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20991 신라왕 김진흥 일곱살 꼬맹이가 무얼 알았으리오? 아버지와의 권력쟁투에서 마침내 권좌를 차지한 청상과부 지소는 이제 겨우 똥오줌 가리기 시작한 아들을 권좌에 앉히고는 이미 건국한지 육백년이 지난 왕국의 최고 실력자 되어서는 나라를 좌지우지한다. 십대 앳된 사내들 끌어들여 정염을 불태우나 서서히 권력에 짓물리곤 무엇보다 세월 앞에 장사 없어 그 어미도 늙어갔다. 마침내 뒷방으로 물러난 어미 대신하곤 친정을 시작한 아들도 권력에 물리기 시작했다. 어미가 그랬듯 아들 역시 아직 한창이긴 했으나 이미 왕노릇 28년..서서히 지쳐갈 무렵 변화가 필요했다. 그러고선 명령하길, 나도 찬바람 쐬고 싶노라. 지상의 절대권력자가 천상의 권력자를 만나고 싶노라. 저 한수변 북한산에 천상으로 오르는 계단을 마련하라. 올랐다 서늘한 공기에 가.. 2018. 10. 15. 이 꽃 지면 다시 필 꽃 없음 서러워 한시, 계절의 노래(201) 국화(菊花) [唐] 원진 / 김영문 選譯評 국화 떨기 집을 둘러도연명의 옛집인 듯 울타리 두루 도니해는 점점 기우네 꽃 중에서 국화만아끼는 게 아니라 이 꽃 모두 피고 나면다시 필 꽃 없음에 秋叢繞舍似陶家, 遍繞籬邊日漸斜. 不是花中偏愛菊, 此花開盡更無花. 가을꽃을 대표하는 국화가 언제부터 은자(隱者)의 상징이 되었을까? 대개 중국 동진(東晉) 시대부터로 본다. 도연명이 은거생활을 하면서 자기 집 울타리에 두루 국화를 심었다. “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따니, 유연히 남산이 눈에 들어오네.(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도연명의 「음주(飮酒)」 다섯 번째 시에 나오는 천고의 명구다. 맑고 투명한 가을날 울타리 곁에서 노란 국화를 따는데 저 멀리 푸른 기운이 감도는 남산이 눈에 들어.. 2018. 10. 15. 봄날보다 나은 가을날 한시, 계절의 노래(202) 가을 가사(秋詞) [唐] 유우석(劉禹錫) / 김영문 選譯評 옛날부터 가을 되면쓸쓸함을 슬퍼하나 가을날이 봄날보다더 낫다고 말 하리라 맑은 창공 학 한 마리구름 밀며 날아올라 시심을 이끌고푸른 하늘에 닿는구나 自古逢秋悲寂寥, 我言秋日勝春朝. 晴空一鶴排雲上, 便引詩情到碧宵. 가을은 적막하고 쓸쓸한 계절임에 틀림없지만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시인이 똑 같은 감정을 시에 쏟아 붓자 너무 상투적이고 진부한 표현이 난무하게 되었다. 이런 추세에 대한 반발은 일찍부터 있었던 듯한데 유우석의 이 시도 그런 반발의 일단을 잘 보여준다. 세상의 모든 일은 “끝 간 데까지 가면 반드시 반발이 일어나게 마련이다.(窮則必反.)” 슬픈 가을이 있으면 기쁜 가을도 있고, 공허한 가을이 있으면 알찬 가을.. 2018. 10. 15. 파리에서 열린 한-BTS 정상회담 유럽 순방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15일(이하 현지시간) 현재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이다. 도착과 더불어 그 전야제 비스무리한 행사가 14일 오후(현지시간) 4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프랑스 파리 시내 르 트레지엠 아르(Le 13eme Art) 공연장에서 개최한 한불 우정콘서트 '한국 음악의 울림'이라는 형태로 있었거니와, 바로 이 자리에서 피날레를 방탄소년단이 장식했다. 미국을 정복하고 내친 김에 유럽 정복에 나선 BTS는 우선 팝의 본향인 영국으로 입성해, 런던에서 우리가 왔노라를 화려하게 알렸거니와, 이를 시발로 암스테르담과 베를린, 그리고 파리 공연으로 통해 유럽 정복이 끝났으며, 분봉을 통해 그 나와바리 다지기를 선언한다. 그런 BTS가 마침 유럽 순방차 파리에 들른 문 대통령 일행과 이날 조우.. 2018. 10. 15. 일본국 나라국립박물관 올해 제70회 정창원전 국내에서도 관심 많은 해외 문화재 관련 행사로 일본 나라국립박물관이 매년 연례로 모미지 한창인 가을 시즌에 찔끔 여는 정창원전(正倉院展)이 있으니, 올해 이 행사가 70주년을 맞은 모양이라, 나 역시 이 자리에 몇 번 실견을 했거니와, 언제나 개최 방식에는 의문 부호가 적지 않아, 국민국가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실은 이 방식을 그대로 갖다 쓴 데가 간송미술관이다. 왜 이리 찔끔이냐는 질의에, 언제나 나라박물관에서는 같은 대답을 내놓으니, 그걸 개최하는 주최는 우리가 아니라 궁내성이라, 출품작 선정에서부터 모든 중요한 결정을 그쪽에서 하는 까닭에 자기네가 자율성을 발휘할 구석은 없다는 말을 한곤 한다. 나라국립박물관 홈페이지 공고문을 보면 올해 제70회 특별전은 平成 30年 10月 2.. 2018. 10. 15. 국화 만발한 조계사의 밤 간절하진 않으나 이래저래 요샌 타력他力에 기댈 일이 좀 있어 퇴근길에 부러 조계사를 관통했다. 보니 매년 이맘쯤이면 으레 하는 국화 축제가 올해도 어김이 없다. 처음 이 축제를 시작할 적만 해도 좀 서투르지 아니한가 하는 느낌 짙었으나 해를 거듭하니 이젠 그런대로 세련미를 더해 제법 소위 스토리를 구축하기도 한다. 낮엔 부끄러움과 회한, 그에 따른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적지 않아 남들 볼까 두렵기도 하지만, 밤은 역시나 이 때묻은 육신 안심스레 숨겨준다. 수오지심은 義의 출발이라 했지만, 그와는 전연 거리가 멀어, 밤으로, 밤으로만 나는 달린다. 무엇을 구도하며, 그를 위해 무엇을 떨쳐내야 했을까? 저 역시 갈구 아닌가? 집착 아닌가? 하는 생각도 퍼뜩 들지 아니하는 것도 아니다. 싯타르타한테 묻고 싶었다... 2018. 10. 15. 이전 1 ··· 3167 3168 3169 3170 3171 3172 3173 ··· 3499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