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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 단계는 아니나, 이달 말이면 대한민국은 온통 홍시로 넘쳐난다.
나훈아는 홍시를 보며 따뜻한 젖가슴 내 주던 엄마를 떠올렸지만, 나는 그냥 초로 등치한다.
제맛을 내는 홍시는 실은 초로 변하기 직전의 그것이라,
하지만 이 무렵,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홍시는 곧잘 땅으로 고공직하하기 마련이다.
먹을 것 없던 그 시절엔 흙만 대강 털어내곤 한 입에 털어놓곤 했으니,
그것 하나만으로도 꿀맛 방불하던 시절이었다.
먹을 것이 지천으로 깔리는 지금은 중력의 법칙을 시험한 홍시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괜실이 밟았다간 개똥 소똥과도 같은 대접이니, 하기야 어쩌겠는가? 시대가 변하고 입맛도 변했거늘, 홍시라고 언제까지나 나훈아가 기억하는 그 홍시로 남을 수는 없지 않은가?
터져버려 더는 손 쓸 재간이 없는 납작홍시는 어째 볼수록 찢어진 내 맘 같은고?
홍시에도 뱅크럽시 bankruptcy가 있다면, 내맘도 뱅크럽시라 하고 싶다.
미관말직 한여름 걸친 관복이 참을 수 없던 두보는 속대발광욕대규束帶發狂欲大叫라 했다. 버클 풀고는 미친 듯이 소리치고 싶다 했다. 그 악명 높은 2018년 무더위도 한참이나 지나, 아침 저녁 쌀쌀한 바람까지 부는 이 즈음, 내 맘이 저 터져버린 홍시요, 한여름 온몸 땀 범벅 혁대인 까닭은 어인 일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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