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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독설고고학] 갑옷이야말로 실험이 필요하다

by taeshik.kim 2024.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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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통구 12호분 벽화 한 장면, 있어 보이지? 저리 걸치니? 걸쳐 봐라! 걸치고서도 그 딴 말 나오는지 보자.

 
이 갑옷도 각양각색이라, 신라야 가야문화권, 특히 그 무덤에서는 흔하게 보이는 철갑으로 만든 것도 있는가 하면 몽촌토성 같은 데서는 동물 뼈를 찰갑으로 쓴 백제시대 갑옷 흔적도 나왔다. 

뿐인가? 그 갑옷을 착용하는 주체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말도 있어 이를 특별히 구분해서 말이 입는 갑옷이라 해서 마갑馬甲이라 하기도 한다. 

이 갑옷 하니 기억나는 장면이 내가 어린 시절 국사라는 것을 배울 적에 일본의 이른바 임나일본부설을 비판한다면서 내세운 무기가 가야 갑옷이었으니,

보라 이런 철갑을 걸친 가야가 어찌 저 따위 원시미개하는 일본, 왜국의 속국 식민지가 될 수 있겠느냐는 항변이 그것이었으니

들을 때는 아주 솔깃했지만 그것이 개사기임을 체득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런 사기가 지금이라 해서 말끔히 청산되었는가?

천만에.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며 더욱 교묘히 강대한 군사력을 증언하는 증거라 해서 곳곳에서 표출하는 장면을 보거니와,

특히 저 강대 무변해야 하는 우리네 고구려족은 저 광대무변하기 짝이 없는 만주 벌판을 철기로 무장해 외적을 무찔렀다 강변한다. 

마침 무덤에서 잔뜩 그런 갑옷류 중무장 장비가 나오고, 그에 더해 몇몇[하나던가?] 고구려 무덤에서는 이 철갑옷을 걸치고서는 창을 들고 말을 타고 적진에 용맹히 돌진하는 군사와 더불어

그 한 쪽에서는 그렇게 중무장한 군인이 아마도 사로잡은 적군 괴로 장수 혹은 우두머리를 참수하는 장면이 있거니와

이를 대서특필 보라! 우리 강혼한 민족 조상님들이라 떠받들기 여념이 없다. 

이런 갑옷 유물을 두고 그것이 어떠네 저떠네 인간이 주로 학문 분야 중에서는 고고학계에 부지기 숫자에 달하는데,

물론 여기서도 뻘짓이라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어, 주구장창 양식 편년만 논하는 자 주류거니와, 그런 가운데 하는 말들을 들으면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다. 

장담하지만 그렇게 갑옷 갖고 떠드는 인간 중에 그 갑옷 걸쳐 본 사람 단 한 놈도 없다. 

왜?

그거 걸쳐보서도 저런 뻘소리를 할 놈이 누가 있겠는가? 

말로는 실험고고학 실험고고학 떠드는데 진짜로 그거 한 번 입어보고

또 그 입은 옷으로, 나아가 그 말까지 저런 철창 잔뜩 얼굴에 가리고서
그런 말을 한 번 타서는 벌판 한 번 달려보고서는 철기병이니 기마병 떠들어도 늦지 않다.
 

경주 쪽샘지구 C10호묘에서 수습된 마갑 조각 740매룰 토대로 복원했다는 마갑. 발표 당시 말이 너무 작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요즘 말을 생각해서 그렇다. 당시 타던 말은 조랑말 수준이었다. 각설하고 말도 못할 짓이다. 저게 뭐니?

 
한 번 타 봐라. 

뒤진다. 겨울에는 춥지, 여름에는 온몸이 땀냄새로 비린내라, 그렇게 걸쳐 입고서 가려운 등, 가려운 사타구니는 도대체 무엇으로 어찌 긁는다는 말인가?

이 가려움이 주는 고역 한 번 생각해 봤는가?

멀리 볼 것 없다.

사극에 갑옷 입고 출연한 연기자들을 만나 인터뷰 해 보면 간단하다. 

사극 단골 최수종은 워낙 거물이라 힘들 테니 그 엑스트라들 한번 인터뷰 해 봐라. 

내가 실은 저 갑옷을 두고 나오는 소리 개소리에 지나지 아니하며, 더구나 실험이 필요함을 절감한 순간이 바로 그들 때문이었다.

그네들 몇 사람을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하나같이 갑옷이 주는 고통을 뱉는 것이 아닌가?

진짜로 입어 봐야 한다. 그렇게 완전 중무장을 하고서 또 그렇게 중무장한 말을 타고서 달리는 속도랑, 그런 중무장이 없는 상태에서 말이 달리는 속도, 이런 것들도 빠짐없이 측정하고 해야 한다. 

하긴 뭐 농사의 농사도 모르는 자들이 농업을 운위하는 작태가 벌어지더라만, 그 농업에 관련해 기술한 고고학도들 논급을 보면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사시사철 냉난방 빵빵한 방구석 연구실에 쳐박혀서 호박잎이랑 칡이파리도 구분하지 못하는 놈들이 농업을 논한다?

이 얼마나 웃기는 작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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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고고학] 고고학도가 문화재학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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