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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 말 세우고 저 멀리 바라보니,
붉은 명정銘旌 바람에 펄럭이고
돛대는 비스듬히 미끄러지는데
강굽이 이르러 나무 돌고 난 뒤에는 더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강가에 멀리 나 앉은 산은 시집가던 날 누님 쪽진 머리 같이 검푸르고,
강물 빛은 그날 거울 같았으며,
새벽달은 누님 눈썹 같았다.
빗 떨어뜨린 그날 일 눈물 흘리며 생각하니
유독 어릴 적 일만이 또릿또릿 떠오른다.
그때는 또 그렇게도 즐거운 일이 많았고, 세월도 길 것만 같았다.
박지원, 큰누님 정부인으로 추증된 박씨 묘지명[伯姉贈貞夫人朴氏墓誌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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