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가생이 나이는 20여 세로 박사 중 가장 어렸지만 조령詔令을 논할 때마다 여러 선생이 대답하지 못하는 것을 가생은 거침없이 대답할 수 있었고, 사람들이 말하고자 하나 나타내기 어려운 것도 마음껏 구사하니 여러 선생들도 자신들이 가생한테는 재능에 미치지 못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사기 가생 열전에 보이는 한 구절이다.
그러면서 열전은 "효문제孝文帝가 이를 옳더니 하면서 1년 만에 가생을 태중대부太中大夫로 파격 발탁했다"고 한다.
한나라 시대 공무원 직제를 정리한 한서汉书 백관공표百官公卿表에 의하건대 낭중령郎中令이라는 공무원 조직 소속 공무원으로 태중대부太中大夫 등이 있으니 연봉[秩]은 천석千石에 견주었으며 의론议论, 곧 간쟁을 관장했다고 한다.
뭐 너무 자세히 들어가면 너무 복잡하고[실은 내가 아는 바가 뽀록난다] 암튼 출세했다!
직급도 올라가고 연봉도 수직상승했다 이리 생각해 주면 되겠다.
국정원장 백으로 중앙 정계에 진입한 20대 초반 새파란 친구가 현저한 두각을 나타내고선 1년 만에 세치 혀 잘 놀려 벼락 출세한 것이다.
흔히 간관이라 하면 조선시대 배경 역사드라마로 우리한테는 익숙한 그런 모습, 곧 젊은 혈기로 걸핏하면 왕을 향해 전하 그리하시면 아니 되옵니다를 연발하는 그런 역할이라 생각하겠지만 진짜로 그랬다간 목이 열 개라도 살아남을 수 없다.
그 역할을 조령詔令에 대한 논의라 했거니와 간단히 말해 황제 이름으로 내리는 각종 명령 행정조치를 점검하는 일을 말한다.
지금도 북한 사회를 보면 오야붕 김정은이 나타나 뭔가 지껄이는 모든 자리에는 당 간부들이 수첩에다 열심히 메모하는 모습을 보는데, 난 그 모습 볼 때마다 거기다 뭐라 적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김정은 뚱보! 이렇게 적지 않을까?
황제나 김정은 그런 말들이 곧바로 어찌 행정이 되겠는가?
그는 나오는 대로 씨부렁거린 것이요, 이는 결국 그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그럴 듯한 말, 그럴 듯한 문장으로 세탁 윤색을 하게 되는데, 가생은 바로 이 일을 맡은 것이다.
"사람들이 말하고자 하나 나타내기 어려운 것도 마음껏 구사하니" 이 말이야말로 가의가 벼락 출세한 비결인데,
"야, 그 있잖아? 하이고 말로 정리가 잘 안 되네, 암튼 그 있자나?" 딱 이런 황제 심리를 파고든 것이다.
황제가 생각하는 바가 있는데 그걸 글이나 말로 표현하기 힘들 때 그 막힌 데를 뚫어주는 그런 사람,
요컨대 가의는 황제의 뚜레펑!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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