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142)
정원 연간 가뭄(貞元旱歲)
당 마이(馬異) / 김영문 選譯評
뜨거운 땅 염천 도성
한 치 풀도 안 남았고
온갖 시내 물이 끓어
물고기를 삶는구나
만물 불타 스러져도
구해주는 사람 없어
옛 『상서(尙書)』 세 편에
눈물을 뿌리노라
赤地炎都寸草無, 百川水沸煮蟲魚. 定應燋爛無人救, 淚落三篇古尙書.
정원(貞元)은 당나라 덕종(德宗)시대 연호다. 정원 19년(803년)에 큰 가뭄이 들어 곡식이 모두 말라죽었다. 이 시는 바로 당시의 참상을 보여준다. 문학적 과장은 있지만 강물이 끓어 물고기가 삶길 정도라 했으니 얼마나 극심한 가뭄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마지막 부분 『상서』에 눈물을 뿌린다는 구절에도 그 옛날 유명한 가뭄과 기우제에 관한 고사(故事)가 포함되어 있다. 상(商)나라 탕왕(湯王)은 건국 후 연이어 5년 동안 큰 가뭄이 들자 갖은 정성을 다해 기우제를 지냈지만 효험이 없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상림(桑林) 들판으로 나가 장작을 높이 쌓고 자신의 몸을 희생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장작더미에 올라 하늘에 간절하게 빌었다. 『순자(荀子)』 「대략(大略)」에 그 상황이 기록되어 있다. “탕왕은 가뭄이 들자 기도를 올렸다. ‘제가 정사를 잘 조절하지 못했습니까? 백성을 고통스럽게 했습니까? 어찌하여 이처럼 심하게 비를 내려주지 않으십니까? 궁궐이 너무 화려합니까? 비빈의 청탁이 심합니까? 어찌하여 이처럼 심하게 비를 내려주지 않으십니까? 뇌물이 횡행합니까? 참소하는 자가 행세합니까? 어찌하여 이처럼 심하게 비를 내려주지 않으십니까?’” 이렇게 자신의 허물을 질책하고 장작더미에 불을 붙이자 하늘에서 큰비가 쏟아져 불이 꺼지고 가뭄이 해소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본래 지금은 사라진 옛날 『상서』에 기록되어 있었다고 하지만 『상서』 현재 판본에는 기록이 없다. 중요한 점은 이 이야기가 진짜냐 가짜냐가 아니라, 나라의 리더가 백성을 위해, 인민을 위해, 국민을 위해 얼마나 진정으로 자신의 심신을 다 바치느냐다. 심신을 바쳐 민심을 위로하고 나라를 구하지 못하면 노도와 같은 민심에 휩쓸려 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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