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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감악산에 오른 날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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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무렵인가?

내가 백산학보에 진흥왕 순수비가 제왕이 산상에서 지내는 제왕의 천신제인 봉선의 기념물이라는 기념비적인 논문을 발표할 적에 주변을 살폈더니 의외로 비봉 순수비 현장을 가본 적 있는 고대사학도가 가뭄에 콩나듯 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현장에 가보고, 그에서 천길 낭떠러지 암반 꼭대기에 선 기념물이 소위 진흥왕 순수비임을 알면 이를 두고 추사 이래 지껄인 소리들이 다 개소리임을 단박에 알겠거니와

그것을 보고 그 비봉 꼭대기에 오르고서도 선학들이 한 말을 앵무새 되뇌이듯 지껄일 수는 없다.




비봉 올라 눈이 있거든 보라.

더 오를 곳도 없으니 이곳에 올라 진흥왕은 하늘과 접신했다.

어제 내가 감악산에 올랐다.

감악산비에 대해선 나 역시 진흥왕 봉선비임을 의심했지만 가서 본 적이 없기에 모든 언급을 삼갔다.

모든 판단은 현장에 가는 날 하리라 다짐했다.

가서 보니 볼짝없이 이 몰자비는 진흥왕 봉선비다.

그 정상 사해를 조망하는 곳에 섰다.

그 양식은 기존에 알려진 비들을 빼다박았고 그 입지 조건 역시 그것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내가 눈길을 준 데가 비신을 쳐박은 비 대좌라, 그것을 단을 지어 방형으로 깎은 모양새는 비봉비의 일란성쌍둥이였다.

내가 비봉에 올라 주변 암석 틈바구니를 뒤진 적이 있다. 특히 북서쪽에다가 옥책을 묻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감악산비 북쪽 어딘가에도 구덩이를 파고 천신에게 받치는 희생을 묻었다.

다만 거기엔 지금 철창이 둘러치고 이미 군부대와 통신시설이 거의 주변을 파괴한 까닭에 통탄을 금치 못하겠다.

비봉에 오르는 자들은 비석 북쪽 암벽을 살필지어다.

옥책이 출현한다. (2016. 2. 28)


***


직후 이와 관련한 글을 이곳저곳에다 싸질러댔다.

저것이 몰자비인가 아닌가 하는 확인을 위해 여러 시도가 있었고, 실제 어떤 글자를 읽어냈다 했지만, 내가 보기엔 글자 흔적이라는 입증하는 데는 부족하기 짝이 없었다. 

새긴 글자가 지워졌는지, 아니면 모종의 이유로 글자를 새기려다 중단되었는지는 현재로서는 단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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