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이젠 로마에 질릴 때라 오늘부터는 외곽 공략에 나설 참이다.
우선은 오르비에토Orvieti랑 티볼리 양쪽을 염두에 뒀으나,
티볼리는 월요일인 까닭에 그 유명한 두 군데 빌라가 문을 닫을 공산이 커서,
산상 타운 자체가 볼 만한 오르비에토로 향할 공산이 크다.
계속 말하듯이 애들을 데리고 모험을 할 수는 없어 기간 내가 둘러본 데를 갈 수밖에 없으니, 그렇다.
아예 욕심을 내서 더 훌쩍 가버릴 수도 있지만, 그 코스는 피사랑 피렌체, 그리고 베네치아를 잡아놓은 까닭에 그럴 필요가 따로는 없을 듯하다.
이 넓은 로마가 어찌 한 순간 잠깐으로 다 들어오겠는가마는, 그런 대로 이 정도면 로마가 어떤 데인지는 대강은 맛배기 정도는 봤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어제는 벼룩시장까지 쏘다녔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오르비에토는 해직 말년인지, 아니면 코로나 직전인지 잠깐 다녀온 것으로 기억하거니와,
그에서 놓친 장면이 없지는 않아, 그걸 보완할 순간을 기다리기도 했는데 잘하면 오늘 그날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한다.
어제 지들끼리 하는 말을 들으니 이번 여행도 벌써 열흘이 되었다 하는데, 하긴 따져보니 그렇다.
이는 곧 내가 들어갈 시점이 코앞에 다가왔다는 뜻이라,
지나치게 길게 잡은 이번 외유가 앞으로 내 인생에서도 어떻게 반영될지 나도 모르겠다.
이래저래 고국에서 연신 날아드는 어두운 소식들에서 한 켠으로 비켜 나 있는 점이 여간 다행이 아니다 싶기도 하고,
그래서 돌아가 그에 이런저런 식으로 어케든 휘말려 들지 아니할까 하는 그런 골치아픔도 없지는 않지만,
빈말이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나를 보고 싶다는 이가 더러 있어 그네들과 함께할 날을 기대해 본다.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
나를 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는 그런 데가 내가 디디고 서야 하는 지점이다.
새벽 로마 공기가 차갑다.
***
지금 오르비에토다.
'문화재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카메론으로 시작한 피렌체와의 조우 (16) | 2025.01.03 |
---|---|
정리하지 않은 가 본 데는 죽을 때까지 미지未知다 (4) | 2025.01.02 |
조금은 황당한 콜로세움 생일 관람 (14) | 2024.12.27 |
콜로세움 사전 리허설, 거대한 공사판 로마, 그리고 로마의 휴일을 생각한다 (21) | 2024.12.27 |
주간을 틈탄 바티칸 2차 공습 (20) | 2024.12.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