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우려대로, 혹은 예상대로 휴식은커녕 혹사한 날이 되고 말았다.
유적 혹은 박물관만 너댓 군데를 돌았으니 말이다.
이리 된 까닭 중 하나가 다 숙소에서 가까운데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심신 피로 풀 겸 해서 엎어지는 코 닿는 아크로폴리스나 올라갔다가 전통시장을 간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익히 말한 대로 걸어서 오분 거리인 바이런 기념물이 하필 제우스 신전과 붙어 있는 게 문제였으니
이 두 군데를 시발로 올림픽스타디움을 거쳐 비잔틴박물관과 키클라데스 예술 박물관으로 여정이 이어졌으니 걷기엔 부담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아주 어정쩡한 이동구간이었다.
더구나 모든 관공서가 동절기 오후 세시에 문을 닫으니 더 바빠졌다.
애초 저 비잔틴 키클라데스 두 박물관은 아테네 체류기간엔 들를 곳으로 점찍어 두긴 한 곳이니 차라리 잘됐다 싶기는 하다.
하지만 하도 녹초가 된 상황에서 갔기에 떠밀리다시피 건성으로 돌아본 까닭에 아쉽기만 하다.
저 두 박물관은 반나절씩은 투자해야 할 곳이다.
특히나 키클라데스박물관 폐관 시간에 몰려 후다닥 둘러본 비잔틴박물관 특별전은 참말로 장관이었다.
그리스 현대회화를 대표하는 거장이라는데 딱 보니 마티스 피카소 합작인 듯한 경이를 주는 작가다.
덕분에 나로선 새로운 그리스 미술가의 발견이라 할까 그런 감동이 있는 자리였다.
이번 북쪽 여행을 마무리하고 다시 복귀하는 날 찬찬히 다시 찾아보려 한다.
설마 그 새 끝나진 않겠지?
숙소 복귀하자마자 골아떨어졌다.
저녁에 손님이 찾아오기로 했는데 것도 모르고 나가 떨어졌다.
지금은 뒤늦은 샤워 끝내고 후송에 들어간 랩탑이 그런대로 구동은 되는 상태로 돌아와 언제 완전 절명에 이를지 몰라 필요한 자료들을 갈무리하는 시간이다.
여기서 일단 그간 혹사한 기기들은 비워줘야 한다.
폰도 가볍게 해주고 카메라 메모리 카드도 그리하는 중이다.
얼마나 많이 찍어댔는지 폰 사진만 외장하드로 옮기는데 세 시간이 걸린댄다.
내일 아침은 렌트한 카를 다시 몰고선 북쪽 경략에 나선다.
델피를 시발로 메테오라 아이가이 테살로니키를 도는 일정이다.
이걸로 한달 남짓만에 얼추 그리스 꼭 봐야 할 곳은 그런대로 훑은 셈이 된다.
이런 여행이 가능한 이유는 헌신으로 도와주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고마움은 내가 죽을 때까지 갚아나가야 한다.
***
본문에서 언급한 작가는 파블로스 사미오스 Pablo's samio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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