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ESSAYS & MISCELLANIES2541 가차假借, 뜻보단 발음 은작산 한묘銀雀山漢墓 우리 학계, 특히나 고물딱지를 신주보물단지처럼 여기는 우리네 역사 관련 학계에서 고질과도 같은 믿음이 있으니, 오래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그것이다. 텍스트로 국한해 볼짝시면, 덮어놓고 오래된 것일수록 그에 대한 상대적인 믿음이 더 강한 노골과도 같은 신념이 있다. 오래된 것일수록, 그것이 소위 당대當代의 증언이라 해서, 그것이 후대에 나온 판본들에 견주어 당시의 실상을 훨씬 더 잘 전한다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소위 당대 혹은 당대에 가까운 텍스트일수록 의심을 살 만한 구석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언제나 그 보기로 들 듯이, 나는 광개토왕비, 그 기록의 진실성을 믿지 않는다. 그것이 광개토왕 혹은 장수왕 시대의 기록이라 해서, 그것이 저 시대 사정을 후대의 다른.. 2019. 9. 17. 소위 지식인사회의 3대 새빨간 거짓말 우리 학자들이 논문이나 책에서 매우 자주 쓰는 말로 세 가지가 있다. 첫째가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동학同學들의 많은 지도편달(혹은 질정)을 바란다"는 것이요, 둘째가 "이번 논고論考에서는 다루지 못한 문제는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며, 셋째가 "좀더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학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적어도 우리 고고학계나 역사학계에서 이 말을 말 그대로 받아들였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편달, 즉 채찍질을 바란다고 해놓고선 자기 학설이나 주장을 비판하는 '동학'에게는 발끈하다 못해 서로 사이가 틀어지기 일쑤이고, 약속한 '별도의 논고'는 (죽을 때까지-인용자 보완) 도통 나올 기미가 없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런데 "좀더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말은 그동안 자기가 .. 2019. 9. 11. 오보 인정을 두려워하는 언론, 오판을 인정 안하는 학계 *** September 9, 2016 글을 문맥을 손질하는 수준에서 전재한다. 한국 언론을 향한 질타 중에 저 항목이 빠지지 않는다. 그리하여 항용 말하기를 "오보를 인정하더라도 그 공지는 눈깔에 보일랑말랑한 크기로 싣는다"고 한다. 예컨대 어떤 사람 어떤 단체를 고발하는 기사를 5단짜리로 썼다가 그것이 오보로 드러났을 때는 그 공지 역시 적어도 5단짜리 크기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항용 외국 저명 언론을 들어, 외국에서는 그렇지 아니한테 우리 언론은 왜 이 꼬라지라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대체로 맞는 말이지만, 대체로 틀린 말이기도 하다. 오보...이거 인정하기 쉽지 않다. 이는 《뉴욕스타임스》 《워싱턴포스트》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우리보다 조금 나을 뿐이다. 오보.. 2019. 9. 9. 피의사실 공포와 알권리 아래 첨부하는 글은 보다시피 2013년에 쓴 것이라, 당시는 이석기 사태를 즈음해 피의사실 공포 논란이 첨예하게 일었다. 피의사실 공포와 알권리는 언제나 길항작용을 빚었다. 이는 이를 표방하는 헌법정신 자체가 실은 어느 정도 이율배반을 함유한 데서 초래하는 숙명이라 할 수 있으니, 동 제21조 ①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니와 이에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함을 보거니와, 그 언론의 자유 핵심 중 하나가 알권리임을 말할 나위가 없겠다. 그러면서도 동 헌법 제27조 ④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하거니와, 이는 언제나 국민의 알권리와 상충할 요소를 지니게 된다. 실제 그 운용양상을 볼 적에 이 두 권리는 항용 파열음을.. 2019. 9. 8. 교수 공직 취임은 이중취업이다 *** September 8, 2017 at 11:57 AM · Seoul 같은 제목 글을 약간 손질한다. 그때 기준으로 남겨두어야 하는 이유가 명백해 그대로 시점을 둔다. 이 교수 겸직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에서도 나는 여러 번 지적했다. 이걸 피한다고 동원하는 편법이 월급 한 군데서 받기다. 예컨대 A대학 현직교수인 B가 장관에 임명되면, 대학에는 휴직계를 내고서는 공직에 가서 거기 월급을 받는다. 나는 이 문제가 비단 문재인 정부만이 아니라 줄곧 지적했다. 기자로 공직에 등용되는 이가 더러 있지만, 그네 중 어떤 누구도 휴직하고서 공직에 가지 않는다. 유독 교수라는 자들만이 이 짓을 한다. 교육법인가 어디에서 그런 규정을 턱 하니 맹글어 놓았기 때문이다. 나는 교수들의 공직 진출 자체에.. 2019. 9. 8. 《문장론강화》 앰비규어티ambiguity와 수식의 문제 "문학과 미술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여자 주인공은 아마도 신과 같은 라마의 아내 시타sita와 크리슈나 신의 연인 라다rada일 것이다." 이런 문장을 접하고 나는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었다. "신과 같은" 존재는 라마일까? 시타일까? "신과 같은" 존재는 라마 혹은 시타에만 해당할까 아니면 크리슈나 신 혹은 라다까지도 해당할까? 이어지는 문장들을 보니 신과 같은 존재는 시타와 라다였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가? 한국어 특징에 맞는 수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문장의 앰비규어티가 두드러지게 되었다. 따라서 저 문장을 나 같으면 다음과 같이 쓴다.. "문학과 미술이 가장 자주 다룬 여자 주인공으로는 시타와 라다를 들 수 있겠다. 둘은 인간이지만 신과 같은 존재다. 시타는 라마의 아내이며 라다는.. 2019. 9. 7. 이전 1 ··· 366 367 368 369 370 371 372 ··· 424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