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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급에서 직수입한 궐련" 개화기 조선을 물들이는 수입산 열풍 1900년대, 개화 바람을 그득 쐰 분들의 니즈를 맞춰줄 외제품이 이 땅에 슬슬 들어오기 시작한다. 곰방대 대신 종이로 도르르 담뱃잎을 감싸 만든 지권련紙捲煙이 서울 개화신사들의 손에 하나 둘 들리게 되는데, 개중 특히 인기있던 것 같은 담배가 바로 '애급지권련', 곧 이집트 담배였다. 이 사진은 경성 정동의 수입상 대창양행에서 낸 애급지권련 광고다. 카이로의 '바피아듸쓰' 상회에서 낸 진짜 이집트 담배라고 하면서 손님을 끄는데, 상자에 붙은 이집트 정부 인지를 확인하라는 걸 보니 그때도 가짜가 적잖이 나돌았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이 담배 꼬나문 수염쟁이 아저씨 옆모습이 우리네 조상께서 처음 접했을 '이집트'의 이미지였던 셈인가. 누구 솜씨인지 특징을 퍽 잘 살렸다는 느낌이다. *** 편집자주 *** .. 2023. 2. 15.
망국 전야 우리나라 구한말. 특히 갑오경장 이후 을사조약을 거쳐 경술국치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은 우리에게 아마도 당시 국가 행정은 "개판 오분전"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남은 당시 공문서를 보면 생각보다 상당히 행정이 원칙에 따라 돌아가고 있었고 나라가 망하기 직전까지도 국가 운영은 그럭저럭 잘 수행되고 있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일전에 쓴 글에 구한말 대한제국관리 거의 절반이 조선총독부 하급관리로 승계되었다는 이야기를 쓴 바 있는데, 갑오경장 이후 경술국치까지 우리 생각처럼 그 "구한말"이 "나라도 아닌 상태"로 개판 오분전이었는지는, 그야말로 실증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인 느낌인데, 갑오경장 이후 조선-대한제국 정부를 근대국가로 보는 시각과 그게 아니라는 시각이 대립하는 것으로 아는.. 2023. 2. 15.
섣달그믐 밤새워 거나하게 걸쳐야는데 하필 능 제사 동원된 백운거사 당직근무를 서는 중이다. 밤 깊어 고요한데 문득 이규보 선생이 숙직 선 이야기가 에 있을까 싶어, 찾아보니 몇 편 있었다. 그중 가장 연대가 이름직한 것을 골라 소개해본다. 엄밀히 말하면 숙직이라기보다는 잠 안자고 있던 데 가깝겠지만. 신령스러운 송악이 몹시 추운 줄 누가 걱정해 주랴 / 神岳苦寒誰更惜 ㆍ동지冬至 제사라 능에 묵을 때 송악松岳이 몹시 추웠다. 광릉에서 해 보내며 스스로 비웃는다 / 匡陵守歲自猶咍 푸른 관복입은 대축이라고 웃지를 말게나 / 靑衫大祝人休笑 매양 시 짓기 내기하면 내 시가 으뜸으로 돈단다 / 每賭新試一首廻 ㆍ낮은 벼슬에 있으면서 늘 축사(祝史, 제사 때 축문 읽는 관리)가 되었다. ㅡ 전집 권10, 고율시, "섣달 그믐밤 광릉匡陵에서 머무르면서 짓다" '광릉'은 어떤 왕이나 왕.. 2023. 2. 15.
부처님도 혼자서는 외로운 법, 양촌 권근이 말하는 협시 보살의 탄생 아래에서 그렇고 조선시대 불교 관련 논급에서 당주堂主라는 말이 흔히 보이는데, 글자 그대로는 건물채 주인이라는 이 말은 요새 불교미술사학계에서 주로 쓰는 용어로는 주불主佛 정도에 해당하며 해당 사찰에서 제일로 치는 신앙 대상이다. 대웅전이 정전인 데서는 석가모니 부처, 비로전인 곳은 비로자나불, 아미타전인 데서는 아미타불을 주불, 다시 말해 堂主로 삼는다. 고려말 조선초 문한文翰에서 명성을 날린 양촌陽村 권근權近(1352~1409) 시문을 모은 전집 격인 《양촌선생문집陽村先生文集》 권 제33 잡저류 애책哀冊이 수록한 석왕사釋王寺 당주堂主 비로자나毗盧遮那와 좌우보처左右補處 문수文殊·보현普賢에 복장腹藏하는 발원문(왕명을 받들어 짓는다) [釋王寺堂主毗盧遮那左右補處文殊普賢腹藏發願文(奉敎撰)] 은 앞서 다룬 민지.. 2023. 2. 14.
한성백제박물관 뉴스레터 《한백소식》 No. 19, 2022 한성백제박물관 뉴스레터인 《한백소식》 No. 19, 2022 가 나왔다고 이번 호 필진에 포함된 내 앞으로 두 부가 날아들었다. 나도 기억이 오래되니 이 뉴스레터가 오프라인 잡지이기도 했던가 의심하기도 했으니 현직을 떠나면 여러 모로 기억이 감퇴하고 티미해지기 마련이다. 이번 호에 문화재 안내문을 어찌 접근해야 하는지 고민을 예시 중심으로 토로해 달라기에 기간 이 문제와 관련한 생각들을 이참에 인쇄물로 간단하나마 정리해두자 했으니 쓰다가 방향을 바꾸었다고 말해 둔다. 편집전 내가 보낸 원고 전문은 이미 전재한 적 있으므로 다음을 참고해주셨으면 한다. 한성백제박물관 (e뉴스레터) 칼럼 - 문화재가 전문적이라 어려울까? 한성백제박물관 (e뉴스레터) 칼럼 - 문화재가 전문적이라 어려울까? 한성백제박물관이 의뢰.. 2023. 2. 14.
인문학 데이터 베이스의 다음 단계는 AI와의 접목 사실 고전 번역 사업이 이런 결과를 낳으리라 누가 상상했겠는가? 고전 번역 사업은 단순히 케케 묵은 방에서 고전을 한글화해서 활자화해낸 데 그친 게 아니라 그 결과물을 아낌없이 온라인 공개 해버린데 있다. 그리고 이걸 누가 볼까 싶은 문헌도 번역 리스트에 넣고 한글 번역화함으로써 학자들이 이보다 더 아래로, 더 디테일로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만들어 버린 데 큰 공을 세웠다. 고전번역사업과 같은 인문학 데이터 베이스 구축사업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당연히 AI와의 접목이다. 지금 시작하면 10년 쯤 후에는 전 세계 인문학을 주도할 수 있다. 2023.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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