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타 입성했으니, 더구나 그 주도 이라클리오 들어앉았으니 참새 방앗간 지나칠 수는 없는 법이라
더구나 어제 그 맛배기로 이라클리오 고고학 박물관서 이곳 출토 고고 유물 질리도록 봤으니
자연스레 발길이 크노소스Knossos 궁전 이라는 데로 향할 수밖에 없다 하겠다.
어제 하루는 렌트카도 휴식을 줬으니 이제 힘이 도로 만땅일 터
아침 8시에 문을 연다 하고 이라클리오 구심 기준 7~8킬로미터 야외 지척이라 호텔서 조식 일찌감치 해결하고선 구글 내비 찍어 시내 통과해 곧장 남쪽으로 차를 몰아가는데
도착 1킬로미터를 남겨두고선 인적이 사라지고 한적한 산촌 나오는데
주차장 널찍하고 또 일찍이라 차도 몇 대 없어 암데나 세우고는 출입구 마주하는데 뿔싸 아직 개관 20분이나 남았댄다.
하릴없이 빈둥빈둥하는데 단체 관람객 몰아친다.
문 열자 튀어들어가 샅샅이 볼 만한 데는 다 쥐졌으니 그렇게 느긋하게 다니고도 한 시간이면 너끈했으니
뭐 크노소스 궁전이라 해서 대단할 줄 알았더니 코딱지 만해서 그 규모 작음에 첫번째로 놀라고
이걸로 궁전이라 팔아먹었나 해서 두번째로 놀랐으니
결국 에반스 라는 백년 전 영국고고학도 농간에 나까지 놀아난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뭐 대단하지 않다 이런 이야기는 아니며 기원전 1천년대에 이 정도 위상을 갖추기가 어디 쉽기야 하겠는가?
대단한 유적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동시대 유럽만 놓고 봐도 이 정도를 그리 대서특필해야 하느냐는 적지 않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
유럽 대륙 곳곳에서는 이보다 천년 혹은 그 이상 빠른 신석기말기 거석기념물 콤플렉스가 출현한 까닭이다.
궁전 현장을 둘러봐도 궁전 주축이라 할 중심건물이 쉬 눈에 띠지 않는다.
그 복판을 정좌한 이른바 왕좌의 룸 throne rooms 이라는 데만 해도 동네 공중 목욕탕 혹은 마을회관 느낌을 준다.
나아가 이곳을 꽉 채운 건축물 운영 시기도 문제인데
이건 한국고고학 현장에서도 치유되지 않는 고질인데
시기를 달리하는 건축물들이 발굴이라는 이름으로 마치 어느 특정한 시기에 동시 병렬로 존재한 듯한 착각을 유발해 놨다.
이건 심각한 문제인데 이 문제는 발굴자만이 해결할 수 있지만 그네는 이미 다 죽고 없다.
간단히 말해 크노소스 궁전이 대단한 인류문화사 한 단면임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변함없다.
하지만 그 내실을 따지면 상당히 과장됐다.
일단 이렇게 정리한다.
참, 이곳은 장사 열라 잘해먹는다.
평일 오전임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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