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만남이 그랬듯이 너 또한 느닷없었다. 마른 하늘 날벼락처럼 내려 어쩌다 수송동에 똬리를 틀었으니, 돌이켜 보건대 그때가 2016년 1월 아니면, 그 전달이었을 것이로대, 내가 무에 널 특별히 어여쁘다 해서 골랐겠는가? 너를 앞세운 신모델이 나왔다기에 네 동료 중 고른다는 것이 어쩌다 너였으니,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장난이었느리라. 뭐 필연이라 해도 달라질 건 없다.
벼락 같은 만남이었으니, 내 너를 라후라마즈다를 앞세워 퇴출하노라. 나를 원망하지 말지어다. 3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다 보니, 미운정고운정 이런저런 잡상 만감이 교차하며, 어느새 이젠 피로감과 처연함과 무던함과 무료함이 밀려왔더랬다. 마침 새 사람 나타났다 하니, 미루고 미루다 나 역시 갈아타고자 한다. 이별을 결심하니 부디 너는 좋은 기억 좋은 추억만 가져가길 했더랬다.
그리하여 어젯밤 고민을 좀 했더랬다. 어떻게 너를 보내느냐고 말이다. 그 결과 미련의 흔적 혹은 끄나플이 될 만한 것은 다 지우기로 했다. 부디 좋은 추억, 좋은 기억만 갖고 갔으면 해서, 그럴 만한 여지가 있는 몇몇은 더러 남기고도 싶었지만, 다 부질없어 다 밀었더랬다. 나를 원망해도 이젠 그것으로써 널 원망하지는 않으련다. 하긴 원망해야 무얼 어찌하겠는가? 지우기엔 원망만큼 좋은 보약 없다. 너를 너무 혹사해 너한텐 언제나, 그리고 한없이 미안하기만 했는데, 어제는 그런 내가 한없이 쪽팔리기만 하고, 끝없이 추하기만 해서 구토하고 말았더랬다.
2018년 10월 5일 오후, 갤놋5에서 갤놋9으로 갈아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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