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골문 시대와 서주, 춘추전국시대 까지의 동아시아 동물 분포 양상은 오늘날 동물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이를 바라보는데 익숙하다.
하지만 기원전 1000년기 동아시아에는 상당한 폭의 기후변동이 있었고 이 때문에 동물의 분포와 종류의 측면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한국 역시 청동기시대는 이러한 동식물 분포가 급변하는 양상을 보인 시기다. 아마도 청동기전기와 후기는 상당한 수준의 동식물 분포의 차이가 있었으리라 생각하지만 이에 대한 국내의 연구는 아직 매우 미흡하다.
지난 수십년에 걸친 필자의 연구편력은 의과대학, 자연과학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연구의 성격상 무미건조한 과학적 연구 성과에 겉옷을 입히기 위해서는 연구의 외연을 인문학쪽까지 넓히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쪽 방향으로의 전개를 계속 시도해왔다.
그러한 작업의 부족한 결실이 아래 성과이다. 갑골문시대의 兕라는 동물은 코뿔소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이 부분이 분명치 않고 최근에는 이것이 코뿔소가 아니라 물소라는 주장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 논문에서는 이에 대한 선학들의 연구성과를 요약하고 동물고고학적 최신 보고를 이와 함께 분석하여 기존 작업에 아주 아주 작은 결론을 더했다.
사실 이러한 작업은 兕라는 동물 뿐 아니라 갑골문에 등장하는 다른 많은 동물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의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 본다.
갑골문에 등장하는 많은 동물들은 오늘날 쉽게 볼 수 있는 동물로 미루어 짐작하지만 사실 그 동물이 정말 그 글자인지 알 길이 없다. 갑골문시대에 등치된다고 할 상말주초의 동물고고학적 발굴 보고를 보면 지금은 생소한 동물뼈가 황하유역에서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갑골문에 등장하는 동물은 그 정체를 쉽게 단정할수 없다 할 것이다.
다만 최근 국제학계에서 뛰어난 동물고고학 분야의 성과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를 갑골문, 선진문헌과 묶어 분석하면 꽤 멋있는 성과가 가능할 것이라 본다.
논문을 쓸 때까지만 해도 뭔가 대단한 작업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완성된 글을 보니 선학들의 성과에 정말 작은 돌 하나도 제대로 얹지 못한 것 같아 매우 부끄럽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 동아시아 고대 동물을 이해하는 고리는 결국 동물고고학, 갑골문, 선진문헌에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는 바 이 부분에 대한 작업을 앞으로도 계속 수행하겠다는 약속을 드리는 것으로 미흡한 논문에 대한 변명을 대신하고자 한다.
http://knou.dcollection.net/srch/srchDetail/200000643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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