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21937 소와 말, 닭이 없는 농촌 우리나라 농촌은 자연과는 거리가 멀다는 외침을 김단장께서 계속 반복 주입하고 있거니와, 당연히 지금 시골에서 볼 수 있는 농촌의 정경은 "산업화의 산물"이다. 아니 조선시대의 농촌 풍경 역시 "근세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청동기시대의 농촌은 이렇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삼국지 동이전을 보면, 種禾稻·紵麻, 蠶桑·緝績, 出細紵· . 其地無牛馬虎豹羊鵲. 이라 하여 왜의 정경을 묘사하되, 쌀농사, 양잠까지 하고 있지만 소와 말이 없는 상황을 쓰고 있거니와 이 당시 한반도는 남부지역까지 이미 소와 말을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한반도에 소와 말이 언제부터 있었을까? 쌀농사가 시작되면서부터일까? 그것이 아니었을 것이라 본다. 우리가 아는 농촌의 여러 구성요소들은 일거에 몽땅 들어와 이식된 것이 아니고 들어온.. 2023. 10. 9. 죽은 자도 산 자도 다 함께 안주安住의 집이 없고 바람만 부는 다부원에서 다부원多富院에서 by 조지훈 한 달 농성 끝에 나와 보는 다부원은 얇은 가을 구름이 산마루에 뿌려져 있다. 피아 공방의 포화가 한 달을 내리 울부짖던 곳 아아 다부원은 이렇게도 대구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었고나. 조그만 마을 하나를 자유의 국토 안에 살리기 위해서는 한 해살이 푸나무도 온전히 제 목숨을 다 마치지 못했거니 사람들아 묻지를 말아라 이 황폐한 풍경이 무엇 때문의 희생인가를 고개 들어 하늘에 외치던 그 자세대로 머리만 남아 있는 군마의 시체 스스로의 뉘우침에 흐느껴 우는 듯 길 옆에 쓰러진 괴뢰군 전사 일찍이 한 하늘 아래 목숨 받아 움직이던 생령生靈들이 이제 싸늘한 가을 바람에 오히려 간 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다부원 진실로 운명의 말미암음이 없고 그것을 또한 믿을 수가 없다면 이 가련한 주.. 2023. 10. 9. [photo] 부사 사과 만한 석류가 영글은 가을 꼬다리가 아니었던들 천상 사과라 했으리라. 덩치가 부사 같아 크고 붉다. 경주 서악마을 돌담길을 치렁치렁하며 무겁게 시간을 짓이긴다. 그래도 시간은 간다. 2023. 10. 9. 간고등어 냄새 풍긴 영령들이 산화한 다부동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곳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길목이다. 공격하는 쪽은 어케든 이곳을 차지해야 하며 지키는 쪽은 어케든 이곳을 사수해야 한다. 한국전쟁 격전지 중 하나요 그 분수령을 이루는 다부동전투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입간판을 살핀다. 이곳이 무너지면 대구가 붕괴하고 대구가 붕괴하면 갈 데가 없다. 종군문인으로 그 현장을 답사한 이가 있다. 그는 썩어가는 군인들 시체에서 간고등어 냄새를 맡는다. 그 비릿하면서도 케케한 냄새. 오직 승리만 기억한다 하나 그에는 간고등어 냄새 풍기며 죽어간 영령들이 있다. 쳐들어간다. 한데 배가 고프다. 2023. 10. 9. 미지未知 말살하러 찾은 칠곡 가산산성, 죽어간 문화재를 조곡한다 어쩌다 보면 인연이 닿을 듯 말 듯하다 미지未知로 지나치는 데가 한둘이리오? 이곳 칠곡 가산선성 역시 그러해서 인근 동화사며 송림사며 하는 데 들리면서 표지판만 봐둔 곳이라 이제 더는 생소로 남겨둘 수 없다 해서 경주서 김천 가는 길에 기어이 들렀거니와 막상 현장서 안내판 보고선 둘레 11키로라 해서 완주는 단념하고 복원 구간과 본래하는 지점이 적절히 섞인 남문 구간과 그 인근 폐허가 된 성벽 구간 일부만 맛뵈기로 봐둔다. 붕괴한 구간은 완전히 파괴됐으니 일반인 눈에는 그냥 폄범한 돌무더기일 뿐이라 이 가산산성이 한국문화재 정책사에서 중요한 지점은 산성 보호 표준작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이 흐지부지한 느낌이 있는데 문화재청이 김계식 보존국장 시절 더는 21세기 성벽 만드는 일을 용납하지 못하겠다 하며 그 .. 2023. 10. 9. [한문강화] 형태에서 소리로, 고증학의 본령 우리는 흔히 淸代 학풍의 최대 특징으로 고증학을 든다. 고거학考據學 혹은 훈고학訓詁學이라고도 하는 고증학考證學이란 무엇인가? (이들을 흔히 주된 활동연간을 들어 건륭 가경 연간이라 해서 건가학파乾嘉學派라고도 한다.) 이르노니 형태에서 소리로의 일대 전환이다. 전대흔钱大昕(1728~804)이며 단옥재段玉裁(1735~1815) 왕념손王念孙(1744~1832) 왕인지王引之(1766~1834) 등의 18세기 고증학의 기라성들의 글을 보면 "봄눈 녹듯이 의문이 사라진다"는 표현이 일대 유행임을 볼 수 있거니와 고증학은 그 근간이 문자학이다. 물론 이 문자학에 대한 비판이 드세자 대진 같은 이는 "그래?" 하는 심정으로 "맹자소의의증"이라 해서 문자학으로 밝혀낸 성과를 맹자 철학 전반을 재해석하는 일대 금자탑을 이.. 2023. 10. 9. 이전 1 ··· 1552 1553 1554 1555 1556 1557 1558 ··· 365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