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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데카메론으로 시작한 피렌체와의 조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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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중앙역에서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과 피렌체 두오모, 조토 종합을 배경으로




10분 연착한다는 피렌체 행 기차를 기다리는 테르미니 역으로 고국에서 전화가 온다.

찍히는 이 정재숙 선배라 아! 올 게 왔구나 했더랬다.

난 목석 같은 사람이다.

하도 목석 같아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도 눈물이 나지 않아 고생했다. 

그런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라 하고픈데, 기차 안에서 자꾸만 눈물이 나서 옆자리 앉은 아들놈한테 들킬까봐 몹시도 신경이 쓰인다. 


오른편 첨텁 솟은 데가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이다.



한 시간 40분쯤을 달려 도착한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을 나와 피사로 가기 전 두 시간가량 짬이 나기에 마침 이 역 인근에 잡아놓은 호텔에 짐짝이나 맡길까 해서 들렀더니,

곧바로 체크인 가능하다 해서 지금 숙소에서 쉬는 중이다. 

그만큼 무거운 마음으로 피렌체에 입성했다. 

애들한테는 아부지 이모부랑 친한 사람이 돌아가셨다는 정도만 이야기했으니, 뭐 다른 이야기로 덧붙일 이야기가 있던가?





하긴 그러고 보면 홍선옥 선생이 형은이를 무척 챙기기는 했더랬다.

이렇게 챙긴 이 한둘이리오? 홍선옥은 그런 사람이다. 

그렇다고 저 놈이 홍 선생을 뚜렷이 기억하지는 못할 테고, 아버지 지인이라 해서 가장 강렬하게 남은 이가 육회 6인분을 사준 오세윤 형이다. 




암튼 내 기분을 그대로 드러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아무일 없다는양 피렌체 역을 나오자마자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과 그에 얽힌 보카치오와 데카메론 이야기로 썰을 풀었으니, 

데카메론의 DECA가 10년을 의미하는 DECADE랑 어원이 같다 하니,

그제야 아 하는데, 역시 이 놈들은 뭔가 알아먹을 소재로 접근해야 그런 대로 이야기가 먹힌다 하겠다. 

더 놀란 것은 분명 나 때는 중학교 때 이미 보카치오와 데카메론을 배웠는데,

이 놈들은 데카메론이 어디 햄버거 상품 이름인 줄 알더라. 

그래서 코로나 이야기하면서 그 코로나 시극에 두 가지 문학작품이 새로이 등장했으니

하나가 카뮈 페스트요 다른 하나가 흑사병을 소재로 삼은 데카메론이라 하니,

하건 뭐 저놈들이 데카메론은 고사하고 카뮈조차 모르니 김은 빠지기도 하지만,

그런 대로 그런 기초 교양도 없는 애들을 대상으로 삼은 간단 현장 강의를 했다.


테르미니서 피렌체로 가는 이탈로 기차



아울러 이 피렌체 역에서는 피렌체 두오모와 조토 탑 대가리가 보이는지라,

그걸 지칭하며 이제 너희는 피렌체 절반을 보았으니 당장 여길 떠나도 여한은 없으니라 하기도 했다.

저들한테 베키오 다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으며, 우피치 미술관이 맥도널드도 아닌 마당에 무슨 대단한 의의가 있겠는가?

함에도 피린체 왔으면 그런 데는 맛배기라도 봐야 하니, 피사에 다녀오고선 저녁과 내일 하루는 피렌체를 보여주려 한다. 

참, 예의 그 교통로 이야기도 써먹었다.

데카메론을 보면 흑사병을 피하려는 피렌체 부자 10명이 모여 시골 농장으로 피신하는데,

그 모여서 출발하는 장소가 바로 너희가 보는 저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이며,

이는 곧 그 중세시대에도 이곳 산다 마리아 노벨라 역이 교통 중심지였음을 의미한다 하니,

고개를 끄덕이기는 하는데, 알아들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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