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20991 허공의 비췻빛 옷깃을 적시고 한시, 계절의 노래(203) 산속(山中) [唐] 왕유 / 김영문 選譯評 형계 시냇물에흰 돌 드러나고 날씨는 차가워단풍 잎 드무네 산길엔 원래비도 오지 않았는데 허공의 비취빛옷깃 적시네 荊溪白石出, 天寒紅葉稀. 山路元無雨, 空翠濕人衣. 한자로 ‘남기(嵐氣)’란 말이 있다. 산 속에서 생기는 푸르스름한 기운이다. 벽옥색인 듯 하지만 오히려 청옥색에 가깝고, 청옥색인 듯하지만 벽옥색에 가깝게 보이기도 한다. 멀리 보이는 명산일수록 드넓은 남기가 사방을 감싼다. 남기의 푸른색은 유토피아(烏託邦)의 빛깔로 인식되기도 한다. 청학동(靑鶴洞)의 푸른색이 그러하며 스테인드글라스의 푸른색이 그러하다. 하늘은 푸른색이지만 색의 실체가 없으며 바다 또한 푸른색이지만 색의 실체가 없다. 푸른 장미 또한 그런 색깔일까? 가을에.. 2018. 10. 17. 가을은 어우동이다 화단은 꽃이 제아무리 아름다워도 정감이 가지 아니한다. 너가 예쁜 줄 모르지 아니하되 찍어 바른 분 같고 끼워넣은 플라스틱 가슴만 같고, 보톡스 맞은 얼굴만 같아 볼 때뿐이로다. 그래서 미안하다. 그보단 차라리 담장 부여잡고 오른 담쟁이가 역광에 빚어내는 같은 붉음이 드글드글 내 속만 같아 괜시리 눈길이 더 간다. 가을은 어우동이다. 2018. 10. 17. 이모저모한 가을 꼭 들녘으로 나가야겠는가? 공장 주변을 돌아보니 오뉴월 소불알처럼 늘어지고 자줏빛 두툼한 목도리 둘렀는가 하면 수류탄 영글어 곧 터질 듯만 하며 조는 영글어 금방이라도 밥상에 오를 자세며 물건는듯 이 대빵 완두콩인지 뭔지는 소여물로 구유통 향하려 하고 희끗한 하늘 보기 부끄러워 목디스크 환자 마냥 고갤 수그리는데 언뜻 보니 아키시안 듯한데 자세히 보니 종자 다른 듯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벌개벗고 어셔옵셔 외치는 일밖에 없더라. 내 인생 삐끼도 아니요 기도도 아닐진댄 그댄 왜 벗었고 왜 몸뚱인 람보요 함에도 고추는 왜놈의 그것 같은고? 오늘 광화문은 이러구로 가을에 익어간다. 2018. 10. 17. 청와대 미남불상 경주에서 약탈해 조선총독한테 진공되어 오늘날 청와대에 갇힌 통일신라시대 불상을 어찌 해야 하는지를 둔 논란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근자 벌어지는 사태 전개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직접 궤를 같이한다. 정권 출범 직후 나는 요로를 통해 이 불상의 조속한 경주 반환을 요청했고, 그에 병행해, 혹은 그와 관련없이도 당국에서도 익히 이 문제에 관심을 보였으니, 무엇보다 역사덕후 문 대통령이 이 불상에 대해서도 유감없이 그런 면모를 발휘했으니, 이를 토대로 해서 문화재청과 서울시는 이미 정권 출범 직후 청와대 요청에 의해 당시까지는 서울시 유형문화재인 이 불상에 대한 사상 처음으로 기초 정밀조사를 벌였던 것이며, 이를 토대로 나중에는 이 불상이 급기야 보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전형적인 통일신라시대 석조여래.. 2018. 10. 16. 일제에 납치돼 청와대에 갇힌 ‘미남 석불’ 《신동아》김태식의 考古野談 | 마지막 회 |이제는 제자리 경주로 돌려보내자일제에 납치돼 청와대에 갇힌 ‘미남 석불’김태식|국토문화재연구원 연구위원·문화재 전문언론인입력2017-08-21 13:14:01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경주 남산 삼릉곡 석조여래좌상’.[오세윤 작가 제공]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 기관지로 전락한 일간 매일신보는 1934년 3월 29일자에 ‘석가여래상(釋迦如來像)의 미남석불(美男石佛), 즐풍욕우(櫛風浴雨) 참아가며 총독관저(總督官邸) 대수하(大樹下)에’라는 제목을 내건 기사 하나를 싣는다. 이런 큰 제목만으로는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음인지, 이에는 ‘오래전 자취를 감추었던 경주의 보물, 박물관(博物館)에서 수연만장(垂涎萬丈)’이라는 작은 제목을 달았다. 80년 전 문체여서.. 2018. 10. 16. 고래심줄 김정배 살다보면 절친한 사이가 멀어지기도 한다. 지금은 역사평론가, 혹은 강단사학에 맞서는 재야사학 선두로 이름을 날리는 이덕일씨와 나는 초창기에 죽이 아주 잘 맞아 그가 저리된 데는 나도 조금은 일조했다고 본다. 이랬던 사이는 십여년전쯤 그가 기획한 중국 현지 한국고대사 탐방을 계기로 갈라섰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이덕일과 원수로 지낸다는 뜻은 아니다. 연락을 끊은 채 사니, 나는 이런 식으로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이런 무덤덤한 관계가 나중엔 이런저런 관계로 어떤 식으로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있다는 사실을 적기해 둔다. 반면 만남부터 줄곧 악연인 사람이 있다. 고대사학도 김정배 씨가 그렇다. 내가 김정배라는 사람을 직면 대면하기 시작하기는 이른바 중국에 의한 정부차원 역사공작이라는.. 2018. 10. 16. 이전 1 ··· 3166 3167 3168 3169 3170 3171 3172 ··· 3499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