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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두물머리 제비 vs. 로마 제비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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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였다.

종일 뙤약볕을 뚫고 쏘다니다 저녁 무렵이 되어 어느 골목에 철퍼덕 퍼질러 앉았는데 작은 새 두어 마리 짹짹거리며 제법 고색창연한 시멘트 공구리 건물 벽면을 오르락내리락했다.

무심히 지켜보다 그것이 제비라는 사실을 알고는 화들짝 놀라 아, 로마에도 제비가 있네 하고는 그 짹짹거리는 새 움직임 따라 제비집을 찾아 나섰더랬다.

분명 이 건물 어딘가 제비집이 있을 터인데 이곳 제비는 어디다 어떻게 집을 만드는지 의아함을 자아냈다.

로마 제비도 진흙으로 집을 삼을까? 이 도시에서 먹이는 어디서 구하지? 뭘로 먹일 삼을까?

로마 판테온 앞 광장 건물. 저런 건물 어딘가에 제비가 집을 짓고 산다.

짧은 순간 갖은 상념이 요동한다. 지금 생각하니 그 상념은 어릴적엔 흔하디 흔하다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그 익숙에의 회향 혹은 갈구 아니었던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그 집을 찾아 한참을 두리번하며 이제나저제나 그 제비, 혹은 그 보금자리 찾아 하나 찍겠다고 망원렌즈로 갈아끼고는 기다리며 움직임을 주시했더랬다.

아쉽게도 나는 유럽 제비를 담지 못했다. 
셔터 두어번을 눌렀는데 제비를 찾아들어간 그 건물이 재수없게도 관공서였다.

게슈타포 같은 경비가 막아서더니 여긴 못들어온다, 찍은 사진 보자 하고는 그 내부 촬영한 사진 두어장은 지워달라 해서 지울 수밖에 없었다.

기분 잡쳤다. 뭐 그네들 처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검열은 언제나 기분을 잡친다. 

로마 제비는 아마도 테베르 강을 자양분으로 삼지 않나 싶다. 한데 집을 짓는데 필요한 진흙은 어디에서 구한단 말인가?


지금도 궁금하다.

유럽 제비는 어디다 어케 집을 짓는지.

한국제비가 아파트 같은 시멘트 공구리에다 집을 짓기도 하는지는 모르나 지금 가끔 발견하는 제비집은 예외없이 한옥이나 시골농가다.

두물머리 어느 한옥 제비집을 보며 잡친 로마의 제비가 오버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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