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장 어느 중년은 출근길 매일 이 모습이라, 살피니 아마도 집으로 배달하는 중앙일보를 들고는 공장으로 들어가기 직전 담배 한 대 꼬나 물고는 죽죽 훑어간다. 출근 시간이 겹치는 날이 많아, 어제도 저 장면 조우하고는 힐끗힐끗 쳐다보며 "문화면 좀 먼저 봅시다" 해서 십초만에 후다닥 제목만 보고 치웠다.
이젠 뉴스를 저런 식으로 소비하진 않거니와, 지하철에서 신문 보는 승객 멸종한지 오래라, 나아가 그를 통한 소비 행태만 해도 당장 그 첫 소비자 중 한 그룹에 속하는 나같은 기뤠기만 해도 요새는 신문 한통 보는데 오분이면 족하다.
휙휙 넘기며 제목만 보고는 던져버리니 개중 어떤 것으로 우리가 다루진 않았으되 다룰 가치가 있는 듯 보이는 기사 역시 제목과 그 본문 한두줄만 보고 만다. 이런 식으로 조간 신문 기준 그 여덟종인가 아홉종 독파하는데 삼십분이면 너끈하거니와, 그 무수한 뉴스가 지금 이 시대 소비되는 패턴 그 한 단면이다.
내가 항용 말하거니와 신문과 방송의 퇴조가 결코 뉴스의 퇴조와 동일할 수 없어 외려 그 반비례 현상이 극심하거니와 종래 뉴스 시장을 독점한 저 두 미디어 행태가 파괴함으로써 뉴스시장은 까꾸로 폭발적 신장세를 거듭해 지금은 초동급부도 이른바 뉴스를 소비하는 당당 주체로 거듭선 것이다. 그런 까닭에 지난날 박근혜와 최순실은 저들 초등생이 씹는 껌이 되었거니와, 단군조선이래 뉴스시장 활황이 이토록 팽창한 시대는 없었다.
대학의 위기, 교수의 위기, 학과의 위기를 그 학문의 위기와 등치하는 사기극이 불과 얼마 전까지 횡행하고 그 여진이 여직 남아있긴 하나, 난 언제나 저 외침이 사기행각에 다름없다 질타했다. 인문학이 이리도 융성한 시대는 르네상스에도 없었고, 영정조 문예부흥기도 비할 바 아니며, 건륭성세도 조족지혈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 교수, 그리고 학과의 삼두마차가 구축한 그 강고한 카르텔이 해체함으로써 진정한 인문학 홍수 범람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울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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