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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황금기는 30대였다

by taeshik.kim 2024.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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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일반화하지는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이것이 혹 서른줄에 들어선 사람, 혹은 서른을 준비하는 더 젊은 사람, 예컨대 내 아들 세대에는 꼰대 같이 보일지는 몰라도, 혹여라도 단 한 사람이라도 새겨 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 내 경험이 일반론을 크게 벗어나지도 않을 듯해서 다시금 재방한다. 

내 인생 황금기는 삼십대였다. 환갑 앞둔 지금 써먹는 것들이 모조리 그때의 자양분이며, 그것을 다 빼먹는다 생각하는 순간 나는 끝난다. 아니 실상 끝났는지도 모른다. 

마흔줄이 되어서는 성장이 멈췄다. 멈추지 않았다 생각했지만, 그때도 성장이 끝났다는 불안감은 언제나 있었으니,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 불안감은 유감스럽게도 현실을 직시한 말이었다. 

그랬다. 마흔줄에 이미 나는 성장을 멈추어 버렸으며, 그때 이미 배움에 대한 회의가 짙게짙게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오십줄에 들어서는 오로지 언제, 어떻게 물러나느냐만 고민했다.

남들한테야 어찌 보일지 모르지만, 진짜로 적어도 남들이 볼 때는 정상에 섰을 때라고 생각하는 내 그 시점에 미련없이 물러나고 싶었다. 

하지만 아다시피 그런 결심 혹은 결행은 해고라는 듣보잡의 무단침략에 미뤄지고 말았다.

얼마나 미뤄졌을까? 나는 저 해고 때문에 내가 십년을 후퇴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름 멋진 퇴진이 십년이나 미뤄졌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아니었던들 나는 딴 길을 걷고 있었을 것이다. 그 딴 길이 무엇이냐는 자신은 없고, 기억도 없지만, 분명 기자가 아닌 다른 길을 걷도 있었을 거라고 본다.

그렇다고 남들 생각하는 그런 가오 상하는 길은 아니었다고 자신있게 말해도 좋다. 

결론은 무엇인가? 삼십대를 허비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 말을 내가 부쩍 자주하는 이유가 있다. 혹자는 이런 말에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닌가 하는 말도 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콕 집어 그런 말을 할 만큼 나는 모질지도 못하며, 그렇게 한가하지도 않다. (딱 하나 사기꾼은 용서 못한다. 특히 學的 사기꾼은 말이다.) 

물러나 생각하니, 물러나 지난날을 반추하니 나름 참말로 이런저런 일도 많이 하고 그런 대로 남들 보기에는 부럽지 아니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는 그 삼십대 생활이 그리 후회스러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다른 과거는 몰라도, 그래서 혹 다른 삶이 다시 주어진다면, 저 삼십대만큼은 다시 돌아가 내가 산 그것보다는 더욱 치열하게 살고 싶은 욕망 딱 한가지는 있다.

그때로 돌아가면 좌고우면하지 아니하고 그 이후, 그러니깐 마흔 이후를 준비하는 삶을 더 치열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 하나 만큼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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