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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여우꼬리보다 보리 까끄라기, 그보단 송충이 닮은 수크령 파고 든 autumn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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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를 수크령이라 한다는데 까끌까끌 타작 무렵 보리 까끄라기 같아 영 사타구니로 손이 나도 모르게 간다.

찾아보니 이 친구를 라틴어 학명으로는 펜니세툼 알로페큐로이디즈? Pennisetum alopecuroides 라 한다지만 이걸로 알아먹는 이 몇이나 되겠는가?

Chinese fountaingrass 혹은 dwarf fountain grass 혹은 foxtail fountain grass 혹은 swamp foxtail grass 따위로 부른다는데

Chinese야 그 원산지를 말할 터이며 dwarf는 위로 크게 자라지 않고 난쟁이 땅콩마냥 옆으로 퍼짐을 말할 것이요 swamp 혹은 fountain은 생육환경이 물 많은 데를 좋아함을 지칭할 터이고 foxtail이란 그 생김새가 여우 꼬리를 연상케 함이기 때문이리라.

덧보태는 김에 저 놈은 여우꼬리나 보리 까끄라기보단 차라리 송충이 모양이라 어릴 적 깡통에 집게 들고 온산 소나무 갉아먹어 종국엔 누렇게 만들고 마는 저 놈들 잡으러 댕긴 기억이 번번이 소환되는 바람에 영 께름칙하기만 한 몰골이다.

그 송충이에 쏘인 기억이 있는 사람은 그 악몽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이 친구야 말할 것도 없이 백합 lilly라 그러고 보니 요새 그 꽃이 제철인가 싶다.

이 릴리라는 꽃은 내 세대가 교과서로 영어를 배울 적에 가장 먼저 만난 꽃 이름이기 하면서 한편으로 나맹키로 한때 영문학 언저리를 기웃한 사람들한테서는 워즈워스가 대표하는 로맨티시즘 영시에서 무척이나 자주 조우해 친숙하긴 하다만 막상 그 시절만 해도 그 실물을 만나기가 여간 어려운 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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