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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공개석상에서 임금한테 대들고, 궁궐에서 집단 시위?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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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회의 석상에서 신하들한테 반격 당해 얼굴이 벌건 광해.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드라마나 영화 같은 영상물을 볼 때마다 작가나 감독님들이 신경을 조금은 더 써 줬으면 하는 대목이 이것이라 

걸핏하면 국가 중대사를 논의하는 국왕 주최 회의 장소로 저 영화처럼 근정전이나 인정전 같은 데를 설정하는 대목이 그것이라 

저 광해 : 왕이 된 남자 라는 영화만 해도 걸핏하면 해당 궁궐 정전正殿이라는 데서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거나 토론하는 장면을 연출하지만, 그런 일이 있을 수는 없다. 

경복궁에서 근정전勤政殿, 창덕궁의 인정전仁政庭, 창덕궁의 명정전明政殿, 덕수궁에서의 중화전中和殿, 경희궁의 숭정전崇政殿 같은 데가 정전이라는 곳이라, 그 궁궐 중심 중의 중심이니 사찰로 치면 이곳이 바로 대웅전이며 대학건물로 치면 본부가 있는 곳이다. 

저들 정전 명칭을 보면 대체로 정사[政]라는 말을 들어가니, 그런 정사를 삼가거나[勤], 인[仁]하게 하거나, 밝게하거나[明], 혹은 숭고하게 여기거나[崇] 하는 데를 표방하거니와 이는 프로파간다다. 해당 국가, 해당 왕조, 그리고 그것을 다스리는 왕이 추구하는 정치 이념 같은 것이다. 

 

근정전에서 집단 시위?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진짜 저런 정치를 폈겠는가? 요새도 정치인들 겉과 속이 다른 모습 너무 자주 보거니와 저때라 해서 다를 바 하나도 없다. 

각설하고 저런 정전은 단순히 폼으로만 세워 놓지는 않았으니 실제 각종 이벤트를 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쓰임은 지극히 한정되어 국가중대사만 했다. 이 국가중대사는 국방 외교, 왕조 정통성 확립과 관련한 빅 이벤트에 국한하니, 

예컨대 외교사에서 가장 중요한 중국 사신단 접견을 저런 데서 했지만, 그 장대한 리추얼만 하고선 실제 주연을 베푸는 곳은 다른 곳이었다. 

국왕 즉위식이나 세자 책봉, 왕비 책봉 같은 일 또한 국가중대사였고, 참석 인원 규모가 대규모라 저런 데서 한다. 

그렇다면 사극이나 영화에서 걸핏걸핏하면 나오는 회의 장면은 어디인가?

이것이 가능하기 위한 절대의 조건은 냉난방 장치 완비다. 근정전 같은 데 가서 살피면 알겠지만 이런 데는 온돌도 없고 그렇다고 페치카도 없다. 

저런 정사를 논하는 자리는 계절과 시간이 따로 있을 수가 없다. 물론 정사는 대개 저때도 낮에 펴기는 하지만 밤에 국가비상사태가 수시로 터지니, 왕비나 후궁 방에 들어가 음냐음냐 하던 국왕도 때에 따라선 불려나와야 한다. 

이런 때를 대비해서 조선왕조는 승지를 여러 명 두는데, 그 승지를 대표하는 도승지를 포함해 조선왕은 비서실장이 여러 명이었다. 도승지를 포함한 승지들이 하루씩 돌아가며 왕궁에서 숙직했으니 그가 야전 최고 사령관이었다. 

경복궁의 경우 사정전 같은 데서 저런 회의를 수시로 한다.

그리고 드라마 영화마다 국왕 얼굴을 똑바로 쳐다 보며 국왕한테 따지기도 하는 모습을 연출하는데, 조선시대에 이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며, 그런 일이 있으면 거의 다 삭탈관직에 심하면 사형이다. 

고산 윤선도. 이 양반 한 승질하는 분이라, 전투력 짱짱하거니와 효종이 왕자 시절인지 스승이었다. 

사적으로는 스승과 제자 사이라, 걸핏하면 싸우다 변방으로 돌며, 해남을 오가며 룰루랄라, 말이 그렇지 실제로는 빌빌 싸던 고산을 싸부님이라 해서 모시고 오라 해서 궁궐에서 면대를 하는데 

이튿날인가 대간들이 들고 일어나서 저 영감탱이 처벌하라 상소를 빗발치게 올린다. 

이유는?

임금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봐서라는 죄목이었다. 

고산이야 실로 간만에, 것도 자기가 가르치던 꼬맹이 학생이 이제 어엿한 임금이 되었으니, 우리 임금님 용안이 어떤가 왜 궁금하지 않았겠는가? 슬쩍슬쩍 들키지 않게 고개 조아리고 보는 것까지는 좋았겠지만, 고개 빳빳이 들어 임금님 얼굴 쳐다봤다고 탄핵를 당한다. 

 

국방 외교 일도 아닌데 임금이 근정전에 거둥? 있을 수 없다.

 

면전에서 임금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그게 아이고요? 이건 왕을 능멸하는 일이다. 

영화 사도인가 그 유명한 대사가 있다. 영조로 분한 송강호가 개막나니 아들 사도, 아마 뽕으로 간 유아인 아니었나 싶은데, 를 가르치면서 하는 말이 

왕은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신하들이 결정한 것을 윤허하는 자리다. 

이런 요지가 있다. 그래서 저런 자리에서 오가는 말이란 토론이 아니라 오직 명령만 있을 뿐이며, 그런 명령은 어느 누구도 면전에서 아니라는 말을 못한다. 

이의 있습니다? 웃기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그런 이의는 대간이라는 제도를 이용해야 하며, 이것도 때가 있어 임금님이 올리라고 할때만 올려야 한다. 

또 얘기가 옆길로 샜다. 

저 광해 이야기로 돌아가서 대동법 시행 문제니 하는 안건으로 왕이 신하들과 끝장 토론을 한다? 그리고 신하들이 지 맘에 안 든다고 패거리 지어서 왕을 겁박한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그리고 포의들이 왕의 명령에 반대해서 궁궐로 쳐들어가서 근정전 마당에 엎드려서 왕을 겁박한다?

세상 어떤 경비대장이 관복도 아니 걸친 포의들을 궁궐로 들인단 말인가?

물론 누군가의 말처럼 사극을 드라마로 봐야지 다큐로 보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안다. 

다만, 것도 좀 엇비슷해야 공감이 가지, 전연 공감할 수 없는 저런 일들에 자꾸만 신경이 가는 것만은 어쩔 수 없다. 

 

(이상 2019년 3월 2일 아주 간단한 글을 마침 시간이 나므로 재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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