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재연구원(원장 김연수)은 지난 16일 오후 3시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미국에서 활동하는 동아시아 불교미술사 분야 전문가 셰리 파울러 Sherry D. Fowler 미국 캔사스대학교 교수를 초빙해 '한국-일본-류큐를 이은 가교: 일본의 두 고려 범종 Two Buddhist Bells as Interregional Bridges between Korea, Japan, and Ryukyu'을 주제로 하는 특별 강연을 개최했다는데, 문화재청장(최응천)이 범종 전문가라서인지 그런 인연에서 비롯한 특강 아닌가 싶다.
이 강연이 연구원으로서는 "국제적 관점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연구하는 역량을 강화하고 미래지향적 연구를 추진하기 위해 올해 시범 운영하는 '국외 전문가 초청사업(Visiting Scholar Program)」의 일환'이라 하는데, 취지 자체는 그런 대로 좋다고 본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몇 안 되는 저 분야 전문가라는 이유로 해외석학이니 하는 그런 이름으로 추켜세울 필요는 없다. 진짜로 그렇다면 다른 범종 연구가들은 범생이밖에 더 되겠는가? 미국에서 활동한다 해서 괜한 주눅 들 필요 눈꼽만큼도 없다. 다 그놈이 그놈이다.
암튼 연구원 표현을 빌리면 "미국 내 일본 불교미술사 분야의 독보적 전문가"라는 파울러는 "최근 범종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 불교미술의 교류 및 비교문화론적 관점의 연구를 수행하며, 「일본 육조관음상의 기록과 형상(Accounts and Images of Six Kannon in Japan)」과 「무로지(Murōji, 室生寺)」 저서와 다양한 논문을 발표하였다"한다. (Six Kannon? Six Kannons가 아님을 보니 뭔가 맥락이 있나 보다. 난 저 유물 못봤으니 패스.)
이 강연에서는 그는 10세기와 11세기 사이에 고려에서 제작되어 지금의 오키나와 지역을 통치한 류큐 왕국과 당시 일본으로 각각 건너간 ‘나미노우에 신사의 범종(나미노우에 범종)’과 ‘오노에 신사의 범종(오노에 범종)’ 이 각 지역 문화사에 미친 영향을 소개했다고 한다.
이 두 범종은 일본과 류큐에서 읍지 등의 문헌을 통해 다양한 관련 전설이 채록되어 전해졌다는데, 나아가 각 지역에서 다양한 문학 작품과 관광상품 등으로 재생산되며 관련 서사가 일반으로 확산했다고 한다. 열라 유명해지니 그를 둘러싼 신화가 거듭거듭 생산되고 유통되었다는 뜻일 뿐이다.
저 중에서도 오노에 범종은 시와 연극, 나아가 판화 작품의 소재 혹은 주제가 되었을 뿐 아니라 16세기 무렵 이후에는 관광객과 순례자를 위한 기념품으로 그 모양을 본뜬 주전자가 제작되기에 이르렀는가 하면, 19세기에는 도자기 술병(사케병)과 벼룻물을 담는 연적, 그리고 작은 복제 종이 등장하기도 했댄다.
저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에도시대 일기 시작한 여행 바람도 같이 다뤄야 할 법한데, 이 부분은 어찌 처리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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