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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THESIS

과학사가 전상운

원로 과학사학자 전상운 전 성신여대 총장 별세 (연합뉴스/2018/01/19)



전상운 선생이 타계했다. 

선생은 해방 이후 자생적인 제1세대 과학사가다. 

김두종 이래 이 분야를 개척한 공로가 가히 절대적이다. 


선생이 동시대, 혹은 이후 과학사가와 구별하는 특장은 그 자신이 자연과학도 출신이라는 점이다. 

물론 근자에 들어와 각 분야에 걸쳐 해당 분야 역사를 연구하는 연구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주류는 인문학도다. 

나 역시 굳이 분류하자면 인문학 전공자이거니와, 그런 까닭에 자연과학에 관한 기초가 부실할 수밖에 없는 숙명이 있으며, 그런 까닭에 저것을 좀 더 깊게 파고자할 때는 번번이 한계에 부착치곤 한다. 


물론 선생이라 해서 모든 자연과학 분야에서 능통했다고는 하기 힘들 것이로되,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이후 한국 과학사에 골몰해 우리가 아는 한국 전통과학像을 거의 다 만들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과학도 특유의 감각이 있으니, 이런 특장을 유감없이 살려 한국과학사를 정립하고자 몸부림쳤다.  


해방 이후 한국 학문이 봉착한 가장 큰 문제는 식민사관 극복 문제였으니, 그의 한국과학사도 시종일관해서 이런 문제의식에 처절했다. 

그런 까닭에 이 과정에서 더러 무리한 주장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시대정신에 투철했다. 

그 시대는 전쟁과도 같은 식민사관과의 투쟁가를 필요로 했으며, 그런 시대정신에 선생은 온몸을 불살랐다. 


생전 선생과 직접 인연이 그리 많지는 않았으니, 행사장 같은 데서 몇 번 지나가며 뵌 데 지나지 않는다. 

대략 20년 전쯤이었을까나? 

당시 나는 고천문학에 관심이 꽤 있었으니, 그 주된 접촉 통로는 나일성 당시 연세대 천문학과 교수였다. 

모교 선생님인 까닭도 있지만, 나 선생이 고인과도 아주 친밀했으니, 그것을 이은 고리는 천상열차분야지도였다. 

더불어 그가 어느 출판사인지 기억이 확실치 않으나, 한국과학사를 집대성한 단행본을 냈으니, 아마 어느 대학 출판부 간행이 아니었나 하는데, 그것이 나에게는 과학사 이해의 지남철과 같았으니, 

적어도 과학사에 관한 한 나는 그를 사숙했다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는 신선 같았다. 

온통 허연 머리에 미소를 잃지 않았으니, 그는 천상 신선이었으며, 정 많은 이웃 할아버지 같았다. 

하긴 내가 선생을 뵈었을 때는 할아버지라 하기엔 조금은 일렀을지 모르나, 그는 그랬다. 


근황을 접하지 못하고 있다가 느닷없이 부고 기사로 소식을 접한다. 

얼마 전에는 동양사학도인 전해종 서강대 명예교수가 백수를 코앞에 두고 가시더니, 선생이 뒤따른다. 


중국으로 치자면 전상운 선생은 국학대사國學大師라 할지니, 추모하며 명복을 빈다. 


이런 소식을 접할 적마다, 언제인지 내가 죽었을 때, 그때가 나를 어찌 평가할지가 새삼 두렵기도 하거니와, 무엇이 두려운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일까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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