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출판계가 호황일 때가 언제냐 하면 군사정부 시대였어요.
4.19 나면서 사회주의, 공산주의 책, 번역서가 많이 나왔는데, 이런 책은 금방 판금(판매금지) 되잖아요.
벌써 '새 책이 나왔다' 그러면 암암리에 출판사가 이미 책 판권에는 발행일을 15일 정도 나중으로 찍어놓고 대형서점에다가 쫙 뿌려요.
경찰이나 공무원들이 맨날 와서 단속하는 게 아니니까.
종로서적은 이중 서가라서 문을 열면 거기 책이 또 있었어. 판매서가 뒤편에 또 재고 보관하는 서가가 있었거든.
거기다가 책을 감춰놓고 팔아요. 그리고 그 팔지 말라는 책 목록을 제가 가지고 있는 거예요.
이렇게 봐서 눈치가 이상한 사람한테는 안 팔거든. 그 시점에 책이 이미 몇천 권씩 막 나갔어요.
전 종로서적 사장 이철지 증언이다.
이는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매우 중대한 선언이다.
매양 하는 말이지만 동아시아 전근대엔 권리라는 관념 자체가 없다. 그런 까닭에 모든 법률은 하지 말아야 하는 금지만을 나열할 뿐이다.
법률의 다른 이름은 그래서 금령禁令이었다.
그 시대 금령은 거꾸로 읽어야 한다.
간음하지 마라? 간음하지 않는데 어찌 이런 금령이 있을 수가 있는가?
서울역사박물관 #공평동유적전시관에서 개막한 #종로서적 이야기에서 만난다.
한번쯤 들러보라 강권하고 싶다.
***
저 판금도서 판매는 세금 처리가 안되었으리라 본다.
무슨 세금을 매기겠는가? 고스란히 출판사와 서점 수입이 되었을 것이다.
세금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참...종로서적 사장을 지낸 저 증언자 이철지는 경향신문 기자 이기환 형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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