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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2053

절도사들이 구축하는 번진의 시대를 어찌 봐야 하는가? 우리가 배운 역사에서 이상형은 언제나 철저한 중앙집권이었다. 이기백이 대표하는 기존 역사학은 왕권 성립을 기반으로 삼아, 지방관을 중앙에서 직접 파견해 그 중앙의 통치이념을 지방에 일방으로 강요 윽박 전파하는 그런 시스템을 우리는 고대국가 성립이며, 이를 국가 성립의 지표로 삼았다. 나아가 이것이 중요한데 그것이 바람직한 사회라고 했다. 하지만 이것이 이상형인가. 중국 당唐 제국을 보면 중앙집권 성립은 2대 태종太宗 무렵이며, 이후 약 100년간 그 극성을 구가하다가 결국은 현종玄宗 천보天寶 연간 안록산安祿山 사사명史思明 난을 계기로 절도사 節度使 jiedushi 들이 활개를 치는 시대가 개막했다. 이들 절도사가 구축한 영역을 번진 蕃鎭 藩鎮 Fanzhen 이라 하며 이 시기를 번진할거藩鎮割據 시대라 한.. 2021. 1. 3.
예수도 이기지 못한 기자라는 마약 기자들이 지켜보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언제나 기자들 그만 봤으면 하는 푸념을 한다. 이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한데 어느 순간 개떼처럼 달라붙던 기자들이 자기 주변을 떠나는 날이 있기 마련이다. 이때의 공허함은 갱년기나 폐경기 증상보다 심각하다. “그 많은 기자가 어디갔지?” 탄핵 이래 박근혜 사진이 언론에서 사라졌다. 우리가 매양 보는 박근혜는 자료 사진 혹은 자료 영상 뿐이다. 그렇게 한달 가까이 청와대에 쳐박혀 있다 보면 좀이 쑤시기 마련이다. 기자는 예수님도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또 이 말을 하니 식상한데, 죽은지 사흘만에 부활한 예수님의 첫마디는 “기자들 왔어? 카메라는?” 였다는 말...이 말 맞다. 정치인에게 기자는 마약이다. (2017. 1. 1) *** 비단 정치인한테만 허용하는 .. 2021. 1. 1.
불경죄라 해서 마스크를 벗은 김정은, 모조리 마스크를 쓴 남한 정치지도자들 1월 1일 신년이라 해서 국립묘지 혹은 그에 해당하는 시설을 국가 주요 지도자로 분류하는 사람들이 참배하는 전통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강고한 유교질서가 여전히 지배하는 동아시아 국가에서 이 전통은 매우 강렬한 관습이 있으니 나는 이것이 바로 이 문화권에 뿌리깊은 조상숭배, 특히 종묘 혹은 사당참배 전통에 연결한다고 본다. 그 유습이 국민국가시대에도 남아 그것이 국가 관습처럼 살아남아 꿈틀거리는 증거로 본다. 이 종묘 혹은 사당 숭배가 대표하는 기념물이 시조묘 제사다. 국가적인 관점에서는 건국시조를 제일로 치고, 가문에서는 흔히 불천위不遷位로 거론하는 종족시조 혹은 중시조를 제일로 친다. 시조묘나 중시조묘는 시대별 넘나듦이 있어 그 사당을 따로 설치하기도 하고, 조선왕조의 경우에.. 2021. 1. 1.
백신 팔겠다는 모더나 화이자 물리쳤던 한국정부 이번 코로나팬데믹 국면이 방역 국면에서 백신 국면으로 넘어가면서 한국정부는 곤혹스런 처지에 내몰렸으니, 일단 밖에서 보기에는 넋놓고 있는 것으로 비친 까닭이다. 무엇보다 백신 확보가 다른 주요 국가들에 견주어 현격히 늦었고, 그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정부는 청와대와 대통령까지 나서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 변명 반박하는 국면이 빚어졌으니 이런 비판은 이후 이 정부가 보인 대응 국면을 볼 적에는 상당 부문 타당하다. 그것은 무엇보다 모더나와 백신 확보를 위한 협상에 뒤늦게 뛰어들어(물론 정부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으니, 그리하여 겨우 모더나 백신을 확보한 사실을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대서특필 홍보하기에 이르렀다는 반증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런 비난들에 정부 쪽에서는 지난 .. 2021. 1. 1.
“제자” 이런 말 쓰지 마라 이건 이른바 선생 집단에서 흔히 보이는 표현인데, 본인 단독 작업 혹은 공동작업에서 항용 그 오야붕적 위치에 있는 자들이 흔히 "이 작업에는 제자들이 함께 고생해주었는데..." 이런 표현이 자주 보이거니와, 같이 작업했으면 동료요 동학이다. 설혹 내가 지도교수이니 팀장이니 책임연구원이니 하는 지위에 있더라도, 제자? 이 말 아예 쓰지 마라. 제자라는 말은 한국어사전에서 방출해야 한다. 그 자신이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제자라는 말에는 극한의 차별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혹 내 지인 중에 이런 말을 무심코 쓴 교수님들 있다면, 지금까지는 용서하고 묻어두기로 한다. 앞으로는 쓰지마!!!! 제자가 시다바리인가? *** 이상은 2018. 12. 31 글을 어투를 약간 손질했다. 나 역시 무심코 쓰는 말이긴 하지만 .. 2020. 12. 31.
작년 인사로 갈음하는 올해 망년사 이 업계 발을 디딘지 만 27년을 채우고 낼부터 28년차로 접어든다. 기자記者는 記하는 놈이다. 그 記하는 일을 떠난지 대략 4년은 된 듯하다. 다시 그 길은 가지 않겠다고 나 자신과 약속했다. 물론 나 자신과의 약속이며 환경은 언제나 변하기 마련이라 어찌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떠난지 너무 오래라 이젠 그 길로 돌아간다는 것도 겁부터 덜컥 난다. 記하는 자가 4년을 떠났으면 그 길은 끝장났다 봐야 한다. 감을 잃어버린 것보다 흐름을 잃었기 때문이다. 記하는 者가 4년을 떠났으면 더는 記者가 아니다. 그런 까닭에 언젠가부턴 나 자신도 기자였다고 하지 기자라곤 하지 않는다. 또 한해가 간다. 해가 졌다. *** 바뀐 건 오직 하나. 저들 숫자에서 1을 더하면 된다. 내가 연합뉴스 전신 연합통신에 입사하기.. 2020.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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