이다. 대신 이렇게 된다. 죽는다. (결핵) 위대한 인물의 전기를 믿는다면 아무도 매독에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놀랄 만큼 운이 좋은 것이다. 1493년 바르셀로나에서 발견돈 이래- 신대륙에서 들여온 것으로 추정된다 - 그 성병은 유럽인들을 닥치는 대로 쓰러뜨렸다. 너무나 파괴적이어서 유럽인이 아메리.. 2020. 3. 16.
헌책방에서 만난 19년전 친필 사인 증정본 이전엔 분명 안보이던 책이 보인다. 저자는 유명한 사람이다. 아무래도 친필 사인본이 아닌가 해서 들차본다. 예상은 적중한다. 이런 저자 사인본 책은 중고서점에선 흔히 만나는데 그 친필본은 때론 희귀본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머릴 굴려본다. 내가 최명길 남편한테 이 책을 왜 보냈지? 그런 기억이나 있나? 대체 고리를 찾기 힘들다. 혹 저 무렵이 내가 문화부 출입하던 시절이 아닌가 한다. 그런 인연으로 증정한 모양이다. 일전에 말했듯이 저자한테 하늘은 독자다. 선플 악플보다 더 처참한 글은 무플이다. 책은 필요한 사람한테 가야 한다. 초동급부라도 절박한 사람한테 가야 한다. 2020. 3. 15.
The sun also rises over novel coronavirus 다시 하루가 꼬꾸라친다. 서해 너머 어딘가로 대가릴 쳐 박는다.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뜬다. 2020. 3. 14.
셸리의 길, 키츠의 길 그래 아련함이라 해 두자. 진펄 두터운 연못 바닥에 자갈 하나 가라앉아 일으킨 작은 꾸중물이라 해 두자. 미련일까? 점심시간 빌려 인근 교보문고 들러 무념무상 이 책 저 책 구경하는데 어쩌다 저에 눈길이 갔다. 이젠 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얄팍한 영시 혹은 영어 편지 번역 두 권 집어왔다. 저 길 갔음 행복했을까? 편집국 야간 데스크석 앉아 야전사령관 노릇하는 지금이 셸리보다 키츠보다 못할 리 없잖은가? 요절한 저들보다 두 배 이상을 산 내가 무에 모자랄까? 2020. 3. 11.
남한강변에서 불러본 이름 김학의 김학의가 저 별장에서 벌개벗고 질펀하니 놀 적에 몇 살이었는지 기억에 없다. 묻고 싶었다. 넌 그 나이에 그럴 흥이 나더냐? (지금 보니 김학의는 1956년 생이라, 저 별장 성접대 사건은 2006년이라, 당시 학의는 만 50이었다. 얼나 때구만...) 궁금했다. 불렀다. 이리오니라. 주모는 간데없고 두어마리 개새끼만 요란스러 짖어댄다. 쥔장은 출타하셨는가? 묻는 말에 개가 이르기를 멍멍 켁켁 하는데, 자동번역기 돌려보니 이렇더라. 온 세상 다 더러븐데 나만 혼자 끼끗하여 이리로 쫓겨났느니, 자넨 흘러가는대로 살라. 원주시 부론면 정산리 2118-2에 소재하는 김학의별장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창궐하는 그제 2020. 3. 10.
코로나 뚫고 성큼성큼하는 연등 거의 매일 한번은 지나는 조계사. 어제 각중한 만남에 어랏? 하고 말았으니 조계사가 연등으로 덮히고 있었다. 캘린더를 뒤진다. 사월초파일이 그레고리우스력으로 언제던가? 4월 30일이다 올핸 좀 빠르다. 조만간 윤달이 있겠다 싶다. 늘카야 하는 까닭이다. 그러고 보니 부처님오신날 코앞이라 이미 절간은 그 준비에 들어간 모양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어느 때보다 뒤숭한 싯타르타 생일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때까진 이 난국이 좀 수그러들지 않겠냐 기대하지만 모를 일이다. 그래도 이 우중충함에 울긋불긋 알록달록한 공중을 보니 그런대로 기분은 좀 풀리다. 2020. 3. 7.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