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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초로 맺은 사랑 한시, 계절의 노래(67) 춘망사 네 수(春望詞四首) 중 셋째 당(唐) 설도(薛濤) / 김영문 選譯評 꽃잎에 바람 불어늙어가는데 아름다운 기약은아득하여라 님과 나 한 맘으로맺지 못하고 하릴없이 동심초만맺고 말았네 風花日將老, 佳期猶渺渺. 不結同心人, 空結同心草. 설도는 조선의 황진이에 비견할 만한 당나라 여류 시인이다. 그는 대략 768년에 태어나 중당 시기에 활동했고, 황진이는 조선 중종(재위, 1506~1544) 때 사람이므로 거의 800년에 가까운 시차가 있다. 설도와 황진이 모두 기녀였으며 시서(詩書)와 가악(歌樂)에 능했다. 이 시는 우리에게 ‘동심초’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아름다운 원작에다 뛰어난 번역이 더해졌을 뿐 아니라 애잔한 곡조까지 보태져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 2018. 6. 8.
여도사가 노래하는 별리의 고통 한시, 계절의 노래(66) 밝은 달밤의 이별(明月夜留別) 당(唐) 이야(李冶) / 김영문 選譯評 떠나는 님 말이 없고달님은 소리 없지만 밝은 달님 빛이 있듯사람에겐 정이 있지요 이별 후 그리움은달빛과 같은지라 구름 사이나 강물 위곤륜산까지 가 닿아요 離人無語月無聲, 明月有光人有情. 別後相思人似月, 雲間水上到層城. 당나라 여류시인 중에서는 설도(薛濤)가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졌지만 그보다 한 세대 정도 앞서 명성을 드날렸던 이가 있다. 바로 이야다. 곱고 섬세한 시를 남겼다. 이야는 중당 초기 여도사(女道士)다. 그는 유명 문인들과 교류하며 문명을 떨쳤다. 특히 그 시절 문단의 거장 유장경(劉長卿), 시승 교연(皎然) 등과 깊은 교분을 나누며 많은 일화를 남겼다. 당시 문단의 프리마돈나인 셈이다. 이 시.. 2018. 6. 8.
기와, 굽는 사람과 머리에 인 사람 한시, 계절의 노래(65) 도공(陶者) 송(宋) 매요신(梅堯臣) / 김영문 選譯評 문앞 흙이 다 닳도록기와 구워도 지붕 위엔 한 조각기와도 없네 열 손가락에 진흙을안 묻힌 이는 번쩍번쩍 큰 기와집에살고 있다네 陶盡門前土, 屋上無片瓦. 十指不沾泥, 鱗鱗居大廈. 한시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이 시를 읽으면 금방 우리나라 허난설헌(許蘭雪軒)의 「빈녀음(貧女吟)」을 떠올리시리라. 금 가위를 들고 다른 사람 혼례복을 만들지만 자신은 해마다 독수공방만 하고 있다는 그 시 말이다. 우리는 한시를 읽으며 흔히 인간과 자연의 심미적 조화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한시 전통을 살펴보면 고통 받는 약자에 대한 묘사도 매우 유구한 연원이 있다. 시나 노래가 개인 감정의 발산에서 시작됐는지, 백성의 노동에서 시작됐는지는 판단.. 2018. 6. 7.
초여름엔... 한시, 계절의 노래(64) 초여름(初夏) 송(宋) 주숙진(朱淑眞) / 김영문 選譯評 맑은 대 그늘 흔들리며그윽한 창 내리 덮고, 쌍쌍이 노는 철새석양에 지저귀네 해당화도 다 지고버들 솜도 잦아든 때 노곤한 날씨에해는 처음 길어지네 竹搖淸影罩幽窗, 兩兩時禽噪夕陽. 謝却海棠飛盡絮, 困人天氣日初長. 초여름은 아직 봄 여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계절이다. 화사한 봄꽃이 진 자리에는 초록빛 신록이 점차 푸르름을 더해간다. 아직 더위와 장마가 오지 않아 밤에는 다소 한기까지 느껴진다. 이 계절 저녁이면 새로 모낸 논에 개구리 울음이 지천이고, 앞산 뒷산에 소쩍새 울음 또한 온 산천을 가득 채운다. 아직은 천둥 번개도, 폭우도 잦지 않아 저녁 적막이 사람 심신을 정갈하게 다독여준다. 자연의 기틀에 귀 기울이기 좋은 .. 2018. 6. 7.
동자가 말하기를 스승님은 약초캐려 가셨다고 하네 아미산에 올랐다. 이태백이 이 산을 오르면서 떠오르는 상념을 노래한 명편이 있다. 태백 특유의 뻥이 아닐까 싶었지만, 막상 올라보니, 천하의 이 뻥쟁이도 아미산을 제대로 노래하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 절로 했다. 해발에 따라 수시로 풍광이 바뀌었으니, 같은 해발 같은 장소라 해도, 창창한 하늘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돌아서면 다시 짙은 연무였다.(김태식) 한시, 계절의 노래(63) 은자를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다(尋隱者不遇) 당(唐) 가도(賈島) / 김영문 選譯評 소나무 아래에서동자에게 물으니 스승님은 약초 캐러가셨다 하네 이 산 속에계실 터이나 구름 깊어 계신 곳모른다 하네 松下問童子, 言師采藥去. 只在此山中, 雲深不知處. 이보다 더 쉬운 한자로 쓴 한시가 있을까? 모든 명시가 그런 것처럼 이 시도 평범하기.. 2018. 6. 6.
볏잎 구르는 빗방울 이맘쯤 비가 내리면 아버지는 삽자루 들고는 갓빠 같은 우의 걸치고 논으로 행차했으니, 물을 보고는 물꼬를 텄고 도랑을 팠으니, 물이 넘쳐 나락을 망칠까 해서였다. 그땐 이렇다 할 의미가 없는 장면이었으나, 갈수록 그 장면이 오버랩한다.(김태식) 한시, 계절의 노래(62) 저물녘 논밭 사이를 거닐며 두 수(暮行田間二首) 중 첫째 송(宋) 양만리(楊萬里) / 김영문 選譯評 뻐꾸기 울음 속에해님 발길 거둘 때 지팡이가 나를 불러서쪽 논둑 가보게 하네 진주 이슬 푸른 벼 잎에도르르 구르다가 잎 끝까지 가지 않고머물러 쉬려 하네 布穀聲中日脚收, 瘦藤叫我看西疇. 露珠走上靑秧葉, 不到梢頭便肯休. 뻐꾸기를 중국에서는 ‘布穀(포곡·bugu뿌꾸)’라고 한다. 우리와 같은 소리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각수(日脚.. 2018.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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