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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한 셈인지는 나 역시 알 순 없지만 해마다 이맘쯤이면 파주 임진각에서 저 논을 보곤 하는데 올해는 걸러버리나 했다가 전남 담양 땅 출발한 이영덕 씨가 도보여행 종착지로 하필이면 이곳을 선택한 마당에 그를 영접한다는 핑계로 올해도 이 논이 주는 같은 풍경을 어김없이 마주한다.
언제나 널 보면 부럽기 짝이 없으니 내 아버진 이런 논 부쳐보는 게 꿈이었더랬다. 생전 이런 논 선물하지 못한 불초가 땅을 치며 분개한다.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가 더한 밀집현상을 불러 여느 때 이맘쯤보다 더 많은 사람을 불러모으지 아니했나 하거니와 갈 만한 실내가 없어지니 야외로 야외로 사람이 쏟아져 나온 여파 아닌가 한다.
그랬다. 이곳은 더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전쟁통에 가동 중단한 이 증기기관차도 나처럼 한 살을 더 먹었으니 작년 이맘땐 말벌이 집을 지었더니만 올핸 그런 흔적은 없다.
육중함은 더 육중을 더했는지 알 순 없지만 연륜 깊어진만큼 녹은 더하지 않았나 상상해 본다.
뜯겨나간 몰골 보니 천상 너는 대포 구멍이라
녹슨 철마가 다시 달린 적은 없다.
애꿎은 너 부여잡곤 망각한 흔적을 애써 살려보려다가
그래 망각해서 좋았노라 적어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법이다.
Let bygones be byg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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