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라 이야기/마왕퇴와 그 이웃

[가의賈誼] (1) 스폰서 잘 만나 벼락출세했지만...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4. 13.
반응형

 

전한前漢 초기 문사로 이름을 잠깐 날리다가 훅 간 가생賈生은 성이 가賈씨인 것만은 분명한데 생生이 자인지, 아명인지 등등은 불명하거니와,

아무튼 그 행적이 사뭇 굴원과 비슷하다 해서 사마천이 사기에서 그와 한묶음해서 열전에 같이 올린 그를 두고 의誼가 이름이며, 낙양洛陽 사람이라 했으니, 본명을 합친 풀네임은 가생보다는 가의였던 듯하다. 

그가 출세한 계기를 같은 사기에서는 18세 때 "시를 외우고 글을 잘 지어 고을에 명성이 알려졌다" 하거니와, 예서 그 고을은 그가 태어나고 자란 낙양을 말한다.

이 무렵 전한 왕조에서 낙양은 제1 수도는 아니었지만, 제2 수도로서 인구가 몰리고 인재 또한 넘쳐 났으니 그런 동네서 천재 소문을 들은 모양이다. 

이 무렵 저 지역 지자체장 중 한 명으로 하남河南이라는 고을을 다스리는 최고 대빵 태수太守 자리에 있던 이가 오공吳公이라는 사람이었다.

영 이름이 너무 단순한데, 오씨 성을 지닌 고귀한 분 정도가 아닌가 하겠지만 성이 오씨 이름이 그냥 공인 진짜 오공이라는 사람이다. 

가생이 소년 천재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무렵은 죽은 뒤에 효문황제孝文皇帝, 곧 간단히 문제文帝라 일컫게 되는 황제 통치 시절이라,

이때는 주기로 지방장관들 인사고과를 할 때라, 어느 해 이 인사고과에서 오공이 일등을 먹었다. 

이럴 때 황제는 그에 걸맞는 중앙정부 고위직을 주게 된다.

너 지방에서도 일 잘했으니, 이젠 중앙에 들어와 더 높은 자리, 더 중요한 자리에서 더 좋은 일 많이 해야 한다 해서 승진 인사를 단행하게 되는데, 이에서 오공은 정위廷尉 자리를 꿰차게 된다.

정위는 요새 우리 행정기구에 비기면 법무장관 혹은 감사원장 혹은 검찰총장 혹은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막강이라, 뭐 말이 막강이지 실제는 황제 호위 무사 대빵이라 해야 한다.

황제한테 해가 되거나 그럴 소지가 있는 놈들은 색출 일망타진하는 일을 맡았으니, 과거 권위정부 시절 수사권까지 틀어쥔 국가정보원장, 안기부장에 해당한다 생각하면 되겠다. 

지방장관으로 워낙 특출난 성과를 낸 데다 이런 오공이 하필 정위 자리로 발탁되는 데는 또 다른 비밀이 있으니 그가 바로 그 유명한 진 시황제 시절 승상이자 법가 사상 대가인 이사李斯 제자라 해서였다.

이사가 누구인가? 말로가 좋지 않았지만 시황제를 옹위하며 천하통일을 달성한 일대 주역 아닌가? 

그가 결국은 패망했지만, 그 명성은 누구도 무시하지 못했다.

그런 유명한 사람 제자라는데, 더구나 그 스승이 범인을 때려잡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법가 사상 대가라는데, 정위 자리가 안성맞춤이라 문제는 판단한 것이다. 

이사는 한비자와 더불어 다시 전국시대 말기를 풍미한 그 유명한 순황荀況, 곧 순자荀子 문하 동기동창이라,

유가 도덕주의를 표방하는 순자한테서 왜 저와 같은 무자비한 법가 제자들이 배출되었는가 궁금할 수도 있겠지만 이 성향은 순자라는 텍스트를 읽어 보면 안다.

그의 유명한 학설 중 하나가 인간은 본래 선하다는 이른바 성선설을 주창한 맹자를 후드려 까면서 인간 본성은 악하니 끊임없이 채찍질해야 한다는 성악설을 거론하거니와 

실제 순자는 예치禮治, 곧 예의범절로 다스리는 이상국가를 제시했지만, 그가 말하는 禮는 실상 무자비한 탄압을 바탕에 깐 법금法禁이었다. 

공맹만 해도 예가 권유 불문법이었다면 순자 단계에 이르러서는 모름지기 인간다움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강제로 실천해야 하는 법法이며 그것을 위반 배신하면 처벌이 따르는 금禁이었다.

순자를 필두로 그 1대 제자들인 한비자와 이사, 그리고 그 재전제자인 오공, 그리고 그를 보스로 모시게 되는 가생까지 일련하는 맹렬한 저류 혹은 흐름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법가다.

추상 같은 회초리를 이들은 무기로 삼는다.

그래서 가생 혹은 가의는 사상가 분류에서는 법가로 분류하는 일이 그리 많은 까닭이 바로 이에서 비롯한다. 

그의 절개를 훗날 유가들이 높이 샀지만, 그는 천성이 남들 후들겨까기였고, 냉소였으며, 새타이어였다.

이를 고언苦言이라 하지만, 고언? 말이 좋아 고언이지, 것도 고언하는 보스한테서 내가 굄을 받을 때요, 것도 한두 번이지 세 번 네 번 되면 여름날 귓전을 앵앵거리는 모기소리에 지나지 않는 법이라,

필연으로 되침을 당하게 되어 있으니, 가의가 딱 이에서 맞아떨어졌다.

그랬다. 잘 나가다 가의는 순식간에 훅 갔다. 

벼락 출세하는 그의 추락은 출세한 속도보다 훨씬 빨리, 그 추락은 우사인 볼트보다 더 빨랐다. 
 
암튼 가생 열전에 의하면 오공이 하남 태수로 있던 시절 그 동네 18살짜리 꼬맹이 가생이가 수재라 해서 불러보고선 몇 가지 시험해 보니 쓸 만하다 해서 문하, 곧 시다로 불러들여 매우 아끼게 된다.

그러다 그런 보스가 인사고과 최고라 해서 일약 정위에 발탁되자 그의 추천으로 중앙정계에 진입하니 이때가 정확한 나이는 없으나 이십대 초반이었다.

당시 공무원 선발은 훗날 과거제가 도입되기 전이라 순전히 추천제였으니

국정원장이 된 오공은 황제 주변을 염탐할 에이전트로 가의를 골라 꽂게 된다.

사기에는 오정위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제자백가 학문에 대단히 정통하다고 추천하자 문제文帝는 가생을 불러 박사博士로 삼았다 했지만 다 짜고친 고스톱판이었다.

오생이라는 막강 스폰서를 등에 업고 중앙정계에 화려하게 등단한 가의는 출발이 좋았다. 말 그대로 득의한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첫끝발 개끝발이었다.

모난 돌은 정을 맞기 마련이라 나대는 꼴을 보지 못하고 절치부심 저 놈을 찍어내야 한다는 숙적들이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